이혼을 앞두고 재산을 정리하다 보면 눈에 보이는 예금이나 아파트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배우자가 오랜 직장 생활로 쌓아 온 퇴직금과 연금은 액수가 크고, 종종 "아직 받지도 않은 돈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다툼의 핵심이 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직 퇴직하지 않아 손에 쥐지 못한 장래 퇴직급여도 일정한 요건 아래 재산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퇴직·연금 자산이 분할 대상인지, 아직 안 받은 돈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국민연금 분할연금처럼 별도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정리해 드립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 — 부부가 함께 쌓은 자산이기 때문
퇴직금과 퇴직급여는 단순히 회사가 은혜로 주는 돈이 아닙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나 공무원연금법 등이 정한 퇴직급여는 노후를 대비한 사회보장적 성격뿐 아니라, 일하는 동안 받았어야 할 임금을 나중에 몰아서 받는 후불임금의 성격과 성실하게 근무한 데 대한 공로보상의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즉 재직 기간 내내 조금씩 적립된 근로의 대가가 퇴직 시점에 한꺼번에 현실화되는 자산인 셈입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오래 직장을 다니며 이런 급여를 쌓으려면, 그 뒤에서 가정을 지탱해 준 배우자의 협력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 배우자가 가사와 육아를 맡아 주었거나 함께 맞벌이하며 생활을 꾸렸다면, 그 퇴직급여도 부부가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배우자의 기여가 인정되는 퇴직급여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퇴직급여는 후불임금의 성격을 지니므로, 배우자의 협력과 기여가 인정되면 부부 공동재산으로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아직 퇴직 전이라도 나눈다 — 장래 퇴직급여의 평가 기준
과거 법원은 "언제 얼마를 받을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아직 퇴직하지 않은 배우자의 장래 퇴직급여를 재산분할 액수를 정할 때 참고만 하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아직 퇴직하지 않았더라도,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그때 퇴직한다고 가정할 경우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급여 상당액의 채권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한 직장에서 15년 넘게 근무 중이고, 소송의 마지막 변론일 시점에 지금 퇴직한다면 약 8,000만 원의 퇴직금을 받을 것으로 확인된다면, 실제 퇴직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 8,000만 원 상당의 채권이 분할 대상 재산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먼 미래에 실제 퇴직하는 시점"이 아니라 "지금 소송이 끝나는 시점에 퇴직한다고 가정한 금액"이라는 점입니다.
기준 시점: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판결 직전 마지막 변론일)입니다.
평가 방법: 그 시점에 퇴직한다고 가정했을 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금·퇴직수당 상당액입니다.
필요 자료: 회사가 발급하는 퇴직금 예상액 확인서, 확정기여형(DC)의 경우 적립금 조회 내역 등이 있으면 입증이 쉬워집니다.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그 시점에 퇴직할 경우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급여 상당액의 채권이 분할 대상이 됩니다.
이미 연금을 받고 있다면 — 퇴직연금수급권도 나눈다
배우자가 이미 퇴직해 매달 연금을 받고 있는 경우는 어떨까요.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혼 당시 한쪽 배우자가 이미 수령하고 있는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도 부동산이나 예금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장래에 받을 개연성만 참작하던 종전 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입니다.
이때는 목돈으로 한 번에 정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금을 받는 배우자가 매월 수령하는 연금액 중 일정 비율을 상대 배우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하는 정기금 방식의 분할이 가능합니다.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군인연금·사학연금처럼 이미 연금 형태로 지급되는 급여에도 같은 취지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분할 비율은 전체 재직 기간 중 실질적 혼인 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상대 배우자가 실제로 기여한 정도 등을 종합해 정합니다.
이미 수령 중인 퇴직연금도 분할 대상이며, 매월 연금의 일정 비율을 정기금으로 나눠 지급하도록 정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분할연금 — 재산분할 소송과는 별개의 권리
여기서 주의할 것은 국민연금입니다. 국민연금의 이른바 분할연금은 가정법원에서 다투는 민법상 재산분할청구권과는 성격이 다른, 국민연금법 제64조가 이혼한 배우자에게 따로 인정한 고유의 권리입니다. 재산분할 판결이나 합의와 무관하게, 요건만 갖추면 이혼 배우자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직접 자신의 이름으로 연금을 받습니다.
분할연금을 받으려면 아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배우자였던 사람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 중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일 것
이혼했을 것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일 것
본인이 출생연도별 지급개시연령에 도달했을 것
금액은 원칙적으로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상대방 노령연금액의 2분의 1을 균등하게 나눕니다. 다만 당사자가 협의하거나 재판으로 분할 비율을 달리 정하면 그에 따릅니다(국민연금법 제64조의2). 청구에는 기한이 있어, 분할연금 수급권이 발생한 때부터 5년 이내에 청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합니다. 아직 지급개시연령이 되기 전에 이혼했다면, 이혼일부터 3년 이내에 미리 청구해 두는 선청구 제도(국민연금법 제64조의3)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분할연금은 재산분할 소송과 별개로, 요건을 갖추면 국민연금공단에 직접 청구해 받는 이혼 배우자 고유의 권리입니다.
회사 퇴직연금·퇴직금 — 가정법원 재산분할로 나눈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같은 공적연금과 달리, 회사가 운영하는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이나 일반 퇴직금에는 공단에 직접 청구하는 분할연금 제도가 없습니다. 이런 사적 퇴직급여 자산은 민법 제839조의2의 재산분할청구권을 근거로,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을 청구해 나누어야 합니다.
