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를 뒤흔든 강력범죄의 이면에는 '스토킹'이라는 전조 증상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한 '구애'나 '집착', '사적인 분쟁' 정도로 치부되던 행위들이 이제는 엄연한 독립된 범죄로 분류되어 처벌받고 있죠.
하지만 법 제정 이후에도 여전히 "이런 것도 스토킹이 되나요?", "수신 차단을 해서 벨소리도 안 울렸는데 범죄인가요?" 같은 의문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2025~2026년 최신 판례와 사법 통계를 바탕으로, 스토킹 범죄의 정확한 성립 요건과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법원의 판단 기준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스토킹 범죄의 핵심 요건: '성공'이 아닌 '시도와 반복'
스토킹처벌법 제2조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이나 그 동거인·가족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때 형사처벌을 받는 '스토킹 범죄'가 성립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범죄의 성립 여부를 ‘접촉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접촉의 시도 자체’와 그 반복성에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 기술적 차단은 방패가 되지 못한다
많은 가해자가 "상대방이 전화를 차단해서 벨소리도 안 울렸고, 통화도 안 되었으니 도달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항변합니다. 과거에는 정보통신망법 해석상 벨소리 자체를 송신된 음향으로 보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2023도12037 판결 등)의 태도는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법원은 이제 보호법익을 '피해자의 평온'으로 명확히 두고 있습니다.
📌침묵 통화 & 부재중 표시:
전화를 걸어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벨소리만 울리게 하는 행위, 부재중 전화 문구가 남게 하는 것 모두 스토킹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수신 차단 후 자동 거절:
피해자가 번호를 차단하여 벨소리가 울리지 않았더라도, 통화 목록에 ‘자동 거절된 전화’나 ‘차단 전화’라는 표시가 남게 했다면 이 역시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하는 스토킹 행위로 인정됩니다.
📌우회 연락:
피해자가 연락 거부 의사를 밝히고 메신저 계정을 차단하자, 다른 일반 전화번호를 이용해 4일간 총 5회 전화를 시도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횟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범죄 성립을 인정했습니다. 피해자의 명시적 거부 의사를 알고도 '우회'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입니다.
💡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는 예외?
판례에 따르면,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설정하는 행위는 작성 즉시 상대방에게 '전송'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일부러 프로필을 찾아 열어보아야만 내용을 볼 수 있으므로 스토킹 범죄 성립을 부정했습니다. 일방적인 '도달'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2. '지속성'과 '반복성'을 판단하는 엄격한 기준
법원이 '지속적·반복적' 요건을 판단할 때는 개별 행위를 하나씩 떼어보지 않고, 전체 행위를 일련의 범의(범죄 의도) 아래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일련의 행위로 묶이는 경우:
평소에 수많은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던 가해자가 단 1회 유리창을 파손했다면, 이 유리창 파손 행위는 독립된 손괴죄를 넘어 전체 스토킹 범죄의 한 조각으로 결합됩니다.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
반면, 약 1개월의 간격을 두고 단 2회 접근한 사례처럼 시간적·방법적 밀접성이 부족한 경우에는 법률상 '반복성'이 결합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되기도 합니다.
🏢 이웃 간 '층간소음 갈등'도 스토킹이 될까?
최근 층간소음 분쟁 과정에서 위층을 향해 보복성 소음을 반복적으로 내거나 찾아가 소란을 피운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스토킹 범죄를 인정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했습니다.
다만, 모든 층간소음 항의가 처벌받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항의를 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가"를 엄격하게 따집니다.
정당한 문제 제기의 맥락을 벗어나 고의로 해악을 고지하거나(예: 밤늦은 시간 위층을 향해 크게 소리 지르기), 주거지 앞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등의 접근 행위가 밀접하게 반복될 때 비로소 범죄가 됩니다.
3. 사법 통계로 본 스토킹 처벌의 현주소와 법원의 고심
스토킹처벌법 제정 당시, 국회는 가해자를 최대 징역 3년(흉기 휴대 시 5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역시 일반 스토킹 범죄의 기본 권고 형량을 징역 6개월에서 1년으로 설정하는 등 처벌 기준을 정비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법원의 선고 현황을 보면, 대중의 엄벌 기대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통계가 나타납니다.
