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과 부모의 민사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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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과 부모의 민사적 책임 

김혜주 변호사

최근 무인으로 운영되던 PC방에 중학생들이 침입해 소화기를 분사, 수천만 원의 재산 피해를 입힌 사건이 공론화되었습니다. 가해 학생들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과 "그쪽이 내 부모도 아닌데"라며 적반하장으로 대응한 태도가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습니다.

"형사처벌도 안 되는데, 억울한 사장님은 피해 보상을 받을 길이 없는 걸까?" 많은 분이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형사 책임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은 가능하며, 그 책임은 부모에게 물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계기로 촉법소년의 법적 지위와 피해자 구제를 위한 부모의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법률과 판례를 통해 명확히 알아보겠습니다.

1. 사건의 재구성: 소화기 테러와 적반하장

  • 사건 발생: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심야 무인 PC방에 상습적으로 무단출입하다, 매장에 비치된 분말 소화기를 내부 전체에 무차별적으로 분사했습니다.

  • 피해 상황: 소화기 분말로 인해 PC 10여 대의 부품이 부식되는 등 수천만 원의 재산 피해와 영업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 법적 쟁점: 가해 학생들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해당하여, 점주는 형사 고소를 통한 즉각적인 처벌이나 배상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 사건의 전환: 언론 보도로 사건이 공론화되자, 가해 학생의 부모가 "자식 교육을 잘못 시켰다"며 공개적으로 사죄하고 피해액 전액을 보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2. 법적 쟁점 1: '촉법소년', 정말 아무 처벌도 받지 않나?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법 개정 논의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 형사 책임 면제 (형법): 우리 형법은 만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형법 제9조). 책임 능력이 없다고 보아 전과가 남는 형사처벌은 부과하지 않는 것입니다. (강동욱, 『강의 형법총론』, 박영사(2021년), 193-194면))

  • 보호처분 대상 (소년법): 그러나 아무런 제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촉법소년)은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 대상이 됩니다. 법원은 사안에 따라 사회봉사, 수강명령, 보호관찰, 그리고 최대 2년간 소년원 송치 등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는 처벌이 아닌 교화와 교육을 목적으로 합니다. (천주현, 『시민과 형법』, 박영사(2019년), 495-497면), 오영근 외 15인, 『소년법: 조문해설서』, 박영사(2021년), 43-44면))

3. 법적 쟁점 2: 부모의 '감독 의무'와 손해배상 책임 (민법)

형사처벌과 별개로, 피해자가 입은 금전적 손해는 민사소송을 통해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민법과 판례는 미성년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한 부모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1) 자녀가 책임 능력이 없는 경우 (민법 제755조)

나이가 어려 자신의 행위가 위법함을 판단할 지능이 없는 미성년자(책임무능력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부모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2) 자녀에게 책임 능력이 있는 경우 (민법 제755조)

이번 사건처럼 중학생 정도가 되어 스스로의 행위에 책임을 변식할 지능(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에도 부모의 책임이 면제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라 하더라도, 그 손해가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부모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부모가 자녀를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보호·교양할 의무를 지므로, 자녀가 타인에게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일상적으로 지도·조언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 사건처럼 학생들이 상습적으로 특정 장소를 아지트처럼 이용하며 비행을 저지른 것은 부모의 보호·감독 의무가 소홀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한마디

이번 'PC방 테러' 사건의 피해 점주는 가해 학생들은 물론, 그 부모를 상대로 PC 수리 및 교체 비용(재물손괴)과 PC방을 운영하지 못한 기간의 영업 손실(일실수익) 등 전체 손해액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가해 학생 부모가 언론 보도 이후 즉각 사죄하고 피해액 전액 변제를 약속한 것은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가장 현명한 대응이었습니다. 만약 이를 거부했다면, 피해자는 소송을 통해 부모의 감독자 책임을 물어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촉법소년' 제도가 형사적 책임을 면제해 줄지는 몰라도, 그 행위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민사적 책임까지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자녀의 잘못은 결국 부모의 책임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우리 법과 판례는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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