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못 받을 때 사기죄 성립 요건 — 단순 미반환과의 차이
전세보증금 못 받을 때 사기죄 성립 요건 — 단순 미반환과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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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공갈임대차

전세보증금 못 받을 때 사기죄 성립 요건 — 단순 미반환과의 차이 

강대현 변호사

전세 계약 만기가 됐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누구나 "이거 전세사기 아닌가, 형사고소를 할 수 있나"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됩니다. 그런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2025년 3월 사기죄 법정형이 크게 올라 처벌 수위는 무거워졌지만, 정작 '어떤 경우가 형사상 사기인지'를 가르는 기준은 예전과 동일합니다. 이 글에서는 단순한 보증금 미반환과 형사 처벌 대상인 전세사기가 어디에서 갈리는지, 고소를 결심하기 전에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보증금을 못 받으면 곧바로 사기죄가 되나 — 단순 미반환과의 경계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점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결과'와 '형사상 사기죄의 성립'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 즉 임대인이 반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 해당합니다. 이때 임차인이 쓸 수 있는 정상적인 카드는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이나 임차권등기명령 같은 민사 절차이지, 곧바로 형사 고소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기죄로 처벌하려면 임대인이 '계약을 맺을 당시부터' 임차인을 속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집값 하락이나 후순위 권리관계 악화처럼 계약 이후에 예상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반환이 어려워진 경우라면, 결과적으로 보증금을 못 돌려주더라도 처음부터 속일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즉 "지금 못 돌려준다"가 아니라 "처음부터 돌려줄 의사나 능력 없이 속였는가"가 사기죄의 출발점입니다.

보증금을 못 받은 것은 1차적으로 민사 문제이며, 형사 사기죄는 '계약 당시의 기망'이 입증될 때 비로소 성립합니다.

2025년 3월 사기죄 법정형 상향 — 무엇이 달라졌나

처벌 수위 측면에서는 최근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법정형이 종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되어 2025년 3월 18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와 준사기죄의 법정형도 함께 올랐습니다.

여기에 누범 등 가중 사유가 더해지면 사기죄로 최대 징역 30년까지 선고가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피해 규모가 큰 전세사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수 있는데,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더 무겁게 처벌됩니다.

다만 이렇게 처벌이 강화됐다고 해서 사기죄의 '성립 요건'까지 완화된 것은 아닙니다. 형량이 올랐다는 것은 사기죄로 인정될 경우의 결과가 무거워졌다는 의미일 뿐, 어떤 사안을 사기로 볼 것인지의 기준은 여전히 종전 판례 법리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사기죄의 핵심 — 계약 당시의 '기망행위'와 '편취의 범의'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임대인의 기망행위, 그로 인한 임차인의 착오, 착오에 기한 처분행위(보증금 교부), 그리고 임대인의 편취의 범의가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중 전세 사건에서 가장 자주 다툼이 되는 것이 '기망행위'와 '편취의 범의'입니다.

기망행위란 단순히 좋은 말로 설득한 것을 넘어, 보증금 반환 가능성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실을 거짓으로 말하거나, 마땅히 알려야 할 위험을 숨긴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이미 선순위 근저당과 다른 보증금 합계가 집값을 넘어선 이른바 '깡통전세' 상태임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마치 안전한 것처럼 계약을 유도했다면, 중요 사실에 관한 기망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편취의 범의는 '계약 당시' 임대인에게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지를 따지는 문제입니다. 계약 시점에는 충분히 반환할 수 있었는데 이후 사정 변화로 어려워진 것이라면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처음부터 변제 능력이 없으면서 이를 숨긴 채 보증금을 받아 챙겼다면 편취의 범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법원이 보는 판단 기준 — 차용사기 판례 법리의 적용

전세보증금 사건의 사기 여부는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차용사기'에 관한 대법원의 오랜 법리를 빌려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차용 당시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 갚지 못했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고 형사상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왔습니다.

반대로 차용 당시 변제의사나 변제능력, 차용 조건 등 중요한 사항에 관해 허위 사실을 말한 사정이 있다면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이 기준을 전세에 옮기면, 핵심은 "계약 당시 임대인이 자신의 재정 상태나 권리관계 등 중요 사실을 속였는가"가 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법원은 계약 시점의 선순위 채무와 보증금 총액이 시세를 넘는지, 임대인이 세금 체납이나 다수의 보증금 미반환 전력을 숨겼는지, 본인 명의가 아닌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운 구조였는지, 매매와 임대차를 동시에 진행하며 자기 자본 없이 보증금만으로 집을 넘겨받는 구조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가령 잔금도 치르기 전에 받은 보증금으로 집을 사들이는 '동시진행' 구조라면, 처음부터 반환 능력이 없었다고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전세사기로 인정되기 쉬운 구조

아래와 같은 정황이 겹칠수록 단순 미반환이 아니라 형사상 사기로 평가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만 어느 하나만으로 곧바로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종합해 '계약 당시의 기망과 범의'가 드러나는지가 관건입니다.

