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처벌법-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죄에 대한 이해 및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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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처벌법-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죄에 대한 이해 및 대응 

이기영 변호사

출퇴근길 '지옥철'이나 만원 버스에서 의도치 않게 타인과 신체가 닿아 당황하거나, 불쾌한 접촉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많은 분들이 단순히 사람이 많아서 생긴 해프닝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법적으로는 성폭력처벌법상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이라는 엄연한 성범죄로 다뤄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성폭력처벌법상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이하 ‘공중밀집장소추행죄’라고 하겠습니다)에 대해 그 성립 요건은 무엇인지, '밀집'의 의미가 어디까지인지, 성적인 목적이 없어도 처벌되는지 등 핵심 쟁점을 판례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란?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조항은 혼잡한 틈을 타 이루어지는 범행 특성상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기 어렵고,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폭행이나 협박이 없이 행한 추행이라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밀집 장소’는 사람이 없어도 성립될 수 있습니다.

흔히 밀집하는 장소라고 하면 '콩나물시루'처럼 발 디딜 틈 없는 곳만 해당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란 ‘현실적으로 사람이 붐비는 곳뿐만 아니라, 공중의 이용에 상시적으로 제공·개방된 상태에 놓여 있는 곳 일반​’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9도5704 판결).

이러한 폭넓은 해석의 근거는 법 조문에 있습니다.

​위 조항에서 ‘밀집한’ 장소가 아닌, ‘밀집하는’ 장소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의 혼잡도보다는 장소의 성격 자체가 ‘공중의 이용에 상시적으로 제공·개방’ 되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입법 의도를 반영하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건이 발생한 순간에 그 장소에 사람이 많고 적음은 범죄 성립의 결정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즉 심야 시간에 한산한 영화관이더라도 이 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찜질방 수면실, 영화관 내 상영관, 대형쇼핑몰 내 카페와 같은 장소들도 모두 공중밀집장소로 인정했습니다.

가장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인데요, “나는 성욕을 채우려던 게 아니다”라고 주장을 해도 법적으로는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성적 목적이 필수일까? → NO!!!!

법원은 추행의 고의(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신체 접촉을 한다는 인식)만 있으면 충분하며,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즉 ‘실수로 인한 접촉’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불쾌한 신체 접촉을 한다는 인식만 있으면 충분하며, 이를 통해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주관적인 동기나 목적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신체 접촉이 없었다면?

경우에 따라 성립 직접적인 터치가 없더라도 추행이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실제 판례(서울동부지방법원 2018고단4060 판결)에서, 피고인이 카드를 일부러 떨어뜨리고 줍는 척하며 피해자의 치마 속을 머리 들이밀어 훔쳐본 행위를 추행으로 인정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충분히 공중밀집장소의 일반적 특성을 이용하여 일반여성에게 성적 수치심,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피해자들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습니다.

또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1도7538 판결)에서도 피해자의 뒤에서 몰래 소변을 본 행위도 추행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기도 하였습니다.

피해자가 불쾌감을 못 느꼈어도 '추행'일 수 있습니다.

‘추행’이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법원은 추행 여부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주관적인 감정이 아닌, '일반인'의 객관적인 관점을 기준으로 삼습니다(대법원 2015도7102 판결 등).

​따라서 피해자가 당시에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못했더라도, 그 행위 자체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였다면 추행죄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잠들어 있거나, 당시에는 당황해서 수치심을 즉시 느끼지 못했더라도 범죄는 성립합니다.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행위였다면, 피해자가 실제로 수치심을 느꼈는지와 무관하게 범죄는 성립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위에서 언급한 대법원 2021도7538 판결)에서, 피고인이 놀이터 의자에 앉아 통화하던 피해자 뒤로 몰래 다가가 소변을 본 사건에서, 피해자는 집에 돌아갈 때까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대법원은 행위 당시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그 행위 자체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응 방안

공중밀집장소추행죄로 기소가 되어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벌금형이라 하더라도 신상정보 등록(최소 10년), 취업 제한(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등의 보안처분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순간의 실수나 오해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혼잡한 장소일수록 타인에 대한 배려와 신체 접촉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만약 억울하게 연루되었거나 피해를 입었다면, 초기부터 CCTV나 목격자 등 객관적 정황 증거를 확보하여 법률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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