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21] 7대 제분사의 밀가루 담합으로 공정거래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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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21] 7대 제분사의 밀가루 담합으로 공정거래 위반 

김성진 변호사



7대 제분사의 밀가루 담합으로 공정거래 위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국내 주요 제분업체들의 밀가루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였습니다. 밀가루는 라면, 빵, 과자, 국수 등 국민 식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기초 식재료인 만큼,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업 간 담합을 넘어 소비자 부담과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7대 제분사의 공정거래 위반 배경과 방식, 그리고 사회적 문제가 된 이유를 정리해 드립니다.

1. 밀가루 시장에서 시작된 경쟁과 담합

역설적이게도 담합의 시작은 치열한 시장 경쟁 때문이었습니다. 2018년 말, (대한제분)이 대형 식품업체인 농심에 최저가를 제시해 상당한 물량을 확보하면서 시장 경쟁이 급격히 심화되었습니다. 이에 경쟁사인 (사조동아원)이 대리점과 거래처를 대상으로 파격적인 할인 정책을 펼치며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당시 제분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벌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결국 일부 업체들 사이에서 경쟁을 줄이고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서로에게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19년 11월경 시장점유율 상위 업체 임원들이 만나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적정 가격 및 물량을 확보하자는 취지의 합의를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 6년 가까이 이어진 조직적인 담합

이번 사건은 매우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담합이 이루어졌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담합 기간 동안 대표자급과 실무자급 회의가 수십 차례 진행되었으며, 임원들이 큰 방향을 정하면 실무진이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업체들도 전화나 개별 연락을 통해 정보를 공유받으며 담합에 동참했습니다.

초기에는 일부 대형 거래처를 중심으로 담합이 이뤄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대상이 확대되었습니다. 농심, 팔도 등 대형 식품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거래처와 대리점까지 포함되었고, 결국 밀가루 전 제품군으로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특정 거래에서의 가격 협의를 넘어 시장 전반의 경쟁을 제한한 행위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큽니다.

3. 가격 인상은 빠르게, 인하는 최대한 늦게

담합 과정에서 업체들이 활용한 대표적인 방식은 국제 원맥 가격의 변동성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밀가루의 주요 원재료인 원맥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근거로 판매 가격을 빠르게 올렸습니다. 반면, 국제 시세가 하락했을 때는 가격 인하 폭을 최소화하거나 인하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방식으로 수익을 유지했습니다.

정상적인 경쟁 시장이라면 원재료 가격이 하락할 때 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벌여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만, 담합이 이루어진 시장에서는 이러한 경쟁 압력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원가 상승 부담은 즉시 떠안았지만, 원가 하락에 따른 혜택은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4. 적발을 피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

업체들은 공정위의 감시망을 피하려는 전략도 취했습니다. 모든 회사가 같은 날 동시에 가격을 올리면 담합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가격 인상 시점을 며칠씩 다르게 조정했습니다. 외견상으로는 각 회사가 독립적으로 가격을 결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전에 가격 인상 계획을 공유하고 일정까지 긴밀하게 조율한 것입니다. 또한 일부 업체들은 대형 거래처와의 협상 진행 상황이나 가격 정책 정보를 경쟁사로부터 전달받으며 대응 전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5. 정부 지원금 수령 기간에도 지속된 담합

특히 이번 사건은 정부 지원금을 받는 기간에도 담합이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2022년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밀가루 가격 안정을 위해 약 471억 원 규모의 지원 사업을 시행했습니다. 제분업체가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 폭을 최소화하면 정부가 비용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보전해 주는, 국민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 사업 시행 시기와 자신들의 가격 인상 계획을 함께 검토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으면서도 담합을 통해 가격을 높게 유지했고, 이는 국민 세금이 소비자 부담 완화가 아닌 기업의 수익 보전에 활용되었다는 비적격성 논란과 비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6. 담합으로 인한 밀가루 가격 상승률과 여파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담합이 시작된 시점과 비교해 밀가루 판매 가격은 2019년 말 대비 2022년 하반기에 제품에 따라 최소 38%에서 최대 74% 수준까지 인상되었습니다.

물론 이 시기에는 국제 원맥 가격 상승이라는 외부 요인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제분사들의 인위적인 경쟁 제한 행위가 시장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입니다. 특히 밀가루는 다양한 식품의 필수 원재료이기 때문에, 이러한 가격 상승은 라면, 제과, 제빵, 외식업 등 전방 산업 전반에 연쇄적인 물가 상승 압박을 주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7.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재와 시정명령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매우 중대한 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7개 제분사에 총 6,71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는 국내 담합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다음과 같은 강도 높은 시정명령을 함께 내렸습니다.

독자적인 가격 재결정 명령은 담합 이전의 경쟁 질서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가격을 재산정하고 그 근거를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향후 가격 변경 내역 보고 의무

재발 방지 교육 실시 및 담합 여부 자체 조사

관련자 징계 규정 마련

요약 및 시사점

시장경제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입니다. 기업 간의 건전한 경쟁은 소비자에게 더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번 7대 제분사의 밀가루 담합 사건은 경쟁이 사라졌을 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식품 원재료 시장의 투명성이 강화되고, 소비자들이 공정한 시장 가격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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