여기서 기한을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행사할 수 없습니다. 이는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 모두에 적용되는 제척기간으로, 이 기간을 넘기면 아무리 정당한 몫이라도 청구가 불가능해집니다. DB형과 DC형은 적립금 관리 방식은 다르지만, 이혼 재산분할에서는 두 유형 모두 앞서 본 것처럼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된다는 점은 같습니다.
사적 퇴직연금과 퇴직금은 이혼한 날부터 2년 안에 가정법원에 재산분할을 청구해야 합니다.
얼마나 나눌까 — 분할 비율을 정하는 기준
퇴직·연금 자산이 분할 대상이라는 점이 확인되어도, 곧바로 절반씩 나누는 것은 아닙니다. 재산분할 비율은 부부가 함께한 혼인 기간, 각자의 재산 형성·유지에 대한 기여도, 가사와 육아 분담, 소득과 직업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정해집니다. 특히 퇴직급여와 연금은 혼인 기간 중에 형성된 부분과 배우자의 기여가 얼마나 인정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맞벌이 부부라면 각자의 소득과 직접적 기여가, 전업주부라면 가사·육아를 통한 간접적 기여가 각각 평가됩니다. 재산 형성에 대한 협력은 반드시 돈을 버는 형태여야 하는 것이 아니어서, 배우자가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을 이어 가도록 뒷받침한 기여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혼인 기간: 길수록, 그리고 자산이 혼인 중 형성된 부분일수록 분할 대상성이 커집니다.
기여도: 맞벌이 소득, 가사·육아 분담, 재산 관리 노력 등을 종합합니다.
자산의 성격: 혼인 전부터 있던 부분이나 상속·증여로 취득한 부분은 기여도 판단에서 달리 평가될 수 있습니다.
놓치면 손해 — 실무에서 꼭 챙길 점
퇴직·연금 자산은 종류마다 근거 법과 절차, 기한이 달라 초기에 전체 그림을 그려 두지 않으면 받을 몫을 놓치기 쉽습니다. 아래 사항을 미리 점검하면 불필요한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장래 퇴직급여는 변론종결 시점 기준으로 평가되므로, 소송 중 최신 퇴직금 예상액 자료를 제때 제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협의이혼으로 정리한다면 퇴직급여·연금의 분할 내용을 합의서에 명확히 기재해 두어야 나중에 다툼을 피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분할연금은 지급개시연령 전 이혼 시 이혼일부터 3년의 선청구 기한을,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일부터 2년의 제척기간을 각각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방 명의의 퇴직연금 계좌나 적립금은 사실조회·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등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직 퇴직도 안 했는데 배우자 퇴직금을 정말 나눠 받을 수 있나요?
A. 네. 대법원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아직 퇴직하지 않았더라도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에 퇴직한다고 가정할 때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 상당액은 재산분할 대상이 됩니다. 다만 그 예상액을 입증할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Q. 배우자가 이미 공무원 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이 연금도 나눌 수 있나요?
A. 이미 수령 중인 퇴직연금수급권도 분할 대상입니다(대법원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 매월 받는 연금의 일정 비율을 상대 배우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정기금 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Q. 국민연금 분할연금과 재산분할은 같은 건가요?
A. 아닙니다. 국민연금 분할연금은 국민연금법 제64조가 정한 이혼 배우자 고유의 권리로, 가정법원의 재산분할 소송과는 별개입니다. 혼인 기간 5년 이상 등 요건을 갖추면 국민연금공단에 직접 청구합니다.
Q. 국민연금 분할연금은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 분할연금 수급권이 발생한 때부터 5년 이내에 청구해야 하며, 이 기간을 넘기면 받을 수 없습니다. 지급개시연령 전에 이혼했다면 이혼일부터 3년 이내에 미리 청구하는 선청구 제도(제64조의3)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회사 퇴직연금(DC형)도 국민연금처럼 공단에 청구하면 되나요?
A. 아닙니다. 회사가 운영하는 DB·DC형 퇴직연금과 일반 퇴직금은 분할연금 제도가 없어, 민법 제839조의2 재산분할청구권으로 가정법원에 청구해야 합니다. 이혼한 날부터 2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하세요.
Q. 전업주부도 배우자의 퇴직금·연금을 나눠 받을 수 있나요?
A. 네. 가사와 육아로 배우자가 직장 생활을 유지하도록 뒷받침한 기여도 재산 형성에 대한 협력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구체적 분할 비율은 혼인 기간과 기여 정도 등을 종합해 정해집니다.
맺음말
퇴직금과 연금은 이혼 재산분할에서 액수가 가장 큰 자산인 경우가 많고, 아직 받지 않았더라도 상당 부분이 부부가 함께 쌓은 공동재산으로 인정됩니다. 아직 퇴직 전인 장래 퇴직급여는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되고, 이미 받고 있는 연금은 정기금 방식으로 나눌 수 있으며, 국민연금은 별도의 분할연금 트랙으로, 회사 퇴직연금과 퇴직금은 가정법원의 재산분할로 각각 정리된다는 큰 틀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무엇보다 자산 종류마다 근거 법과 기한이 달라, 재산분할청구권의 2년 제척기간이나 국민연금 선청구의 3년 기한을 놓치면 정당한 몫도 되찾기 어려워집니다. 이혼을 결심한 초기 단계에서 상대방의 재직 상황과 연금 종류를 파악해 전체 그림을 그려 두는 것이 손해를 막는 첫걸음입니다.
퇴직·연금 분할은 평가 시점과 자료 확보, 기한 관리가 얽혀 있어 사안마다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수원·경기남부에서 이혼과 재산분할을 준비하며 퇴직금이나 연금 분할이 고민이라면, 본인의 상황에 맞는 청구 방법과 시기를 미리 점검해 두시길 권해 드립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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