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그 이름과는 다르게, 생각지도 못한 행위로 인해 '성착취물제작' 혐의로 조사받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가던 사람 사진을 찍었는데, SNS로 대화하던 중 야한 사진을 주고받았는데, 경찰에서 생각지도 못한 '성착취물제작'으로 조사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위라도, 상대방의 연령이나 상황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중대한 범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성착취물 제작’은 단순히 촬영하는 행위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성적 이미지 전송을 유도하거나 대가를 제공하는 행위, 그냥 길에서 사진을 찍었더라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진'이었다면 그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죠.
조주빈 같은 강력 범죄자들 때문에 최근 강하게 처벌하고 있는 범죄인데, 나도 같은 죄명으로 조사받는다니, 무섭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할 것입니다. 무혐의나 무죄를 받을 수 있을지, 처벌받는다면 얼마나 큰 처벌을 받게 될 지 걱정되실 겁니다.
제가 직접 수행하여 무혐의(불기소처분)를 이끌어낸 사건을 바탕으로, 성착취물제작 혐의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다만 사안마다 특성이 다르므로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리 접근해야합니다.).
우선, 우리 의뢰인이 처해있었던 상황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입니다(중학생으로 기억합니다).
-의뢰인이 피해자에게 두차례 송금한 내역이 남아있었습니다(의뢰인은 어린 피해자가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호소하여 용돈으로 보내줬다고 했습니다. 돈을 보내면서 '용돈'이라고 언급한 부분도 있기는 하였습니다).
-실제로 의뢰인과 피해자 사이에 사진들이 오고간 내역이 남아있었습니다.
-다만 의뢰인은 피해자와의 SNS 대화방에서 나간 상태라, 당시의 대화 내용과 시간, 맥락, 사진의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속옷 사진 등을 보내주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경찰 조사를 받기 전, 의뢰인과 미팅을 하여, 위와 같은 객관적 상황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송금내역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존재했고, 사진이 오고간 내역까지 있다보니, 무혐의를 다투기는 매우 어려운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뢰인과 피해자는 SNS로 알게된 사이로 특별히 사진을 주고받을만한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의뢰인의 휴대폰에 남아있는 SNS 대화에는 이전에 다른 여성들과 야한 사진이나 영상을 주고받은 내역까지 있었죠.
일단, 의뢰인의 휴대폰에는 피해자와의 대화 내역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피해자의 휴대폰이었습니다. 조사를 받기 전, 피해자의 휴대폰의 어느 정도의 증거가 남아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죠. 하지만, 저는 피해자 또한 의뢰인과의 대화 내용을 삭제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만일 피해자가 의뢰인에게 야한 사진들을 판매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증거를 스스로 남겨둘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지인들이나 가족들이 볼 수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렇다고 무작정 무혐의를 주장하자고 할 수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의뢰인에게 가벼운 동종 전과들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미성년자라 무리하게 무혐의를 주장할 경우 자칫하면 구속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선 의뢰인에게 "피해자가 어떤 증거를 제출했는지 모르니, 경찰의 질문이나 뉘앙스를 살펴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가 무엇인지 파악해보고, 만일 객관적 증거가 있다면 빠르게 자백하자"고 조언했습니다. 당시 의뢰인은 저에게 피해자로부터 받은 사진이 "어떤 사진인지 잘 기억 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만일 객관적으로 성착취물로 볼만한 사진이 전송된게 확인된다면 곧바로 자백을 해서 처벌수위를 낮추는데 주력했어야 했죠. 조사를 들어가기 전, 의뢰인에게 "경찰의 맥락을 못 읽겠으면 언제든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하며 휴식을 요청해라. 저와 의논한 후에 방향 정리해서 진술하시면 된다."고 강조해두었습니다. 실제로 몇차례나 그렇게 했죠.
조사를 받으면서 경찰도 피해자의 진술 외에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점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만일 객관적 증거가 있었다면 굳이 피해자와 의뢰인의 진술이 다른 부분에 대해 사사건건 묻지 않았겠지만, 경찰 질문의 대부분이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한 것이었거든요(수사기관은 객관적 증거가 확보된 경우에는 이를 전제로 질문을 진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질문의 방식과 반복되는 쟁점을 통해 제출된 증거의 존재 여부를 어느 정도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저는 사진 증거는 없다고 판단하였고(피해자도 대화방을 나갔다고 판단), 조사 당시 수사관이 양측 진술이 다른 부분에 관해 질문한 것을 메모해 두었다가, 변호인의견서에 우리 의뢰인의 진술이 더 신빙성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들을 첨부하여, "속옷 사진 등을 촬영해서 의뢰인에게 보내주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결국, 담당검사는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는데 진술 외에 보강 증거가 없어 증거불충분하다.'는 취지로 불기소 처분을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이 사건의 핵심 대응 전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객관적 증거 존재 여부를 수사 과정에서 신중하게 파악 → 자백 or 부인 전략 분기
2. 증거가 확인될 경우 즉시 자백하여 처벌 수위 최소화
3. 증거가 부족할 경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집중적으로 탄핵하여 보강증거 없다는 점 강조
만일 '송금내역의 존재', '사진을 주고받은 내역의 존재'만으로 의뢰인을 유죄로 단정하고 자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위와 같은 무혐의 결정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근거 없이 의뢰인의 말만을 믿고 무작정 무혐의를 주장할 수도 없었습니다(가끔 변호사에게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분도 계시고 혹시라도 무혐의를 주장하다가 죄가 밝혀지면 형량이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증거의 존재, 진술 방식, 초기 대응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성착취물제작 혐의는 초기 대응 방향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사건이므로 조사 단계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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