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조사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정보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고소인 조사는 "피해자가 자기 피해를 이야기하러 가는 자리인데 뭘 특별히 준비하나"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수사관 앞에 앉아보면 생각보다 질문이 꼼꼼하고, 답변 하나하나가 그대로 조서에 남습니다. 이후 피의자 측에서 변호인을 선임해 반박 자료를 내기 시작하면, 고소인 조사 때 흘리듯 한 답변 하나가 의외로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고소인 조사는 지나치게 긴장하실 자리는 아닙니다. 다만 방향을 잘못 잡고 가시면 의도치 않게 손해를 보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의뢰인분들께 실제로 드리는 조언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한 가지 — 피의자 조사와 혼동하지 마십시오
고소장을 접수한 뒤 첫 수사 일정으로 잡히는 것이 고소인 조사입니다. 피의자 조사는 수사기관이 혐의 유무를 따져 묻는 대립적인 자리지만, 고소인 조사는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수사관이 차분히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이미 고소장에 쓴 내용을 구두로 한 번 더 풀어 드린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피의자 조사를 염두에 두고 검색해 보시다가 "묵비권을 행사해야 하나", "유리한 답변만 해야 하나" 같은 식으로 접근하시는 분이 계신데, 이 방향은 고소인 조사에는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고소인 조사는 내 주장을 수사기관에 제대로 전달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조사의 두 요소— 무엇을 처벌해 달라는 것이고, 어떻게 알게 된 것인가
수사관이 하는 질문은 결국 두 갈래로 좁혀집니다.
하나는 고소 취지입니다. "피고소인의 어떤 행위를, 무슨 죄로 처벌해 달라는 것인가." 다른 하나는 경위와 증거입니다. "그 사실을 본인이 어떻게 알게 되었고, 뒷받침할 자료는 무엇인가."
이 두 축만 머릿속에 단단히 잡혀 있으면 질문 순서가 어떻게 바뀌든 진술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조사 전날과 당일 고소장과 제출한 의견서를 한 번 통독하시면서 사건의 주요 시점들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두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최초 피고소인과 접촉한 시점, 범죄행위가 이루어진 시점, 문서가 작성된 시점,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시점 같은 것들입니다.
실무에서 보면, 사건을 오래 끌어오신 분일수록 오히려 시점이 뒤섞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2년 전 일과 1년 전 일을 같은 해 일처럼 이야기하시기도 합니다. 이런 혼선은 조서에 그대로 남고, 나중에 피의자 측이 "고소인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빌미로 삼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 — 직접 본 것, 들은 것, 짐작한 것을 구분하십시오
이번 글에서 한 가지만 기억해 가시라고 한다면 이 부분입니다.
수사관 질문에 답하실 때 직접 경험하신 사실인지, 제3자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인지, 아니면 여러 정황상 그렇게 추측되는 부분인지를 스스로 구분해서 말씀하셔야 합니다.
이게 단순히 진술을 깔끔하게 보이기 위한 요령이 아닙니다. 고소인 본인을 보호하는 장치입니다.
형법 제156조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형법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의는 작정하고 거짓말을 한 경우뿐 아니라 미필적 고의, 즉 "진실이라는 확신도 없으면서 단정적으로 신고한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직접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마치 본인이 눈으로 본 것처럼 단정해서 진술하시면, 실체와 다르게 밝혀질 경우 엉뚱하게 본인에게 화살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의뢰인분들께 드리는 진술 요령은 단순합니다.
기억이 흐릿한 부분은 억지로 메우지 마시고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고 답하시기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은 "누구누구로부터 이렇게 들었습니다"라고 출처를 밝히시기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정황상 그렇게 판단하시는 부분은 "정황상 그렇게 추정합니다"라고 말씀하시기
특히 코인 사기, 다단계 투자 사기, 전세 사기 사건처럼 피해자가 여러 명인 유형에서는 다른 피해자의 피해 금액, 피고소인의 내부 사정, 자금 흐름 같은 정보가 조사 과정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내용은 고소인 본인이 직접 확인한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 다른 피해자나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으신 것인데, 이 부분에서 출처를 밝히지 않고 단정적으로 답변하시면 불필요한 문제가 생깁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 불리해 보여도 있는 그대로
마지막으로 많이들 놓치시는 부분입니다.
