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과 의료계 변화-심평원 이중경력의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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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과 의료계 변화-심평원 이중경력의 시선으로 

박재성 변호사



안녕하세요, 박재성 변호사입니다.

최근 의료계에 논란이 되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멕페란을 투여했던 의사가 4년 만에 무죄로 뒤집혔던 사건인데요.

비록 최종적으로 무죄가 선고되기는 했지만, 해당 의사는 1, 2심에서 유죄로 판단되었다가 무죄 판결을 선고받기까지 4년 간 힘든 싸움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위와 같은 사건들에 대하여 의료계 안팎에서는 "최선을 다해 환자를 살렸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형사 피고인이 되는 시대"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가 조용히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4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그것입니다.

이 법은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필수의료 영역의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의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길을 열었고, 지금 그 시행령을 다듬는 협의체가 본격 가동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변화가 단지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와 시민 모두의 문제임을, 의료 분야 자문을 함께해온 변호사의 시각에서 차분히 말씀드려보려 합니다.

의사들의 비명이 환자에게 닿는 신호인 까닭

먼저 짚고 가야 할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의사들이 형사처벌의 두려움을 호소할 때, 그 목소리는 단순한 직업적 항변이 아닙니다. 의사가 분만을 포기하면 그 자리는 환자가 갈 곳을 잃는 자리가 됩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사라지면 그 빈자리는 결국 시민의 응급상황으로 돌아옵니다.

실제로 지금 우리나라 분만 가능 의료기관 수는 매년 줄고 있고,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응급의학과·외과·소아청소년과 등 이른바 '필수의료 4과'에서 같은 현상이 동시다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형사 피고인이 된다'는 두려움이 결정적인 한 축임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의학은 확률의 영역, 그리고 결과 책임주의의 한계

여기서 한 가지 본질적인 사실을 함께 떠올려야 합니다. 의학은 확률의 영역입니다. 어떤 수술도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어떤 진단도 100%의 정확도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의학적 표준을 성실히 따른 의료행위였더라도 환자의 체질이나 잠복된 질환, 우연한 변수에 의해 비극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형사 실무는 결과가 무거우면 일단 의료진을 기소하고 보는 흐름을 보여왔습니다.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 그리고 법원의 양형 단계에서 '환자가 사망했다'는 결과가 의료진의 과실 유무 판단에 강하게 작용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의료 선진국에서 의료사고가 의료진의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비율이 극히 낮은 것과는 분명히 대비됩니다.

이러한 결과 책임주의의 흐름이 오래 지속되면 의료진은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는 위험한 환자를 받지 않는 길, 즉 방어진료의 길입니다.

둘째는 위험한 전공을 처음부터 선택하지 않는 길, 즉 필수의료 기피의 길이지요. 어느 쪽이든 결국 가장 큰 손해를 입는 사람은 정작 의료가 필요한 환자들입니다.

이번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의미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한 걸음입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분만·응급·중증·소아 등 고위험 필수의료 영역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더라도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고 의료진이 손해배상을 완료한 경우에는 형사 기소가 제한됩니다.

둘째, 책임보험에 가입하고 분쟁조정 절차에서 합의가 성립한 경우, 환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반의사불벌 특례가 도입됩니다.

셋째, 의료진이 환자에게 한 사과나 설명은 추후 유죄 판결이나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로 사용될 수 없도록 증거능력이 배제됩니다.

이 세 가지는 결국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의료의 결과만으로 의사를 형사 피고인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의 회복입니다. 그리고 이 원칙은 미국·영국·캐나다·독일·일본 등이 이미 오랜 기간 운영해온 보편적 기준이기도 합니다.

환자의 권리는 어디로 — 균형은 가능합니다

물론 일부 환자단체와 시민사회는 이 개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환자는 어떻게 보호받느냐"는 정당한 물음입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환자의 권리를 줄이는 법이 아니라, 책임의 통로를 재설계하는 법입니다. 형사처벌의 통로는 좁히되 민사 손해배상과 분쟁조정의 통로는 더 빠르고 두텁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지요. 1심에만 평균 26개월이 걸리는 의료소송의 긴 기다림 대신, 신속한 보상과 충분한 설명을 받는 길이 열립니다. 형사 처벌이 환자에게 실질적인 회복을 가져다주지 못해온 그동안의 한계를 보완하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다만 시행령에서 다듬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필수의료'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중과실'의 기준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명문화할 것인가,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얼마나 두텁게 요구할 것인가 — 이 모든 디테일이 결국 이 법의 성패를 가릅니다. 5월부터 본격 가동되는 협의체가 의료계·환자단체·법조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균형 잡힌 시행령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합니다.

정리하며

의사가 사라지면 환자가 갈 곳이 없어집니다. 우리는 의사를 보호하는 일과 환자를 보호하는 일이 결코 대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마주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이번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그 균형을 찾아가는 출발점이 되어주기를, 의료 분야 자문을 함께해온 한 변호사로서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의료기관을 운영하시는 원장님들, 또는 의료 분쟁의 한복판에 서 계신 분들 모두 이번 개정안의 시행 추이를 면밀히 살피셔야 할 시점입니다.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문의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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