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동산 거래에서 "부동산 투자계약", "지분 참여 계약", "공동사업 약정" 등 다양한 명칭의 우회 계약이 이용되는 경우가 실무에서 적지 않습니다.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실상 소유권과 경제적 이익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중개업자나 법무사가 그런 형식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수년 뒤에 발생합니다. 대금 지급이 지체되거나, 부동산 가치가 크게 상승하거나, 수용보상금이 지급되는 등의 사정이 생기면 당사자 사이 분쟁이 불거지고, 그 분쟁은 "이 계약이 유효인가, 무효인가"라는 쟁점으로 수렴합니다. 청구액이 수십억 원대에 이르는 고액 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러한 구조의 분쟁에서 방어의 성패를 좌우하는 법리가 토지거래허가 잠탈 계약의 확정적 무효 법리입니다. 과거 유사한 구조의 28억 원대 정산금 청구 사건을 매도인 측 대리인으로 수행하여 원고의 청구를 전부 방어한 경험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정리한 실무 법리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출발점 — 계약서 이름이 아니라 실질을 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에 관하여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내용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구 국토계획법 제118조)에 따라 그 계약은 체결된 때부터 확정적으로 무효입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허가의 배제·잠탈행위"에 토지거래허가가 필요한 계약을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것에 해당하도록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96328 판결).
따라서 계약서 표제가 "매매계약"이 아니라 "투자계약", "지분 참여 계약", "사업 약정" 등으로 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피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계약의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그 실질이 매매로 평가되면 확정적 무효에 이릅니다.
계약의 실질을 가르는 판단 기준
계약 실질 판단의 틀은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됩니다.
첫째, 공동사업의 실체가 있는가입니다. 진정한 투자계약이라면 당사자들이 함께 영위할 공동사업의 내용이 정해져야 하고, 그에 따라 수익과 위험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구조여야 합니다. 명칭만 투자계약일 뿐 공동사업의 실체가 없다면 실질은 매매에 가깝다고 평가됩니다.
둘째, 경제적 이익의 귀속 구조가 어떠한가입니다. 일방 당사자에게 지급되는 금원이 고정된 대금으로 확정되어 있고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추가 이익이 타방에게 독점 귀속되는 구조는, 수익·위험 공동부담이라는 투자계약의 본질과 거리가 멉니다.
셋째, 실질적 처분권이 이전되었는가입니다. 소유명의는 일방이 보유하더라도 실질적 처분·사용·수익 권한이 타방에게 이전되도록 정해져 있다면, 이는 매매의 경제적 실질을 관철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여기에 더해 계약 체결 경위도 중요한 해석 자료입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개입하여 중개보수가 지급된 사실, 계약서에 "토지거래허가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조항이 포함된 사실 등은 당사자들이 허가 규제를 인식하면서도 이를 우회할 의도로 계약을 설계했음을 드러내는 간접 정황입니다.
방어 국면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세 가지 반론
이러한 구조의 분쟁에서 무효를 주장하는 측이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상대방의 반론이 세 가지 있습니다.
반론 ① — "이제 와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 위반이다"
가장 빈번하게 제기되는 논리입니다. 계약 체결 후 수년이 지나 대금 수령이나 이행 과정을 거친 뒤에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에 반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대법원 판례상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토지거래허가 관련 강행법규를 위반한 당사자 본인의 무효 주장을 신의칙 위반으로 배척한다면 해당 규정의 입법취지가 완전히 몰각된다는 이유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주장은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3. 12. 24. 선고 93다44319, 93다44326 판결).
무효 주장이 신의칙 위반으로 배척되려면 "거래당사자 사이의 약정 내용과 취득목적대로 허가신청을 하였다면 허가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다른 급박한 사정으로 이를 회피하였다고 볼 만한 특단의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기준입니다. 처음부터 허가를 회피할 목적으로 우회 형식을 선택한 사안이라면 이 특단의 사정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반론 ② — "유동적 무효이지 확정적 무효가 아니다"
두 번째 반론은 "설령 매매계약이라 하더라도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유동적 무효 상태일 뿐이고, 추후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유효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계약서에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소유권이전등기를 진행하는 유동적 무효 상태로 본다"는 취지의 조항을 미리 넣어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반론 역시 대법원 법리로 차단됩니다. 대법원은 토지거래허가지역 내의 토지에 관한 거래계약이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내용의 계약인 경우를 유동적 무효와 명확히 구분해 왔습니다. 후자의 경우만 허가 여부에 따라 효력이 확정되고, 전자, 즉 처음부터 허가 잠탈을 목적으로 한 계약은 체결 시점부터 확정적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입니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41318, 41325 판결).
나아가 대법원은 계약 체결 후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거나 지정 기간 만료 후 재지정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이미 확정적으로 무효로 된 계약이 유효로 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28618 판결).
