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과 장애학생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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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체험학습과 장애학생의 권리 

김혜주 변호사

최근 현장체험학습 당일 늦잠을 잔 중학생의 학부모가 학교에 택시비를 요구하고, 자녀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민원을 제기한 사건이 알려져 많은 논의를 낳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감정적인 접근을 넘어 법적인 관점에서 각 주체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①교사의 보호·감독의무는 어디까지인지,

②장애 학생에 대한 학교의 배려 의무는 무엇인지

③학부모가 요구한 택시비를 학교가 부담할 법적 근거가 있는지입니다.

실제 판례와 법규를 통해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교사의 보호·감독의무, 학생의 '집'까지 미치지는 않는다

학부모가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아이가 혼자 이동하게 만들었다"는 점, 즉 교사의 보호·감독의무 위반입니다.

하지만 법원이 인정하는 교사의 보호·감독의무는 무한정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교사의 감독의무가 "학교 내에서의 학생의 전 생활관계에 미치는 것이 아니고,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및 이와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에 한한다"고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고가 "학교생활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또는 예측가능성(사고발생의 구체적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교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313 판결 참조).

이를 이번 사건에 적용해 보면, 현장체험학습 자체는 '교육활동'에 해당하지만, 활동이 시작되기 전인 각자의 가정에서 집결지까지 이동하는 과정은 원칙적으로 학생과 보호자의 책임 영역에 속합니다. 교사가 학생의 기상 시간까지 관리하거나, 모든 학생이 가정에서 집결지까지 오는 전 과정을 일일이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법적으로 요구되는 의무의 범위를 넘어섭니다. 학생이 늦잠을 자는 것은 교사가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예측가능한 위험'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학생이 늦잠을 자 제시간에 집결하지 못한 것을 교사의 보호·감독의무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2. ADHD 학생에 대한 배려, 어디까지가 '정당한 편의'일까?

학부모는 자녀가 ADHD를 앓고 있음에도 학교가 이를 배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와 관련된 쟁점입니다.

법원은 학교 폭력 사건 등에서 ADHD 등 발달장애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학교 측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 점"을 지적하는 등 장애 학생에 대한 특별한 배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4. 6. 11. 선고 2013가단4410 판결 참조).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요구하는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합리적인 조치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217421 판결), 시험 시간 연장, 학습 보조 인력 지원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가 요구하는 '모닝콜'이나 '지각 시 택시비 지원'과 같은 요구가 과연 '정당한 편의'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을까요? 이는 교육활동 참여를 위한 본질적인 지원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사정(늦잠)을 해결하기 위한 사후적·금전적 요구에 가깝습니다. 학교가 모든 장애 학생의 개인적인 기상 시간이나 등교 준비 과정을 관리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학교가 택시비를 지원하지 않은 것을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보기는 힘듭니다.

3. 택시비, 학교 예산으로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

현장체험학습에 드는 비용은 학부모가 부담하는 '수익자부담경비'로서, 학교는 사전에 계획된 목적과 항목에 따라서만 이 예산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립학교법 및 관련 회계규칙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되는 '교비회계'에 해당합니다(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21. 11. 10. 선고 2021고정125 판결 참조).

학생 개인의 사정으로 발생한 택시비는 사전에 계획된 교육활동 경비가 아니므로, 학교가 이를 교비에서 임의로 지출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만약 학교가 이 돈을 지급한다면, 이는 다른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예산을 부당하게 전용하는 것이 되어 오히려 회계 부정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론: 법적 책임과 별개로 '소통'이 먼저다

법적으로만 본다면, 이번 사건에서 학교 측에 택시비를 배상할 책임이나 보호·감독의무를 위반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법적 잣대를 떠나, 장애 학생을 키우는 학부모의 어려움과 교육 현장의 고충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학부모는 학교에 법적 책임을 추궁하기에 앞서 자녀의 특성과 필요한 지원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소통하고 협조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학교 역시 장애 학생의 상황을 좀 더 세심하게 살피고 학부모와 긴밀히 소통하려는 노력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법적 다툼보다는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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