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연인이나 주변인 사이에서 발생하던 집요한 연락, 혹은 이별 후의 집착은 '지나친 관심'이나 '사적인 갈등'이라는 이름으로 치부되며 사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사법부는 인간관계의 단절권을 법적으로 승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상대방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모든 괴롭힘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최근 축적된 판례들은 비대면 디지털 접촉부터 일상적인 물리적 갈등에 이르기까지 그 외연을 매우 엄격하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최근 판례 경향을 바탕으로 벨소리와 부재중 전화의 스토킹 성립 여부, 지속성과 반복성의 평가 원리, '정당한 이유'의 경계선, 그리고 강력한 공권력의 제재인 '잠정조치'까지 철저하게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스토킹처벌법의 탄생 배경과 처벌 수위
언론에서 흔히 '교제살인'이라고 부르는 강력 범죄들의 극단적인 전조 증상이 바로 스토킹입니다. 사법부가 스토킹을 단순한 경범죄가 아닌 중대한 형사 범죄로 다루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양상을 띠는 스토킹 가해자는 남성이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전체적인 통계를 살펴보면 가해자의 성별 비율에는 의외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여성 가해자의 경우 물리적인 강도나 직접적인 폭력성은 덜할지 몰라도, 정신적으로 상대를 고립시키는 집요함에 있어서는 더욱 강한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실제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요? 법원 실무 통계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벌금형 처분: 전체 스토킹 범죄의 약 40% ~ 45%
* 징역형 실형 선고: 전체 스토킹 범죄의 약 16% ~ 17%
나머지는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되며, 전체적으로 벌금형과 집행유예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안이 중대하거나 공권력의 경고를 무시할 경우 실형의 가능성 역시 결코 낮지 않습니다.
2. 벨소리와 부재중 전화, '도달'에 대한 판례의 진화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다)목은 정보통신망이나 전화를 이용해 음향, 글, 부호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오랜 기간 가장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졌던 지점은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도 처벌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① 정보통신망법과 스토킹처벌법의 결정적 차이
과거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상대방이 받지 않아 수신기에 울린 '벨소리' 자체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직접 송신된 음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4도7615 판결).
그러나 2023년 대법원(2022도12037 판결)은 스토킹처벌법의 취지에 맞춰 완전히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피고인이 전화를 걸어 상대방의 휴대전화에 벨소리를 울리게 하거나 화면에 '부재중 전화' 문구를 남기는 행위 그 자체를 상대방에게 '글과 부호'를 도달하게 한 행동으로 본 것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통화를 수락하지 않았더라도 스토킹 범죄가 성립합니다.
② 기술적 수신 차단 상태에서의 발신 행위
더욱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번호를 차단했을 때"의 성립 여부입니다. 피해자가 수신 차단 기능을 사용하여 벨소리가 울리지 않았더라도, 스마트폰 통화 목록에 기록된 '자동 거절된 전화' 표시가 남았다면 이 역시 스토킹이 성립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법원이 기수 여부를 물리적인 연결(통화 성공)이 아니라, 피해자가 느끼는 '정신적 침해'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신 차단이라는 피해자의 방어 기제마저 무력화시키며 지속적으로 발신을 시도하는 행위 자체가 피해자의 일상적 평온을 깨뜨리는 강력한 공포의 원천이 된다고 공인한 셈입니다.
③ 예외적인 경우: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및 상태 메시지
다만 판례는 '도달'의 개념을 무제한으로 확장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이나 상태 메시지를 변경한 행위는 스토킹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피해자에게 자동으로 알림이 가는 구조가 아니라, 피해자가 능동적으로 가해자의 프로필을 찾아보아야만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사법부는 이를 특정인을 조준한 스토킹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관종끼" 있는 행위로 분류하며 법리적으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3. 개별 행위가 경미해도 유죄? '지속성'과 '반복성'의 계산법
스토킹처벌법은 개별 행위 하나하나의 위법성보다는, 그 행위들이 사슬처럼 엮여 있는 '연결성'에 주목합니다. 많은 가해자가 "나는 전화를 딱 한 번밖에 안 했다", "집 앞에 찾아간 건 한 번뿐이다"라며 억울해하지만, 법원의 계산법은 다릅니다.
[판례의 혼합적 평가 원리]
* 집 앞에서 기다린 행위 (1회)
* 길에서 따라다닌 행위 (1회)
* 전화를 걸어 연락한 행위 (1회)
➡개별적으로는 단 1회씩이라 지속성이 없어 보이지만, 이를 모두 합치면 총 3회의 '지속적·반복적 스토킹 행위'가 완성됩니다.
