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사가 유죄를 받으면 정의가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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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의사가 유죄를 받으면 정의가 실현될까 

박재성 변호사

안녕하세요, 박재성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의료계 전체를 깊은 충격에 빠뜨린 한 형사 판결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그리고 이 판결이 단지 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젠가 응급실 문을 두드릴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지난 2018년 6월, 충남 천안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술에 취한 20대 환자가 실려 왔습니다. 복통과 구토, 의식장애 증상이 있었지요. 당직이던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CT 검사를 시행했고, 영상에서 특이 소견을 발견하지 못해 환자를 귀가시켰습니다. 그러나 환자는 사실 뇌경색을 앓고 있었고, 결국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최근, 대전지법은 이 전공의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이 알려지자 대한응급의학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일제히 반발했고, 일부 환자단체와 지역 의사회는 오히려 선처를 호소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이 왜 그토록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법적 쟁점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풀어보겠습니다.

8년 전 응급실의 30분을 어떻게 심판할 것인가

이 사건의 본질적 어려움은 '사후의 시선'과 '당시의 시선' 사이의 간극에 있습니다.

결과를 모두 알고 있는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그 환자는 뇌경색 환자였고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사건 당시 응급실의 전공의가 마주한 것은 '술에 취해 실려 온, 복통과 구토를 호소하는 환자'였습니다. 음주로 인한 증상과 뇌경색의 초기 증상은 상당 부분 겹칩니다. 게다가 응급실은 한정된 시간과 인력 속에서 수많은 환자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공간입니다.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핵심 근거는 '주의의무 위반'입니다. 당시 환자의 상태를 고려할 때 추가 검사나 경과 관찰을 했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반면 의료계의 반론은 결과가 나빴다는 사실이 곧 과실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당시의 의학적 판단이 합리적 범위 안에 있었다면, 결과만으로 형사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그 무거운 이름

의료사고에서 의료진에게 적용되는 죄명은 대부분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입니다.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과실', 즉 주의의무 위반입니다. 그리고 의료행위에서 주의의무는 '같은 상황에 놓인 평균적인 의료인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문제는 이 기준이 사후적으로, 즉 결과를 모두 아는 상태에서 적용될 위험이 크다는 점입니다.

법원이 아무리 '당시의 시점에서 판단한다'고 선언하더라도, 환자가 사망했다는 무거운 결과는 판단자의 시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의료계가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최선을 다한 진료였음에도 결과가 나쁘면 형사 피고인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말입니다.

방어진료라는 이름의 부메랑

이 판결이 던지는 가장 무거운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형사처벌의 위협이 과연 더 나은 의료를 만들어내는가 하는 점입니다.

현장의 의사들은 정반대의 결과를 우려합니다. 형사처벌이 두려운 의사는 두 가지 길로 향합니다. 하나는 모든 환자에게 과잉 검사를 시행하는 방어진료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응급실과 같은 고위험 영역을 아예 떠나는 길입니다. 실제로 이번 판결 직후 "이제 응급실을 누구에게 지키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탄식이 의료계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방어진료는 환자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검사는 환자의 시간과 비용, 그리고 의료자원을 소모시킵니다. 그리고 응급의학과를 지망하는 의사가 줄어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응급실 문을 두드릴 미래의 환자들에게 돌아옵니다.

그렇다면 환자의 억울함은 어디서 풀어야 하는가

물론 이 사건에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환자와 그 가족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고통과 억울함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의료진을 보호하자는 논의가 환자의 피해를 외면하자는 뜻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만 그 억울함을 푸는 통로가 반드시 '형사처벌'이어야 하는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형사처벌은 의료진에게 전과를 남기지만, 정작 피해 환자에게 실질적인 회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충분하고 신속한 손해배상, 그리고 명확한 진상규명과 진심 어린 사과가 피해자에게 더 큰 회복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시행 논의가 진행 중인 의료분쟁조정법의 형사처벌 제한 특례가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형사의 통로는 좁히되, 민사 보상과 분쟁조정의 통로를 더 빠르고 두텁게 만들자는 것이지요.

정리하며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의료의 '결과'를 심판할 것인가, 아니면 의료의 '과정'을 평가할 것인가. 그리고 의사를 처벌하는 일과 환자를 보호하는 일이 정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가.

의사가 결과를 두려워하기 시작하면, 가장 위험한 환자가 가장 먼저 외면받습니다. 그 환자가 언젠가 우리 자신이거나 우리 가족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의료기관을 운영하시거나 의료 분쟁의 한복판에 서 계신 분, 또는 의료사고로 고통받고 계신 환자와 가족 모두 사안에 따라 적용 법리와 대응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문의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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