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유동인구도 많고 이전 임차인이 월 2천만 원은 꾸준히 냈다고 해서 믿고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도록 월 500만 원도 안 나옵니다. 2년 계약인데 중도 해지할 수 있을까요?"
상가 임대차 상담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보증금과 권리금까지 들여 가게를 열었는데 예상했던 매출이 전혀 나오지 않을 때, 계약을 끝내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습니다. 특히 건물주나 중개업자로부터 "여기는 장사가 잘된다", "이전 세입자는 얼마를 벌었다" 같은 말을 듣고 계약하셨다면 배신감도 큽니다.
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매출 부진만을 이유로 한 일방적 중도 해지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몇 가지 다른 법적 대응 방안이 있고, 상황에 따라 현실적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오늘은 이 지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짚어야 할 원칙 — 일방적 중도 해지는 쉽지 않습니다
상가 임대차 계약에 2년 등 기간이 정해져 있고 중도 해지에 관한 별도 조항이 없다면, 당사자 일방은 원칙적으로 임의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민법 제636조는 기간 약정이 있는 임대차에서 해지권을 유보한 특약이 있는 경우에만 해지 통고가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임차인을 보호하는 조항이 많다고 알고 계시지만, 중도 해지에 관한 보호는 제한적입니다. 같은 법 제10조 제5항은 묵시적 갱신이 된 경우에 한하여 임차인의 해지 통고권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고, 약정 기간 중의 일방 해지를 일반적으로 허용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법 제11조의2가 감염병 집합금지·제한 조치로 3개월 이상 폐업한 경우의 해지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만, 매출 부진 일반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매출이 안 나오니 나가겠다"는 통보만으로는 계약이 끝나지 않습니다. 통보 후 실제로 퇴거하시더라도 계약은 그대로 존속하며, 남은 기간의 차임 지급 의무가 따라오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점을 먼저 이해하고 계셔야 그다음 조치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남아 있는가
크게 세 가지 방향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① 기망(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 ②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③ 합의 해지입니다. 각각 요건과 실무적 성공 가능성이 다릅니다.
방법 ① — 기망(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
어떤 경우에 인정되는가
민법 제110조에 따라 사기로 인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계약 체결을 위해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 사실을 고지한 경우 기망에 해당합니다.
다만 광고나 권유 과정에서의 다소의 과장·허위는 일반 상거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에 이르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유동인구가 많다", "장사가 잘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무에서 법원이 가장 엄격히 구분하는 지점이 "장래 기대"와 "과거 사실"의 차이입니다.
"유동인구가 많다", "여기는 1층이라 잘된다", "열심히 하면 수익이 난다" 같은 표현은 장래의 기대나 평가에 가깝습니다. 이런 표현은 상거래상 통상적인 권유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아 기망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급심에서도 임대인의 "열심히 하면 수익이 난다"는 식의 장래 기대수익 진술에 대해 확정적 보장으로 보기 어렵다며 취소 주장을 배척한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이전 임차인 매출 월 2천만 원"은 사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반면 "이전 임차인이 월 2천만 원을 벌었다"는 발언은 과거 사실에 관한 고지입니다. 이 부분이 실제와 다르고, 임대인이 그것을 알면서 고지했다면 기망에 해당할 여지가 큽니다. 특히 임대인이 매출장부, POS 자료, 부가세 신고자료 등 근거 자료를 제시하면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 인정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하급심 중에는 임대인이 매출액을 판단 기초자료로 제시하면서 허위 매출자료를 제공한 사안에서 기망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입증이 관건입니다
문제는 입증입니다. 법원은 임차인 측에 기망 사실에 관한 구체적 입증을 요구합니다. "지금 내 매출이 적다"는 결과만으로 "이전 임차인 매출이 허위였다"가 추정되지는 않습니다.
입증을 위해 필요한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임대인이 "이전 임차인 매출 월 2천만 원"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을 증명할 자료: 녹취,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기재 내용 등
임대인이 구체적 매출 자료를 제시한 경우 그 자료 원본 또는 사본
이전 임차인의 실제 매출이 허위 고지된 금액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자료: 이전 임차인 측 확인서, 부가세 신고 자료, 인근 영업 실태 자료 등
임차인이 그 고지를 신뢰하여 계약 체결을 결정했다는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정황: 계약 전후의 대화 내역, 의사결정 경위
이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사건 승패를 사실상 결정합니다.
방법 ② —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동기의 착오와 중과실
민법 제109조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취소를 인정합니다. 다만 상가 임대차에서 예상 매출액은 일반적으로 계약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계약 체결의 동기에 해당합니다. 동기의 착오는 그 동기가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거나 상대방에 의해 유발된 경우에만 취소 사유로 인정됩니다.
또한 민법 제109조 단서는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 취소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상가를 계약하시면서 임대인의 말만 믿고 스스로 상권 조사나 이전 임차인 확인 등을 하지 않은 사정은, 사안에 따라 중대한 과실로 평가될 수 있어 착오 취소가 제한됩니다.
실무적 평가
정리하자면 착오 취소는 기망 취소보다 상대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습니다. 다만 매출액이 계약의 핵심 전제가 되었고 그것이 상대방에 의해 유발된 동기라는 점이 강하게 드러나는 경우에는 중요 부분 착오로 취소가 인정된 하급심 사례도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기망 취소를 주된 주장으로, 착오 취소를 예비적 주장으로 함께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방법 ③ — 합의 해지
가장 현실적인 경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법정까지 가서 기망 또는 착오를 입증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입니다. 소송이 1년 이상 이어지는 동안 임차료를 계속 부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가장 자주 선택되는 경로는 합의 해지입니다.
