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서울 여조부장 검사 출신 변호사가 설명하는 성인지감수성의 의미와 한계)
부장검사출신 박CLO는 법률사무소 고호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입니다.

최근 한 기사를 접하며 참담한 심경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찾고자 했던 '진실'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다시금 절감합니다.

제가 검사 재직 시에도 경험한 것처럼 피해자가 세상을 떠나면 사건의 실체를 완벽히 규명하는 일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기에 그 안타까움은 더 큽니다.
이 사건을 보며 문득, 법조계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화두를 전면에 등장시켰던 과거의 한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논산 30대 부부 동반 자살 사건>으로 알려진 대법원 판례(2018도7709)입니다.

성인지 감수성의 의미와 한계
당시 사건의 피해자 부부는 1심과 2심에서 가해자에게 무죄가 선고된 지 3개월 만에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1, 2심은 피해자가 가해자와 3일 연속 만남을 가졌고, 사건 직전 남편과 일상적인 카톡을 나누었으며, 모텔 CCTV 영상에서 겁에 질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죠.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여기서 그 유명한 ‘성인지 감수성’의 원칙이 구체화되었습니다.

피해자다움에 대한 고정관념 타파: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맥락의 이해: 가해자는 피해자 남편의 고향 친구이자 조폭 출신으로, 남편의 사생아 문제를 빌미로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하며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외포)하고 있었습니다.
진술의 일관성: 하급심이 지적한 '이례적 정황'들에 대해 피해자는 나름의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았고, 그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되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증거판단이라 볼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가해자는 최종적으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진실은 결코 묻히지 않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제가 대법원과 1, 2심 판결문을 꼼꼼히 살펴봤지만, 피해자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피해자는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비위를 맞추거나 상황을 모면하려 했던 것뿐이었죠.
수사나 재판 영역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과 충돌한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강조한 핵심은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결코 가해자를 무조건 처벌하라는 뜻이 아니라, 경험칙의 범위를 '평균적인 피해자의 관점'으로 확장하여 증거를 엄정하게 평가하라는 요구입니다.

변호사로서 느끼는 '무거운 책임감'
형사 재판의 결론은 때로 한 사람의, 혹은 한 가족의 생명을 좌우합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겉으로 보이는 사건 이면의 진실을 포착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뼈저리게 느낍니다.
저는 검사 시절에 '내가 진실을 모른 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가장 컸습니다.

처리하는 사건이 늘어 경험이 쌓일 수록 두려움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두려움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직업적인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법조인으로서 수사나 재판 결과에 억울한 나머지 삶을 포기하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법률문제로 고민 중이시라면 법률사무소 고호를 찾아주십시요. 같이 고민하겠습니다.
상담하시기 전에 제 네이버 블로그 글을 읽어 보시면 형사 사건의 판단구조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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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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