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서울 여조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의 법률조언)
부장검사출신 박CLO는 법률사무소 고호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입니다.

저는 서울 여조부 부장검사로 재직하며 수많은 성범죄와 아동학대 사건을 지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 조금은 예민하지만 법리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판결 하나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교사와 제자 사이의 성적 접촉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형사적 유무죄를 가르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부산지방법원의 최근 판결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피고인은 고등학교에서 생물 수업을 담당하던 20대 여성 계약제 교사였습니다. 상대방은 16세 남학생이었는데 이 학생은 가정 내 아동학대 피해로 인해 비밀 전학을 온 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태였습니다. 검사는 교사인 피고인이 학생의 이러한 취약한 상태를 이용해 성적 학대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여 아동학대처벌법상의 성적학대행위로 기소했습니다.
일반적인 수사 기관의 시각에서 볼 때 교사와 제자라는 특수 관계와 피해 학생이 처한 불우한 환경은 성적 학대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 수사 단계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강도 높은 조사가 이루어집니다.
법원의 판단:
관계의 주도성과 성적 자기결정권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1심과 2심 모두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 그 핵심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두 사람의 관계가 일방적인 지배 관계가 아닌 대등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는 점입니다. 수사 과정에서 복구된 문자메시지 내역을 보면 학생이 먼저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고 남자친구가 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학교 밖에서 데이트를 즐기며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은 정황은 전형적인 연인의 모습에 가까웠습니다.
둘째, 성관계 과정에서의 주도성입니다. 법원은 피해 학생이 피고인의 집으로 찾아가기를 먼저 요구했고 성관계 당시에도 학생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두 번째 관계에서는 학생이 미리 피임 도구를 준비하는 등 계획적으로 행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아동학대 피해자가 보이는 전형적인 소극성이나 수동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셋째, 피고인의 방어적 태도입니다. 피고인은 학생의 성적 요구에 대해 초기에는 거부 의사를 밝히는 등 조심스럽게 대처했습니다. 사회 경험이 적은 초임 교사로서 이성으로 다가오는 학생의 요구를 모질게 거절하지 못한 채 받아들인 측면이 크다고 본 것입니다.
<부산지방법원 2023고단5272 판결>
계약직 교사인 피고인(여, 24세)과 피해아동(남, 16세)은 서로를 연인관계로 인식한 점, 성관계는 피해아동이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이성으로 접근하는 피해아동을 좋아해 무리한 성적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여조부 부장검사 출신 형사전문변호사의
법률 조언: 수사 현실과 대응 전략
검사는 이 사건에서 학생이 아동학대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피고인이 그의 심리적 결핍 및 성적 호기심을 이용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단순히 교사가 학생을 상대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만으로 교사에게 성적 학대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성적 학대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피해아동이 심리적으로 조종된 나머지 성적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검사는 피해자 입장을 고려하여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여 부에 대하여 다소 추상적으로 판단했지만, 최종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판사의 입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면 성적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수사 현실에서 이러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객관적인 물증 확보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대화 내역이었습니다.

당시의 감정과 관계의 흐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면 사법기관은 피해자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범죄나 아동학대 사건은 초기 대응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수사 기관의 논리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억울함 호소가 아닌 구체적인 증거와 치밀한 법리 해석이 필요합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수사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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