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보우 김민규 대표변호사입니다.
오늘은 많이 늦었지만 변시 합격수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얼마전에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발표소식을 접하자, 제가 합격자발표를 보았을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5년 전, 결과를 거두기 위해 보내었던 시간이 지금의 법률사무소 보우를 만든 밑거름이 되었기에, 그 기록을 남겨보려 합니다.
저는, 10회 변호사시험 지원자 3,497명 중 116등의 석차로 합격하였습니다. 상위 약 3.3%의 성적입니다.
물론 저보다 실력이 좋은 변호사님들이 많이 계시기에 내세울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학부(대학교) 때 법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머리가 뛰어난 사람도 아니었던 제가 안정적인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만, 너무 오래되기도 해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도 않을 뿐더러, 과목별로 공부법을 적거나 하다보면 너무 장황해질 듯하여 기본적인 준비방식, 마음가짐 정도만을 써보려 합니다.
제 변호사시험 준비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로스쿨 재학기간 3년 동안 '시험 전날 시험범위 전체를 1번 보고갈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접근한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1. 변시는 '변호사'시험이지 '사법고시'가 아닙니다. 변시에 요구되는 덕목은 따로 있습니다.
변시는 실무자인 '변호사'를 뽑는 시험이지, '법전문가'을 뽑는 사법고시가 아닙니다. 사법고시가 변시가 된건데 뭐가 다르냐고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시험의 본질에 잘못 접근한 겁니다.
사법고시가 있던 시절에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을 모아 사법연수원에서 '실무교육'을 따로 하였습니다. 즉, 사법고시에서는 법적인 지식을 평가하고, 이후 실무에 필요한 서면 작성 방법, 실제 기록 검토 방법 등은 사법연수원에서 배운거죠. 하지만 변시는 '변호사'를 바로 뽑는 시험이기 때문에 3년안에 법적 지식 + 실무 능력도 함께 배워야 합니다. 따라서, 공부 방법도 달라야 하겠죠.
2. 변시에 요구되는 능력은 '쟁점추출능력'입니다.
그렇다면 사법고시와 달리 변호사시험에서 가장 중요한건 뭘까요. 아니, 변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뭘까요. 바로 '쟁점추출능력'입니다.
시험을 볼때는 당연히 누가 판례를 많이 외우고 누가 결론을 많이 알고가 더 중요할 거라고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가 된 이후에는요? 그때도 모든 판례를 외워야 할까요? 아닙니다.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그 많은 판례, 그 많은 법을 모두 외우고 기억하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냥 "찾아보면 됩니다(변호사들은 아무리 해봤던 사건이라도 사건을 맡으면 결국 다시 관련지식을 찾아보고 판례를 읽어봐야 합니다)". 하지만, 뭐가 쟁점이 되는지 모른다면 '무엇을 찾아봐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에 좋은 변호사가 될 수 없습니다.
아주 간략화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과일 장수인 A가 2023. 5. 1. B에게 망고 3만원어치를 팔았는데 B가 외상을 했다. A가 지금 B에게 물품대금 청구를 하면 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변호사시험 준비가 잘 된 수험생이라면 이 문제는 '소멸시효'에 관한 문제라는 '쟁점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A가 상인이기 때문에 상사시효(5년)가 적용될 수 있지만, 민법에 물품대금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상사시효가 아닌 민법상 단기 소멸시효인 3년이 적용되고, 현재는 2023. 5. 1.에서 3년이 넘게 지났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물품대금을 받을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이 정답이죠.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멸시효가 3년이 적용되는지, 5년이 적용되는지 보다 이 문제가 물어보고자 하는 것은 '소멸시효'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눈치 채는 것입니다. 만일 5년의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잘못된 답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소멸시효 쟁점을 언급하였다면 일정 점수가 주어지게 됩니다.
쟁점이 3개짜리인 문제에서 쟁점을 2개만 찾아서 모두 맞히는 것보다, 쟁점 3개를 찾아서 그 중 2개를 틀리는 것이 더 많은 득점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실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의뢰인이 장황하게 설명해주는 사건의 내용을 듣고 '무엇이 쟁점이 되고 상대방이나 내가 다툴만한 지점이 되는지'를 예측하지 못하면, 사건에 제대로 대응을 할 수가 없겠죠. 그때문에 변시에서 '쟁점추출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입니다(반면, 사법고시에서는 법적인 지식을 나열하는 식의 문제도 많이 출제되었죠).
3. 왜 변시 준비가 '시험 전날 시험범위 전체를 1번 보고갈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과정인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장 중요한건 '쟁점추출능력'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변시 시험범위가 매우매우 광범위하다는 거죠. 변호사 시험은 5일동안 치뤄지는데, 사실상 다음날의 모든 시험범위를 시험 전날 보고 들어가는게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쟁점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쟁점이 될만한 내용이 뭐가 있는지' 법 전체적인 체계가 머리속에 들어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시험 하루전날에는 무조건 전 범위를 '훑고 들어갈 수 있는'상태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때문에, 한 과목의 기본서를 20번, 30번 회독하며, 확실히 머리속에 들어온 부분은 지우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다시 읽으면서, 회독을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훑어보아야 할 내용'을 줄여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험을 준비한다면, 변호사시험은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시험입니다.
대부분의 시험 응시자들은 당연히 학력, 학부 성적, leet 성적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시험 합격에 충분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은 시험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공부해야 실제 변호사 업무에 도움이 될지를 파악하고 공부를 하느냐, 그냥 지식만을 쌓으려고 무작정 공부하느냐입니다.
물론, 당연히 위와 같은 방식으로 준비하려면 매우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아주 열심히 공부하여야만 합니다. 그건 기본입니다.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떨어지는건 당연합니다(저는 다시 로스쿨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때보다 더 열심히할 자신은 없습니다).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뢰인께서 말씀하시는 사실관계는 언제나 복잡하고, 처음부터 법률 쟁점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호사의 역할은 그 복잡한 이야기 속에서 법적으로 의미 있는 쟁점을 찾아내고, 상대방이 어떤 주장을 할지 미리 예상하며, 그에 맞는 자료와 논리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시험은 그 어떤 자격증 시험보다도 시험 성적이 실무 능력과 연관되어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법률사무소 보우는 사건을 단순히 접수하고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의뢰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그 안에서 법적으로 중요한 쟁점을 찾아내며, 상대방의 주장과 향후 절차까지 예상하여 대응 방향을 세우고자 합니다. 시험을 준비하던 때의 철저함과 집요함을 잊지 않고, 지금도 한 사건 한 사건을 그렇게 대하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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