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4년 만에 '문신=의료행위' 판례를 뒤집다
대법원, 34년 만에 '문신=의료행위' 판례를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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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4년 만에 '문신=의료행위' 판례를 뒤집다 

박재성 변호사

안녕하세요, 박재성 변호사입니다.

어제(2026년 5월 21일), 우리 사법사에 또 하나의 굵직한 획이 그어졌습니다. 1992년부터 무려 34년 동안 변함없이 유지되어 온 대법원 판례가, 같은 대법원의 손에 의해 정면으로 뒤집힌 것이지요.

논란의 주인공은 바로 '문신'입니다. 그동안 우리 법원은 비의료인이 행하는 문신 시술을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고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왔습니다. 눈썹 문신, 두피 문신, 레터링 문신 등 미용 목적의 문신을 시술해 온 수많은 분들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 때로는 그 이상의 처벌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오랜 흐름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비의료인이 시술한 문신은 더 이상 자동적으로 의료법 위반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 판결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이 판결로 인해 정작 우리가 더 조심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를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한 미용실 운영자와 패션잡화점 점주의 9년 법정 다툼

이번 판결에서는 두 사건이 함께 다루어졌습니다.

첫 번째 사건의 피고인 박씨는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두피 문신을 시술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두 번째 사건의 백씨는 2019년 5월 자신의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서화 문신, 흔히 말하는 레터링 문신을 시술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두 사건 모두 1심과 2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되었습니다. 1992년 대법원 판결 이래 굳어져 온 법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론이었지요. 그 1992년 판례는 비의료인이 눈썹 문신을 시술한 사건에서 "문신 시술은 신체에 영구적 변화를 가하는 행위로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가 있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6년 5월 21일, 두 사건 모두에 대해 원심을 깨고 사건을 각각 서울서부지방법원과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34년 만의 판례 변경이 확정된 순간입니다.

대법원이 판례를 뒤집은 세 가지 이유

대법원의 판단을 가른 핵심 논리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시대가 변했습니다. 대법원은 문신 행위가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또한 사회·문화적으로도 문신은 단순한 위해 행위가 아니라 추억의 소장, 의지의 각인, 자기 표현 등 다양한 의미를 담아온 행위라고 보았습니다.

둘째, '의료행위'의 본질에 대한 재검토입니다. 대법원은 통상적인 미용 문신 행위가 대부분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와 직접적인 관련 없이 이뤄진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문신 시술은 미적 지식과 기능, 경험이 요구되는 영역이지 반드시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셋째, 헌법적 가치의 고려입니다. 재판부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일률적으로 금지할 경우 자유로운 인격 발현을 통한 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단순한 보건위생상의 위험을 이유로 모든 문신 시술을 의료인의 영역으로만 한정 지을 수는 없다는 헌법적 결단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누구나 자유롭게 문신을 할 수 있다는 뜻일까요

이 부분이 가장 오해하기 쉬운 지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판결문에서 관련 법령이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짚어두었습니다. 이번 판결이 말하는 것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자체가 곧 의료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이지, 모든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무조건 합법이라는 의미가 결코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의약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위생 관리를 소홀히 하여 감염을 일으키거나, 무허가 마취크림을 사용하는 경우는 별개의 법률 위반(약사법, 의료기기법, 식품의약품안전처 행정처분 등)으로 얼마든지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에게 보호자 동의 없이 시술하거나 영업신고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정식으로 허용하고 위생·자격 기준을 명문화하는 '문신사법'은 2027년 10월에야 시행 예정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부터 약 1년 5개월 동안은 '의료법 위반은 아니지만, 별도의 자격 기준이나 위생 관리 기준은 아직 없는' 일종의 입법 공백 상태가 펼쳐지게 됩니다.

현장 변호사의 시각 — 회색지대의 함정

형사 사건과 의료법·약사법 사건을 두루 다뤄온 실무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판결은 단순히 환영할 수만은 없는 양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명확한 처벌 근거가 있었기에 수사기관도 시술자를 일률적으로 단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어떤 행위가 어떤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사안별로 정교하게 가려야 합니다. 시술자 입장에서는 의료법상의 부담이 줄어든 대신, 약사법·의료기기법·식약처 행정처분·민사상 손해배상의 영역에서 새로운 분쟁이 다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이 합법화했다더라'는 단편적인 인식만으로 자격 검증이 되지 않은 시술자를 찾았다가 감염이나 후유증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어디서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위생 인증, 시술 환경, 사용 약품의 출처 등을 꼼꼼히 확인하시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정리하며

이번 판결은 34년 만의 판례 변경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지면서도, 문신을 둘러싼 모든 법적 문제를 일거에 해소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문신사법 시행 전까지의 1년 5개월은 시술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과도기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법은 한 번의 판결로 모든 것을 정리해주지 않습니다. 큰 흐름이 바뀌었을수록 그 안의 디테일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아야 하지요. 문신 시술과 관련해 형사 절차에 휘말리셨거나, 시술 후 분쟁이 생기셨다면 사안별로 적용 법률이 모두 다를 수 있으니 정확한 검토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형사와 의료·식약 분야의 사건을 두루 다뤄오면서, 단속과 처벌의 한복판에서 의뢰인을 지키는 일에 힘써왔습니다. 비슷한 사안으로 고민이 있으시거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편하게 문의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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