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갤러리에 담긴 당신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 어제 SNS에 올린 평범한 일상의 사진 한 장. 이 무해한 기록이 단 몇 초 만에 타인의 비뚤어진 욕망을 채우는 성적 도구로 변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한 ‘딥페이크(Deepfake)’ 허위 영상물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전 연인, 직장 동료, 심지어는 교사까지 주변 지인들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여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이러한 범죄를 엄중히 처벌하기 위해 2020. 3. 24.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개정을 통해서 위 법률 제14조의2에서는 허위 영상물 등의 제작 및 반포 행위를 명확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위 법 조항의 구체적인 내용과 실제 판례를 통해 법원이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무엇을 처벌하나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는 타인의 얼굴, 신체, 음성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하는 행위(제1항)와 이를 반포하는 행위(제2항)를 엄격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먼저, 제14조의2 제1항은, ‘반포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 음성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하는 행위에 대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서의 핵심은 ‘반포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제14조의2 제2항은, 위와 같이 만들어진 허위 영상물 또는 그 복제물을 반포, 판매, 임대, 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 상영하는 행위에 대하여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제1항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14조의2 제3항은 만일 이러한 행위들에 ‘영리 목적’이 있었다면 7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합니다.
사실 법 조항만으로는 구체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실제 법원 판결에서는 어떤 행위들이 유죄로 인정되었는지를 살펴보면서 그 개념들을 알아보겠습니다.
2. “조잡해도 유죄” - 합성의 퀄리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허위 영상물’을 매우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인의 얼굴 사진을 포토샵이나 스마트폰 앱, 텔레그램 AI 봇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나체 사진이나 성관계 영상에 합성한 경우가 바로 허위 영상물에 해당합니다.
이때 가해자들은 흔히 "누가 봐도 합성인 줄 알 정도로 조잡하다"거나 "기술적으로 미완성이라 피해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곤 합니다. 하지만 법원의 시각은 명확합니다. 범죄의 성립 여부는 합성의 정교함이 아니라, 그것이 피해자에게 가하는 '인격적 모욕'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가해자는 무려 2,293개의 허위 영상물을 제작∙편집하였는데, 법원은 설령 합성 수준이 낮아 인위적인 느낌을 주더라도 그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주기에 충분하다면 허위 영상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제주지방법원 2023고합202 판결). 기술의 발전으로 범죄의 '양산'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조잡함은 더 이상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3. “반포할 생각은 없었어요”.... 법원의 판단은?
‘반포할 목적’은 범죄 성립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법원은 이 목적을 엄격하게 판단하면서도, 그 의도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정황상 인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법원은, 허위 영상물 등의 제작 당시 “반드시 반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반포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만드는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목적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여러 개의 허위 영상물을 만든 뒤 그중 일부라도 실제로 유포했다면 유포하지 않은 나머지 영상물에 대해서도 ‘반포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인 능욕’과 같이 타인에게 공유하거나 조롱할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범죄의 특성상, 단순히 개인 소장용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4. 어떤 행위가 반포일까요
법원은 ‘SNS 및 메신저 게시’, ‘전송 및 공유’, ‘웹사이트 업로드’ 등을 ‘반포’로 인정하였습니다.
텔레그램, 트위터(X) 등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SNS 계정이나 단체 대화방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거나 게시하는 행위, 특정인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1:1 메시지나 그룹 채팅방을 통해 허위 영상물을 전송하는 행위, 허위 영상물 공유 사이트에 파일을 업로드하는 행위 등이 반포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딥페이크 범죄의 가해자 중에는 합성물을 제3자에게 유포하는 대신 피해자 본인에게 전송하며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법리적인 미묘한 차이가 생깁니다. 법원은 이런 경우 성폭력처벌법상 '제공'이나 '반포'로 보지 않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2노2786 판결). 허위 영상물 등의 반포등 행위의 처벌은 '불특정 다수에게로의 확산 방지'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러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5. 마치며
딥페이크 성범죄는 단순한 장난이 아닌, 피해자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범죄입니다. 법원 역시 범행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하며 초범이라 할지라도 집행유예나 실형 등 중한 처벌을 내리고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삭제’키 한 번으로 없던 일이 될 수 없습니다. 수사기관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삭제된 증거까지 복원해 내고 있습니다. 만약 딥페이크 영상 제작이나 유포 혐의를 받고 있다면 사건 초기부터 변호사와 상담하여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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