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라 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이른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면 그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종전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게 취급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그렇다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가 갱신을 거절할 때에도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른 해고사유·해고시기의 서면통지의무가 적용될까요? 실무상 빈번히 문제가 되는 쟁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적용되지 않습니다.
2. 근로기준법 제27조의 내용과 취지
근로기준법 제27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제2항: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이 규정의 입법 취지는 ① 사용자로 하여금 해고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② 해고의 존부 및 시기·사유를 명확히 하여 사후 분쟁을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며, ③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3. 갱신거절은 '해고'의 구별
갱신거절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와는 구조적으로 구별됩니다.
해고: 근로계약이 존속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행위
갱신거절: 기간 만료로 근로관계가 당연히 종료되는 것을 전제로,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행위
기간제 근로계약은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고,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근로자는 당연 퇴직하게 됩니다. 다만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거절의 효력을 부인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처럼 구별되는 양 행위를 해고서면통보 관련 근로기준법 제27조 적용에 있어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 것입니다.
4. 대법원의 결론: 갱신거절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적용되지 않음
대법원은 위와 같은 해고와 갱신거절의 본질적 차이,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 취지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기간제 근로계약은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당연히 종료하는 것이므로 갱신 거절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야 할 필요성이 해고의 경우에 견주어 크지 않고, 근로기준법 제27조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 갱신 거절의 통보를 하는 경우에까지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준수하도록 예정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두45114 판결).
이러한 법리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갱신거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어 갱신거절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갱신거절을 해고 그 자체로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5. 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서면통지의무가 적용되지 않는가
하급심도 일관되게 같은 입장을 취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에서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근로자도 기본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사정입니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어 부당한 갱신거절을 무효로 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해당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 갱신거절의 법적 성질이 해고로 전환되는 것은 아닙니다.
합리적 이유가 있는 갱신거절까지도 서면통지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본다면, 사용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부당한 부담을 지우게 되어 부당합니다(광주지방법원 2019. 5. 15. 선고 2018나3577 판결 임금 참조).
따라서 갱신기대권의 존부 및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 유무는 실체적 요건의 문제로 별도로 다투어져야 하고, 이를 서면통지라는 절차적 요건의 문제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습니다.
6. 다만 유의할 점
위와 같은 법리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다음과 같은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간만료에 의한 갱신거절'이 아니라 실질이 '해고'인 경우: 형식상으로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한 통보이지만 실질적으로 계약기간 도중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이라면, 이는 해고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적용됩니다.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에 대한 증명책임: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하므로(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62492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용자로서는 분쟁 예방을 위하여 서면통지의무가 없더라도 갱신거절 사유를 서면으로 정리·통지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 등에 별도 약정이 있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적용 여부와 별개로, 단체협약 등에서 갱신거절 시 서면통지나 사전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면 그 절차를 준수하여야 합니다.
7. 결론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간제 근로계약은 기간 만료로 당연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고, 갱신거절은 해고와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법률행위입니다.
따라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갱신거절의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의무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갱신기대권의 존부 및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 유무는 실체적 요건의 문제로서 별도의 판단 대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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