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처벌법-성적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죄의 이해 및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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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처벌법-성적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죄의 이해 및 대응 

이기영 변호사

술에 취해 실수로 이성 화장실에 들어갔거나, 호기심에 출입이 제한된 장소에 들어갔다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상담 요청이 종종 들어옵니다.

​많은 분이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었으니 별일 아니겠지", "몰래카메라를 찍은 것도 아닌데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이는 성폭력처벌법상 '성적목적다중이용장소침입죄' 라는 엄연한 성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 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왜 초기 대응이 중요한지 판례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어떤 경우에 처벌받나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에는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목욕장, 탈의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죄로 기소되어 유죄가 확정되면 형사 처벌뿐만 아니라 신상정보 등록, 취업 제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등 보안처분이 뒤따를 수 있어 사회적 불이익이 매우 큽니다.

이 죄는 단순히 다중이용장소에 칩입하거나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한 경우에만 처벌될 수 있습니다.

'성적 욕망'의 범위는 상상 이상으로 넓다.

'성적 욕망'이라고 하면 보통 다른 사람을 훔쳐보거나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 등 직접적인 추행만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성적 욕망'을 매우 폭넓게 해석하고 있고, 행위자 본인의 심리적 만족감까지도 '성적 욕망'의 일부로 판단합니다.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에 해당하는 행위들을 살펴보면, 다른 사람이 용변을 보거나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훔쳐보거나 촬영할 목적은 당연히 포함됩니다.

​단순히 다른 사람이 용변 보는 소리를 듣거나 특정 장면을 상상하며 성적 만족을 얻으려는 경우도 해당하고, 직접적인 성행위 목적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됩니다.

실제 사례(광주지방법원 2021구합13322 판결)를 보면, 교사가 여장을 한 채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그 사진을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사안에서, 교사는 이런 자신의 행위가 성적 욕망이 아닌 '성적 정체성의 혼란'과 온라인에서의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교사가 "사람들이 여자화장실인 것을 알면 더 좋아한다"고 진술한 점에 주목하며 그의 행위가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욕망을 유발함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즉 '성적 욕망'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성적 정체성 문제를 내세웠음에도 금지된 공간을 선택하여 얻는 심리적 만족감 자체를 성적 욕망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이 외에도 법원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다른 사람이 용변 보는 소리를 들으며 성적 만족을 얻으려 한 행위, 상대방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행위들을 모두 '성적 목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 판결들은 법의 초점이 타인에 대한 직접적인 가해 행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보호되는 공간의 신뢰를 깨고 어떤 형태로든 개인의 성적인 혹은 심리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의도'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다중이용장소'의 범위는 의외로 좁다.

'성적 욕망'의 범위가 매우 넓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조항이 적용되는​ '다중이용장소'의 범위는 엄격하게 해석​됩니다. 법적으로 아무 공공장소 모두가 이 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에 따르면, 여기서 규정하는 '다중이용장소'는 '그 장소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성기나 가슴 등 신체의 주요 부위를 노출하는 것이 수반되고, 그로 인해 성별에 따라 출입이 제한되는 장소' 여야 합니다.

​이러한 엄격한 기준은 '죄형법정주의'라는 헌법 원칙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불명확한 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하여 처벌의 범위를 넓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원칙 때문에 법원은 '다중이용장소'의 개념을 매우 신중하게 해석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기준 때문에 이 죄가 성립하지 않은 사례들도 있습니다.

​실제 사례(수원지방법원 2018고단5590 판결, 광주지방법원 2024노4 판결)를 보면, 피고인(남성)이 팬티만 입은 채 슈퍼마켓에 들어가 돌아다닌 사건에 대해, 슈퍼마켓이 '신체 주요 부위 노출이 수반되는 장소'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피고인(남성)이 일반 의류 매장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불법 촬영했지만, 매장 자체가 다중이용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에 불법 촬영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고 장소 침입 혐의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즉, 슈퍼마켓, 일반 상점,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등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곳이지만, 화장실이나 탈의실처럼 신체 노출을 전제로 하는 공간이 아닌 경우에는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현장에 다른 사람이 없어도 범죄가 성립한다.

가장 오해하기 쉬운 부분 중 하나는 이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 현장에 반드시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화장실이 텅 비어 있었고, 누구도 훔쳐보거나 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범죄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범죄를 '위험범(危險犯)'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험범'이란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법익을 침해할 '위험' 자체를 처벌하는 범죄를 의미합니다.

이 범죄의 보호법익은 '다중이용장소의 평온'과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사적인 공간에 대한 신뢰'인데, 실제 다중이용장소를 이용하는 누군가가 없었더라도 위 장소에 침입하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보호법익인 다중이용장소의 평온이나 사적인공간에 대한 신뢰에 대한 침해의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정1640 판결)를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나체 사진을 스스로 촬영할 목적으로 지하철 내 남자화장실에 들어간 사안에서, 비록 그의 행위는 자기 자신을 향했고 처음에는 화장실에 다른 사람도 없었지만, 법원은 성적인 목적을 가지고 그 공간에 들어간 순간 이미 범죄가 성립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성적인 목적을 가지고 출입이 금지된 장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이미 범죄는 완성된 것으로 봅니다.

이는 법이 행위의 결과보다 행위자의 '의도'와 그 의도가 사회적 약속을 침해했다는 사실 자체를 얼마나 중대하게 보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마치며

억울한 혐의, 혹은 선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변호인의 조력이 필수입니다.

정말 실수로 들어갔거나 성적 목적이 없었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정황 증거가 필요합니다.

​수사기관은 단순히 "호기심이었다", "급했다"는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법적으로 '다중이용장소'에 해당하는지 법리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와 반대로 혐의가 명백하다면 기소유예나 벌금형 등 최대한의 선처를 구해야 합니다.

​특히 공무원이나 교원의 경우, 이 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을 위험이 매우 큽니다. 피해자 합의, 재범 방지 노력, 치료 내역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재판부를 설득해야 합니다.

성적목적다중이용장소침입죄는 초범이라도 죄질에 따라 실형이 선고되거나 신상정보가 등록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혼자서 "별거 아니다"라고 판단하여 대응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사건 초기부터 성범죄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와 상담하여 자신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대응 전략을 세우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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