합의 해지는 당사자 쌍방의 의사가 일치해야 성립합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일방 해지에 응할 의무가 없으므로, 임차인 측에서 임대인이 수용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활용되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정 금액의 위약금 또는 잔여 임대료 일부 지급. 남은 계약 기간에 해당하는 차임의 일부(예: 3~6개월분)를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계약을 조기 종료하는 방식입니다.
후속 임차인 주선. 임차인이 직접 새로운 임차인을 찾아 임대인에게 소개하는 조건으로 기존 계약을 종료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권리금 회수 기회가 함께 협상되기도 합니다.
원상회복 의무의 조정. 원상회복 비용을 일부 감액하거나 상호 조정하여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협상 레버리지 — 기망 주장의 여지가 있다면
합의 협상에서 임차인이 가진 레버리지 중 하나가 "기망 취소 주장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본 기망 취소의 요건을 어느 정도 갖춘 경우,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 주장을 근거로 임대인에게 합의 해지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소송 리스크와 공실 리스크를 감안하여 합의에 응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적지 않습니다.
다만 기망 주장을 제대로 뒷받침할 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합의를 요구하면 임대인이 강하게 버티게 되므로,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자료가 있는지 미리 정리해 두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차인이 유의하셔야 할 것들
중도 해지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주의하셔야 할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임대인에게 통보하고 바로 퇴거하시면 위험합니다. 임대인이 해지에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은 그대로 존속하므로, 퇴거 후에도 남은 기간 동안 차임 지급 의무가 발생합니다. 임대인이 나중에 미지급 차임 전액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대인과의 대화 내용은 모두 기록해 두시기 바랍니다. 계약 전 나눈 대화, 이전 임차인 매출에 관한 언급, 유동인구·상권에 관한 설명 등이 이후 기망·착오 주장의 근거 자료가 됩니다. 이미 계약 체결 후라면 지금이라도 기억을 정리해 두시고,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지인이나 중개인과의 연락 기록을 확보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중개업자의 설명도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중개업자가 임대인의 위임을 받아 한 설명은 경우에 따라 임대인의 설명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기재 내용도 유의 깊게 살펴보셔야 합니다.
권리금을 지급하신 경우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권리금 회수 문제는 중도 해지와 다른 법적 구조를 가지므로, 이 부분은 별개의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매출이 너무 안 나와서 폐업 직전인데, 그래도 일방 해지가 안 되나요? A. 매출 부진 자체만으로는 일방 해지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는 감염병 집합금지·제한 조치로 3개월 이상 폐업한 경우에 한하여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을 뿐, 일반적인 매출 부진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Q. 계약 전에 임대인이 "이전 임차인은 월 2천만 원 벌었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이것만으로 해지가 되나요? A. 말한 사실 자체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고지가 ① 실제로 허위였으며, ② 임대인이 허위라는 점을 알고 있었고, ③ 그 고지가 계약 체결의 중요 동기였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녹취, 문자, 증인 진술 등 증거가 있을수록 주장의 강도가 높아집니다.
Q. 임대인이 "유동인구가 많고 1층이라 잘된다"고만 했습니다. 이 경우는요? A. 이런 표현은 장래의 기대나 평가에 해당해 상거래상 통상적 권유의 범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독으로는 기망 인정이 쉽지 않고, 다른 구체적 허위 고지와 결합될 때 의미 있는 자료가 됩니다.
Q. 그냥 나가버리면 어떻게 됩니까? A. 임대인이 해지에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은 존속합니다. 실제로 퇴거하시더라도 남은 기간 차임 지급 의무가 남고, 임대인이 미지급 차임 전액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방 통보 후 퇴거는 권장드리지 않습니다.
Q. 합의 해지 시 위약금은 얼마 정도가 적정한가요? A. 법으로 정해진 기준은 없고 사안에 따라 협상으로 결정됩니다. 실무에서는 남은 기간의 차임 일부(예: 3~6개월분)를 조건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임대인이 새 임차인을 얼마나 빨리 구할 수 있을지, 기망 주장 가능성이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Q. 권리금은 어떻게 되나요? A. 권리금 회수는 중도 해지와는 별개의 법적 구조로 다루어집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권리금 회수 기회를 일정 범위에서 보호하고 있으나, 요건과 예외가 있어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정리하며
상가 임대차에서 매출 부진을 이유로 한 일방적 중도 해지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냉정한 법리적 출발점입니다. 다만 임대인이 이전 임차인 매출 등 과거 사실을 허위로 고지하여 계약을 유도한 경우에는 기망에 의한 취소로 계약관계를 소멸시킬 가능성이 열려 있고, 요건은 엄격하지만 착오 취소의 여지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소송까지 가는 것보다 기망 주장의 여지를 레버리지로 합의 해지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자주 선택되는 경로입니다. 이때 핵심은 "어떤 자료가 확보되어 있는가", "협상의 조건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입니다. 이 판단에 따라 협상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매출 부진이 이어져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임대인에게 통보하고 퇴거하시기 전에 먼저 계약 체결 당시의 자료와 대화 내용을 정리하시고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어떤 순서로 어떤 조건을 제시할 것인지부터 설계하는 것이 사건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맹조영 변호사는 국내 3대 대형로펌인 세종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상가 임대차 중도 해지 분쟁, 기망·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주장 및 대응, 합의 해지 조건 협상, 권리금 회수 분쟁,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관련 사건, 임대차 계약 해석 및 효력 분쟁, 임차보증금 반환 청구, 명도 소송 대응까지 사안별 사실관계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대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적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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