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95.4%가 멈춰 선 마지막 관문, 4호 요건이란
전세사기 피해 95.4%가 멈춰 선 마지막 관문, 4호 요건이란
법률가이드
사기/공갈기타 재산범죄임대차

전세사기 피해 95.4%가 멈춰 선 마지막 관문, 4호 요건이란 

박재성 변호사

안녕하세요, 박재성 변호사입니다.

이번에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또 한 번 무거운 짐을 지신 분들의 이야기를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보증금을 떼이고도, 그 피해 사실을 어렵게 정리해 신청서를 작성하고도, 마지막 관문에서 좌절하시는 분들이 무려 95.4%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어제 단독 보도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일보가 어제 단독 보도한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심의한 6,030건 중 2,150건이 피해자 요건 미충족으로 부결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무려 2,051건, 비율로는 95.4%가 이른바 '4호 요건' —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의도, 즉 '사기성'에 대한 입증 부족을 이유로 탈락했습니다.

오늘은 이 4호 요건이 무엇이길래 그 많은 피해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그리고 이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임차인 입장에서 무엇을 준비해두셔야 하는지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려면 넘어야 하는 네 개의 산

2023년 시행된 전세사기특별법은 피해자 인정을 위해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도록 정해두었습니다.

1호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등으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일 것, 2호는 임대차 보증금이 5억 원 이하일 것, 3호는 경매·공매 절차나 집행권원 확보 등으로 2명 이상의 임차인에게 피해가 발생했거나 예상될 것, 그리고 4호는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는 의도, 즉 고의가 있을 것입니다.

앞의 세 요건은 비교적 객관적입니다. 등기부와 임대차계약서, 경매 진행 자료 등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4호 요건은 다릅니다. 임대인의 '마음속 의도'를 임차인이 입증해야 하는, 본질적으로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4호 요건은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는가

전세사기특별법과 그 시행령은 4호 요건의 판단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임대인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었는가. 둘째, 임차인이 처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임대인이 기망 행위, 즉 속이는 행위를 했는가. 셋째,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 없이 임대 행위를 계속해왔는가. 넷째, 임대인이 다수의 주택을 취득해 임대해온 정황이 있는가.

이 네 가지 정황을 종합해서, 임대인이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의도였다고 판단되어야 비로소 피해자로 인정받습니다. 다시 말해 임차인은 자기가 떼인 보증금이 단순한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사기' 차원에서 비롯된 것임을, 정황 증거를 동원해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것입니다.

집주인의 사기를 임차인이 입증하라는 모순

이 지점이 가장 큰 모순입니다. 수사기관이 수사를 개시하기 전까지는, 임대인의 사기성을 입증하기 위한 정보를 임차인이 사실상 갖고 있을 수 없습니다. 임대인의 재산 상태, 다른 임대 물건의 보증금 미반환 이력, 그동안의 명의 변경과 자산 은닉 정황 등은 모두 임차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들입니다.

그럼에도 현행 제도는 임차인이 이런 정보들을 모아 정황 증거를 구성해내야만 4호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한국일보 보도에 등장한 한 피해자가 "임차인이 집주인의 사기를 입증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실무적 관점의 입증 전략 — 이렇게 준비하자

그렇다면 임차인 입장에서 4호 요건의 입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두실 수 있을까요. 실무에서 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네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임대인의 다른 임대 물건 정보를 가능한 한 수집해두시기 바랍니다. 같은 임대인 명의로 운영되는 다른 주택의 등기부등본, 임대차 현황, 보증금 미반환 사례에 대한 다른 임차인들의 진술 등이 4호 요건 입증의 핵심 자료가 됩니다.

둘째, 임대인의 재산 상태에 대한 자료를 확보해두시기 바랍니다. 등기부의 근저당권 설정 현황, 가압류 내역, 임대인 본인이나 그 가족 명의의 부동산 처분 이력 등이 '보증금 반환 능력 없이 임대를 계속한 정황'의 근거가 됩니다.

셋째,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의 모든 대화와 자료를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임대인이 시세를 부풀려 설명했거나, 근저당이 있는데도 "곧 말소된다"고 안심시켰거나, 보증보험 가입을 약속하고 지키지 않은 경우, 이는 모두 '기망 행위'의 정황이 됩니다.

넷째, 같은 임대인 명의의 다른 피해자들과 연결되시기 바랍니다. 동일 임대인 명의의 피해 신고가 다수 누적되면 4호 요건의 충족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나 변호사를 통해 같은 피해를 입은 다른 임차인들과 정보를 공유하시는 것이 결정적인 길이 됩니다.

법은 늦지만, 그래도 움직입니다

이번 95.4%라는 충격적인 통계는 결국 입법적 개선을 요구하는 강한 신호입니다. 입증 책임을 임차인에게만 지우는 현행 구조가 합리적인가, 임대인에 대한 일정한 정황만으로 4호 요건을 추정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수사기관과 피해지원위원회의 정보 공유를 더 두텁게 만들 필요는 없는가 — 이 질문들이 앞으로 이어질 논의가 될 것입니다.

전세사기 피해를 입으셨거나, 피해자 인정 신청에서 4호 요건 미충족으로 부결되신 분이 계시다면 사안별로 다툴 수 있는 법리와 자료의 보강 가능성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단지 한 차례의 부결로 모든 길이 막힌 것은 아닙니다. 재신청과 이의신청 과정에서 보강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정리해드릴 수 있으니, 사안이 복잡하실수록 혼자 끌어안고 계시지 마시고 언제든 편하게 문의 주십시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박재성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0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