오히려 계약서에 "유동적 무효" 조항을 넣어 둔 사실 자체가, 당사자들이 계약이 토지거래허가 규정에 저촉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드러내는 근거로 역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론 ③ — "해지·해제를 이유로 한 위약벌 청구"
세 번째 반론은 무효 주장을 사실상 계약 해제로 성격 변경하여, 계약서 위약벌 조항을 근거로 별도 청구를 구성하는 시도입니다.
이는 법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해지·해제는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관계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법리이지, 무효인 계약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무효에 기한 급부에 대해서는 법률상 당연히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가능할 뿐이고, 별도의 의사표시를 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무효 주장이나 반환 공탁을 "해지·해제"로 재구성하여 위약벌 청구의 근거로 삼는 시도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방어 전략 설계 시 고려할 실무 포인트
이러한 구조의 분쟁에서 방어 전략을 설계할 때 실무적으로 중요한 지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선제적 반환 및 공탁. 계약이 무효로 확정되면 이미 수령한 금원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합니다. 분쟁이 소송으로 번지기 전에 지연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반환하거나 공탁해 두는 것은,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법원에 전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그 이상의 금원을 청구하는 경우 "이중 이득 추구"로 위치시키는 논리 구성의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계약의 실질을 드러내는 증거의 조기 확보. 중개업자 개입 여부, 중개보수 지급 내역, 계약 체결 당시의 문자·메시지, 계약서 초안 작성 주체, 계약 체결 과정의 법무사 개입 등은 계약의 실질을 드러내는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사건 초기 단계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선이행의무 및 정지조건 구조의 검토. 가사 계약이 유효라는 전제에서 접근하더라도, 상대방이 선이행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계약상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경우에는 청구 자체가 이유 없게 됩니다. 확정적 무효 주장과 병행하여 예비적 방어선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신의칙 반박 논거의 선제적 구축. 상대방의 신의칙 공격이 사실상 확정되어 있으므로, 의뢰인이 무효 사유를 뒤늦게 인식하게 된 경위,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법률전문가의 조력으로 무효 사유를 확인하게 된 경위 등을 사실관계로 정리해 두면 방어 논리가 두터워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투자계약서"로 작성했어도 매매로 볼 수 있습니까? A. 계약서 명칭이 무엇이든 법원은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공동사업의 실체가 없고 사실상 대금과 소유권 이전이 골자라면 매매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동산이라면 허가 잠탈 여부가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합니다.
Q. 계약 체결 당시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무효 주장이 가능합니까? A.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강행법규 위반 계약의 당사자 본인이 무효를 주장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신의칙 위반으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무효 주장을 배척하면 관련 법규의 입법취지가 몰각된다는 입장입니다.
Q. 계약서에 "유동적 무효" 조항이 들어가 있으면 확정적 무효가 되지 않나요? A. 조항의 문구와 무관합니다. 처음부터 허가 잠탈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은 확정적 무효이며, 오히려 그러한 조항의 존재는 당사자들이 허가 규제를 인식했다는 근거로 역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무효 주장을 "해지"로 재구성하여 위약벌을 청구해 옵니다. A. 해지·해제는 유효한 계약에만 적용되는 법리이므로, 무효인 계약을 전제로 한 위약벌 청구는 법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상대방의 청구 구성에 따라 방어 논리의 세부 설계는 달라지므로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수용보상금이 이미 지급된 뒤인데 무효 주장이 가능합니까? A. 가능합니다. 수용에 따른 소유권 상실 이후에도 원인 계약의 효력을 다투는 분쟁은 가능합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가급적 이른 대응이 권장됩니다.
정리하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동산 거래에서 "투자계약서" 등 우회 형식이 이용되는 사례는 실무에서 꾸준히 나타납니다. 그러나 계약서 표제가 무엇이든 법원은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그 실질이 매매로 평가되고 허가 잠탈 목적이 인정되면 처음부터 확정적으로 무효입니다. 유동적 무효 조항을 계약서에 넣어 두더라도, 신의칙 위반이라는 반론을 미리 준비해 두더라도 원칙적인 법리가 뒤집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같은 법리가 적용되는 사안이라도 구체적 계약 조항의 표현, 당사자 사이 이행 경위, 증거의 확보 상태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실질 판단의 객관적 표지를 어떻게 배열할 것인지, 신의칙 반박 논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선제적 반환·공탁을 어느 시점에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사건의 결과를 좌우하는 실질적 변수입니다.
이러한 분쟁에 놓이셨다면, 내용증명 수령 또는 상대방의 소장을 받은 초기 단계부터 변호사와 함께 방어 전략을 설계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맹조영 변호사는 국내 3대 대형로펌인 세종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토지거래허가 잠탈 계약의 무효 주장 및 방어, 부동산 투자계약·매매계약 실질 판단 분쟁, 정산금 청구 및 위약벌 청구 응소, 수용보상금 관련 분쟁, 부당이득 반환·공탁 전략 설계, 신의칙 위반 주장 대응, 부동산 관련 민사소송 대응까지 사안별 사실관계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대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적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 중 언급된 수행 사례는 당사자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사실관계를 일반화하여 기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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