조사실에 앉아 있으면 수사관의 질문에 "모릅니다"라고 답하는 것이 왠지 성의 없어 보이거나 내 주장에 약점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잘 모르시는 부분까지 추측으로 메우시는 분이 많습니다. 불리해 보이는 사실도 비슷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내 주장이 약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살짝 비켜 가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경우 모두 고소인에게 손해입니다.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해 본격적으로 방어에 들어가면, 각종 자료가 나오고 피의자 진술이 덧붙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소인 조사 때 추측으로 메운 부분, 살짝 비켜 간 부분이 객관적 자료와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 최초 진술을 번복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번복 자체가 "고소인 진술 전반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는 쟁점으로 확장됩니다.
반면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시고 불리한 사실도 있는 그대로 말씀하시면, 당장 진술이 매끄러워 보이지는 않아도 이후 어떤 자료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는 진술이 됩니다. 실무에서 보면, 담담하게 사실대로 말씀하시는 진술이 결국 가장 강한 진술입니다.
조사 전에 변호사와 한번 점검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고소인 조사는 피의자 조사만큼 무겁게 준비할 자리는 아닙니다. 다만 그렇다고 아무 준비 없이 가셔도 되는 자리도 아닙니다.
특히 피해 규모가 크거나, 피해자가 여러 명이거나, 사건 구조가 복잡한 경우에는 조사 전에 대리인과 함께 사실관계를 시점별로 한 번 정리하시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방향을 점검하신 뒤에 조사에 임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통화 녹취, 카카오톡 대화, 계좌 이체 내역처럼 객관적 자료가 확보되어 있는 사건이라면, 그 자료와 진술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맞춰 두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조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첫 진술이 이후 조사와 수사 전반의 방향을 정하기 때문에, 첫 조사를 잘 준비하는 것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소인 조사 때 변호사가 동석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고소대리인이 선임되어 있는 경우 조사에 동석하여 부적절한 질문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답변 방향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사건의 쟁점이 복잡하거나 피의자 측의 반박이 예상되는 사안에서는 동석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Q. 조사실에서 답변을 바로 하기 어려운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바로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억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거나, "그 부분은 자료를 확인한 후 서면으로 보충해서 말씀드리겠다"고 하시면 됩니다. 무리해서 즉답하시려다 부정확한 진술이 조서에 남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Q. 조서를 작성한 뒤 어떤 점을 확인해야 하나요?
A. 조서는 수사관이 진술 취지를 요약하여 정리하기 때문에, 고소인께서 말씀하신 뉘앙스가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직접 경험한 것인지", "전해 들은 것인지"의 구분이 조서에서 흐려져 있으면 반드시 정정을 요청하셔야 합니다. 날인하기 전에 한 문장씩 꼼꼼히 읽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고소인 조사에서 한 진술을 나중에 수정할 수 있나요?
A. 가능은 하지만, 수정하실수록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약해집니다. 특히 객관적 자료에 반하는 방향으로 번복하시면 문제의 소지가 커집니다. 그래서 첫 조사 단계에서 진술 방향을 정확하게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다른 피해자 이야기까지 고소인 조사 때 해야 하나요?
A.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유사수신 사건이나 다수 피해자가 있는 투자 사기의 경우, 다른 피해자 존재가 피고소인의 '업으로' 요건이나 기망 고의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이 되기 때문에 언급하시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직접 확인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 사정은 "누구로부터 들었다"는 출처를 반드시 밝히셔야 합니다.
정리하며
고소인 조사는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추궁당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고소인 입장에서 주장하는 바를 수사기관에 제대로 전달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핵심은 단 하나입니다. 사실대로, 그리고 직접 경험한 것과 전해 들은 것을 구분해서. 이 원칙만 지키시면 조사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사건마다 쟁점이 다르고, 피의자 측이 어떤 방어 논리를 들고 나올지에 따라 고소인 조사에서 강조해야 할 포인트도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이 사안마다 결론이 갈리는 영역이라서, 사건 규모가 있거나 구조가 복잡한 경우에는 조사 전에 한번 점검받고 가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맹조영 변호사는 국내 3대 대형로펌인 세종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형사 고소장 작성, 고소대리인 의견서 제출, 고소인 조사 동석, 피의자 측 대응 분석, 다수 피해자 공동대응, 민사 손해배상 청구, 집행 단계까지 사안별 사실관계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대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적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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