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거래처가 거래대금을 청구한 사건, 방어하여 전부승소
배우자의 거래처가 거래대금을 청구한 사건, 방어하여 전부승소
해결사례
손해배상계약일반/매매기업법무

배우자의 거래처가 거래대금을 청구한 사건, 방어하여 전부승소 

최용문 변호사

피고승소

성****

안녕하세요, 법무법인(유한) 예율 최용문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최근 선고된 사건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배우자 명의로 등록된 사업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이 피고(남편)라는 원고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청구 전부 기각 판결을 받은 사건입니다.

명의대여 법리와 계약 당사자 확정의 문제가 교차하는 사건으로, 실무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정리해 두고자 합니다.

사실관계

원고는 의료소모품을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원고는 A라는 상호의 의료기기 도소매업체에 2022년 중반경부터 2023년 하반기경까지 약 1년여간 합계 약 6,2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공급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원고는 소외 제3자가 A업체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물품대금채권 약 6,590만 원을 2023년 초경 양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A업체는 피고의 배우자가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사업체입니다. 원고가 발행해 온 전자세금계산서의 공급받는 자 상호와 성명은 모두 피고의 배우자로 특정되어 있었고, 대금이 입금되었던 계좌의 예금주 역시 피고의 배우자였습니다. 소외 제3자로부터 양수한 채권의 채무자 역시 피고의 배우자로 특정되어 있었으며, 채권양도 통지서의 수신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편, 피고(남편)는 자신을 A업체의 '대표이사'로 기재한 명함을 사용하였고, 거래 과정에서 원고 측과 채무 변제 등에 관한 의사소통을 이어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피고는 약 1년여의 기간 동안 총 4,520만 원을 변제하기도 하였습니다.

원고는 이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가 배우자의 명의를 차용하여 A업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지급 물품대금 및 양수금 합계 82,759,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

원고의 청구는 다음과 같이 두 갈래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피고가 계약 당사자라는 전제 하의 청구

피고가 배우자 명의를 빌려 A업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이상, 원고와의 물품 공급계약 및 소외 제3자와의 거래계약에서 실질적인 계약 당사자는 피고 본인이라는 주장입니다.

㉡ 피고가 명의차용자임을 전제로 한 상법 제24조의 청구

피고가 배우자의 명의를 차용하였으므로, 명의대여자인 배우자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물품대금채무 및 양수금 채무에 관하여 피고도 상법 제24조에 따라 부진정연대채무자로서 책임을 진다는 주장입니다.

저는 이에 대하여, ㉠ 계약 서류, 세금계산서, 입금 계좌, 채권양도 통지서 등 거래 전반에 걸쳐 계약 당사자는 일관되게 피고의 배우자로 특정되어 있었음을 강조하였고, ㉡ 상법 제24조의 명의대여자 책임 법리는 명의차용인이 거래 당사자임을 전제로 명의대여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지, 거래 당사자가 아닌 자에게 그 법리를 역으로 적용할 수는 없음을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에 대한 판단 —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가 계약 당사자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 원고와의 물품 거래에서 전자세금계산서상 공급받는 자의 상호 및 성명이 피고의 배우자로 특정되어 있었던 점

  • 원고가 물품대금을 지급받은 계좌의 예금주가 피고의 배우자였던 점

  • 원고는 거래 과정에서 피고뿐 아니라 배우자와도 별도로 거래 자료를 주고받아 왔던 점

  • 소외 제3자로부터 양수한 채권의 채무자 및 채권양도 통지의 수신인이 모두 피고의 배우자로 특정되어 있었던 점

법원은 피고가 '대표이사' 명함을 사용하고 채무 변제 등에 관해 원고 측과 의사소통을 해 온 사실만으로는 피고를 거래의 실질적인 계약 당사자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에 대한 판단 — 법원은 상법 제24조의 명의대여자 책임 법리에 관하여, 그 규정은 명의차용인이 '거래 당사자'임을 전제로 하여 거래 당사자가 아닌 명의대여자에게 제3자 보호를 위한 부진정연대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명시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거래 당사자임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상법 제24조는 애초에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의미

이 사건은 배우자 명의 사업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사람이 따로 있다고 보아 그 사람에게 물품대금 책임을 묻고자 한 사건입니다. 거래 현장에서 피고가 전면에 나서 협의하고 일부 변제까지 한 상황이었기에, 원고 입장에서는 그럴 만한 사정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판단의 핵심으로 삼은 것은 거래 서류의 일관성이었습니다. 세금계산서, 입금 계좌, 채권양도 서류 모두 배우자를 계약 당사자로 명시하고 있었고,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상법 제24조 명의대여자의 책임 법리에 관하여도, 법원은 그 요건 구조를 정확하게 짚었습니다.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명의차용인이 거래 당사자라는 사실이 확립된 다음에야 비로소 명의대여자를 영업주로 오인한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것입니다. 명의차용인 자신이 거래 당사자임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그 법리를 원용하여 명의차용인에게 책임을 귀속시키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은 사업체 명의와 실질적 운영자가 다를 수 있는 현실에서, 거래 상대방이 실질 운영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 어떠한 증거를 갖추어야 하는지, 그리고 반대로 피고로서 어떠한 법리적 방어 논리가 가능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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