📊 스토킹 범죄 1심 선고 현황 통계 (2021년 10월 ~ 2026년 상반기 누적)
✔️실형 선고율: 2022년 22.7% → 2023년 17.3% → 올해 상반기 16.7% (지속적 감소 세)
✔️벌금형 비율: 2022년 22.5% → 올해 상반기 41.2% (지속적 증가 세)
✔️집행유예 비율: 매년 30% 안팎 유지
전체 형사사건의 1심 실형 선고율(33.6%)과 비교하면 스토킹 범죄의 실형률은 절반 수준이며, 기소된 가해자의 약 70~80%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잉 처벌 방지와 엄벌 요구 사이의 딜레마
이러한 통계를 두고 일각에서는 가벼운 처벌이 재범을 부른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하지만 사법부 입장에서는 '책임주의 원칙(죄질의 무게만큼만 처벌한다)'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재판에 넘겨진 사건 중에는 피해자의 일상을 완전히 파괴한 악질적인 스토킹도 있지만, 이웃 간의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우발적 다툼이나 연인 간의 일시적인 감정싸움 등 비교적 경미한 사안들도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소한 연락 시도나 항의 행위에까지 모두 징역형을 선고한다면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큽니다.
결국 현재의 통계는 "악질적 범죄는 격리하되, 경미한 사안은 벌금형으로 조율하려는 법원의 법적 고심"과 "초기 진압 실패가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회적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4. 초기 대응의 중요성과 강력범죄로의 발전 가능성
스토킹 범죄가 지닌 가장 까다로운 특성 중 하나는 초기 단계의 경미한 집착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을 경우, 폭행이나 상해 등 중대 강력범죄로 확대되는 '비약성'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처벌의 수위나 방식이 가해자의 집착을 꺾지 못할 때, 사법 처분 자체가 오히려 또 다른 보복의 도선이 되기도 합니다.
⚖️사례 A (재범 위험성과 법의 엄정함):
연기학원에서 알게 된 여성을 스토킹하여 벌금 70만 원을 선고받았던 A씨는, 처벌 이후에도 사법 체계를 경시하며 다른 피해자에게 82차례 메시지를 보내고 합성사진 유포 협박을 가했습니다. 법원은 가해자가 동일한 범행을 반복하고 죄질이 나빠졌다고 판단해 결국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사례 B (사법 처분 이후 보복 우려):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한 달간 255회 전화를 걸어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B씨는, 벌금형 처분에 앙심을 품고 피해자의 집 앞 계단에서 5시간을 기다린 끝에 돌로 피해자를 폭행하여 뇌진탕 상해를 입혔습니다. 법원은 보복상해 등의 혐의를 무겁게 보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이처럼 벌금형 위주의 처분이 일부 가해자에게는 범죄를 멈추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원망이나 보복 심리를 자극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5. 실질적 격리와 책임주의 사이의 균형: '잠정조치'
스토킹처벌법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피해자를 긴급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가해자의 접근을 금지하거나 정보통신망 연락을 제한하는 '잠정조치'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법 현장에서 각 조치 간의 인용률은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접근 금지 인용률: 94.4%
✔️전화·문자 금지 인용률: 94.6%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인용률: 38.9% (272건 중 106건만 인용)
단순한 연락 금지나 접근 금지는 인용률이 90%를 상회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은 3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를 두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더 적극적인 인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법원 입장에서는 기소나 형 확정이 되지 않은 미결 수 단계에서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법리적 판단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잠정조치의 실효성을 높이면서도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 정교한 가이드라인이 요구되는 지점입니다.
⚖결론: 감정의 문제가 아닌 '공적 위험'으로의 인식 전환
최근 법원 판례의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가해자의 주관적인 동기(관계 회복의 시도, 해명, 선처 호소라는 목적)를 사법적 판단에서 제외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미련'이나 '구애'로 포장되던 행위들이, 이제는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한 순간부터 평온을 침해하는 '공적 위험'이자 형사처벌 대상으로 구조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스토킹 범죄를 둘러싼 사법 통계와 현장의 갈등은 결국 두 가지 가치의 충돌을 보여줍니다.
✔️경미한 행위에 대한 과잉 처벌을 방지하고 법적 책임주의를 지키려는 사법부의 신중함
✔️초기의 집착이 강력범죄로 비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 격리를 요구하는 사회적 우려
스토킹 범죄가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닌 일상을 파괴하는 범죄라는 인식이 정착된 만큼, 앞으로는 사안의 경중을 더욱 정밀하게 걸러내어 경미한 갈등은 합리적으로 조율하되, 고위험군 가해자에 대해서는 잠정조치와 처벌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는 사법부의 균형 잡힌 결단이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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