🤝 행위 유형의 혼합적 평가 사례
실제 판례 중에는 이혼한 전처의 미용실 유리를 파손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유리창을 깬 행위 자체는 형법상 '재물손괴죄'에 불과하지만, 이 행위를 전후하여 피해자에게 수십 차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시도한 정황이 결합하자 법원은 이를 단절된 별개의 사건이 아닌 '스토킹범죄'라는 하나의 거대한 포괄적 범죄로 묶어 처벌했습니다. 가해자의 범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 시간적·공간적 근접성의 한계
반면, 뒤에서 설명할 층간소음이나 금전 정산처럼 다툼의 '정당한 이유'가 섞여 있는 사안에서는 반복성을 훨씬 더 까다롭게 검토합니다. 만약 단 2회의 접근이 한 달이라는 긴 시간적 간격을 두고 발생했거나, 피해자가 "오지 말라"고 거부하자 가해자가 2분 이내에 즉시 퇴거하는 등 곧바로 물러났다면, 이를 일련의 반복적 행위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기도 합니다. 단순한 감정적 불쾌감과 법적 처벌 대상인 공포심을 엄격히 구분하겠다는 사법부의 균형 감각입니다.
4.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정당한 이유'의 경계선
스토킹처벌법 위반을 조각할 수 있는 주요 사유 중 하나는 바로 행위의 '정당한 이유'입니다. 판례는 아무리 가해자의 동기가 정당하더라도 그 방법이 사회통념을 벗어나 부적절하면 처벌하지만, 동기 자체가 매우 불가피했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무죄를 선고합니다.
⚖️ 판례가 인정한 '정당한 이유' 대표 사례
*식당 금전 정산(채권 추심)의 경우:
식당 운영과 관련해 명백히 정산할 돈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연락을 일방적으로 차단하여 직접 대면하는 것 외에는 유일한 해결책이 없었던 사안에서는 스토킹의 고의를 부정했습니다. 특히 대등한 지위에 있는 동성 간의 갈등이었고, 물리적으로 피해자가 우위에 있었다면 불안감 유발의 개연성을 낮게 봅니다.
*성병 감염 및 임신 책임 요구:
성관계 이후 뒤늦게 성병 감염 사실을 알게 된 피고인이, 책임을 회피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상대방에게 치료비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주거지를 2회 찾아간 사례에서 법원은 '정당한 이유'를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처럼 성병 감염, 임신, 금전 채무 등의 문제로 남녀 관계에서 스토킹 고소가 발생하는 일은 실무상 매우 빈번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명심해야 할 기준은 "행위의 정도"에 있습니다. 아무리 정당한 권리 행사나 항의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빈도가 사회통념상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고 지속·반복적이었다면 결국 스토킹 범죄의 칼날을 피할 수 없습니다.
5. 공권력의 강력한 경고, '잠정조치'와 가중처벌
스토킹 범죄로 고소를 당했을 때 가해자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처벌 단계는 바로 법원의 '잠정조치' 명령입니다. 사법부의 잠정조치 명령을 직접 수령하고도 이를 위반하여 재차 접근하거나 연락하는 행위는 법치주의와 공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되어 단순 스토킹보다 훨씬 무겁게 다뤄집니다.
잠정조치 위반죄 자체만으로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게 되며, 기존 스토킹 혐의와 경합되는 순간 실무적으로 "기소유예는 물건너갔다"고 판단해야 합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고소와 동시에 청구할 수 있는 법원의 잠정조치 강제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6. 피해자를 위한 변호사적 시각의 법률 제언
만약 현재 누군가로부터 지속적인 계정 생성, 모욕적 문언 전송, 차단을 우회한 연락에 시달리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감정적 갈등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비밀침해죄 등), 형법상 명예훼손 및 협박죄, 그리고 스토킹처벌법이 복합적으로 경합하는 명백한 형사 범죄 사안입니다.
가해자는 스스로 멈추지 않습니다:
스토킹은 자발적인 중단을 기대하기 어려운 '집착형 범죄'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입니다. 가해자가 계속 범행을 이어가는 이유는 법률적 해결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피해자가 국가 형벌권이라는 강력한 제재 수단을 아직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속한 구제 방안:
사이버 스토킹 사안은 계정 생성 이력, 메시지 로그, IP 접속 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매우 용이합니다. 따라서 혼자서 고통받으며 침묵하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고소장을 접수함과 동시에 '잠정조치 및 긴급응급조치'를 신청하여 사법 시스템의 보호망 안으로 즉시 진입하는 것이 상황을 가장 확실하게 종결짓는 길입니다.
7. 맺음말: 법치주의가 수호하는 '일상의 평온'
디지털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사법부가 부재중 전화 기록이나 자동 거절 기록까지 스토킹 처벌 범위에 포함시킨 것은 기술의 진보에 발맞춘 당연한 법리적 진화입니다.
결국 스토킹 판례의 흐름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사랑해서 그랬다", "미련이 남아서 해명하려 했다", "내 돈을 돌려받으려 했다"는 식의 가해자 중심적인 주관적 변명은, 상대방의 일상을 파괴하는 반복적 행위 앞에서는 더 이상 유효한 방어권이 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이 거절의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다면 그 관계는 법적으로 단절된 것이며, 이를 침해하는 순간 사법부는 '일상의 평온'을 수호하기 위해 엄격한 형벌을 내릴 것입니다. 스토킹 범죄의 위험성에 직면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법이 부여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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