  • 깡통전세: 계약 당시 이미 선순위 근저당과 다른 임차인 보증금 합계가 시세에 육박하거나 초과한 상태를 숨긴 경우.

  • 동시진행 구조: 임차인에게 받은 보증금으로 그 집을 매수하는 등 자기 자본 없이 보증금에 의존한 거래.

  • 바지사장(명의 임대인): 실제 자력이 없는 사람을 형식상 소유자로 내세워 다수 물건의 보증금을 받은 경우.

  • 세금 체납 은닉: 국세 체납으로 경매 시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될 위험을 알면서 고지하지 않은 경우.

  • 다수·반복 피해: 같은 임대인 또는 같은 조직이 여러 임차인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보증금을 받은 정황.

고소를 준비할 때 확인하고 모아둘 것

형사 고소는 '계약 당시의 기망'을 입증하는 싸움이므로, 결과가 아니라 계약 시점의 사정을 보여주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아래 자료를 미리 확보해 두면 수사 단계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 등기부등본: 계약 당시와 현재의 선순위 근저당·가압류 등 권리관계 변동 확인.

  • 계약서와 특약: 임대인이 권리관계에 관해 어떤 설명·약정을 했는지 보여주는 자료.

  • 대화 기록: 계약 전후 임대인 또는 중개인과 주고받은 문자·메신저·통화 녹음.

  • 시세 자료: 계약 시점 매매 시세와 보증금·선순위 채무 합계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

  • 피해 정황: 같은 임대인의 다른 피해 사례, 세금 체납·다수 미반환 전력 등.

형사 고소와 별개로 — 민사상 보증금 회수 절차

형사 고소가 인정되더라도 그 자체로 보증금이 자동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 절차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과정이고, 실제 돈을 돌려받으려면 보증금반환청구 소송, 임차권등기명령, 강제집행 등 민사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합니다. 두 절차는 목적과 방법이 다르므로 병행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마친 뒤 이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보험사를 통한 반환 절차가 더 빠를 수 있고, 전세사기피해자로 인정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 관련 특별법상 지원 절차도 함께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만기에 보증금을 안 돌려주면 무조건 사기죄로 고소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보증금 미반환 자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며, 사기죄가 되려면 계약 당시부터 임대인이 중요 사실을 속였거나 돌려줄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지금 돈이 없어 못 주는 상황만으로는 형사 처벌이 어렵습니다.

Q. 집주인이 "집값이 떨어져서 못 준다"고 하면 사기인가요?

A. 계약 이후 집값 하락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반환이 어려워진 것이라면, 처음부터 속였다고 보기 어려워 사기죄로 인정되기 쉽지 않습니다. 다만 계약 당시 이미 깡통전세 상태였음을 알고도 숨긴 정황이 있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2025년에 사기죄 처벌이 세졌다는데, 제 사건에도 적용되나요?

A. 형법 제347조 개정으로 법정형이 징역 20년 이하로 상향되어 2025년 3월 18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형벌 법규는 원칙적으로 행위 시점의 법이 적용되므로, 구체적으로 어떤 법정형이 적용되는지는 범행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형사 고소를 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형사 절차는 처벌을 위한 것이지 보증금 반환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실제 회수를 위해서는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이나 임차권등기명령 등 민사 절차를 별도로 진행해야 하며, 보통 형사와 민사를 함께 검토합니다.

Q. 고소 전에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자료는 무엇인가요?

A. 계약 당시의 권리관계를 보여주는 등기부등본, 계약서와 특약, 임대인·중개인과의 대화 기록, 시세 자료가 핵심입니다. 사기죄는 '계약 시점의 기망'을 입증하는 문제이므로, 결과보다 계약 당시 사정을 보여주는 자료를 우선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형사상 사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지금 못 돌려준다'가 아니라 '계약 당시부터 중요 사실을 속였고,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가'에 있습니다. 2025년 3월부터 사기죄 법정형이 크게 올라 인정될 경우의 처벌은 무거워졌지만, 사기로 볼 것인지의 판단 기준은 여전히 엄격합니다.

그만큼 같은 보증금 미반환이라도 계약 당시의 정황을 어떻게 정리하고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형사 고소와 민사 회수 절차를 어떻게 조합할지, 임차권등기명령이나 특별법상 지원을 언제 활용할지는 사안마다 다르므로, 가급적 이른 단계에 자료를 정리해 변호사와 상담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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