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간 강제추행, 신고를 망설이는 피해자분들께
동성 간 강제추행, 신고를 망설이는 피해자분들께
법률가이드
성폭력/강제추행 등미성년 대상 성범죄디지털 성범죄

동성 간 강제추행, 신고를 망설이는 피해자분들께 

맹조영 변호사

동성 간 성추행 사건은 신고를 한참 망설이다 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친한 사이였는데 오해한 건 아닐까", "신고하면 내 성적 지향까지 알려질까 봐 걱정된다", "회사나 부대에서 어떻게 볼지 두렵다"

사건이 있고 며칠을 이런 고민 안에서 보내신 뒤에야 상담을 결심하시는 경우가 흔합니다.

가해자 측 입장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같은 남자끼리 무슨 추행이냐", "친한 사이에 장난친 것뿐이다", "나는 동성애자도 아닌데 무슨 성적 의도가 있었겠느냐"

사건마다 표현이 조금씩 다를 뿐 결국 몇 가지 항변으로 모입니다.

피해자분들의 망설임도, 가해자 측의 항변도 같은 전제에 기대고 있습니다. 동성 간이라는 사정이 이 사건을 가볍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전제입니다. 그러나 현재 법리는 이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동성 간 강제추행에 있어 현재 법리 및 실무가 어떻게 정리되어 있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형법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먼저 조문부터 보겠습니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조문 어디에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에 관한 제한이 없습니다. 행위의 객체는 그저 "사람"입니다.

대법원도 추행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두 사람의 성별이 같은지 다른지를 독자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뿐입니다(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도7538 판결).

기준은 누가 누구를 만졌는가가 아니라,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였는가입니다.

가해자 측이 자주 꺼내는 항변, 그리고 법원의 태도

"나는 동성애자가 아니다 — 성적 의도가 없었다"

가장 흔하게 나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 항변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을 오해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 가해자에게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별도로 요구되지는 않는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856 판결). 가해자에게 성적 흥분의 의도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추행 고의가 부정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내가 동성애자가 아니므로 성적 의도가 있을 수 없다"는 항변은 그 전제 자체가 법리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하급심에서도 피고인이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점이 추행 고의를 부정하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가 누적되어 있습니다.

"친한 사이에 장난친 것뿐이다"

장난·친분이라는 동기 역시 그 자체로 면책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한 차례라도 분명하게 거부 의사를 표시한 뒤에 같은 행위가 반복되었다면, "친근감의 표시였다"는 설명은 더 이상 추행 고의를 깨뜨리지 못합니다. 하급심은 거부 의사 표시 이후에도 행위가 이어진 사안에서 장난이라는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추행을 인정해 왔습니다.

피해자분들이 가해자와 친분이 있었다는 이유로 신고를 망설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친분 관계는 가해자에게 유리한 사정이 아니며, 오히려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행위가 이어진 정황은 고의 인정의 근거가 됩니다.

"동성 간이라 수치심을 느꼈을 리 없다"

현재 법원은 위와 같은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가슴, 엉덩이, 성기, 항문과 같이 성적 민감도가 높은 신체 부위는 동성 간이라 하더라도 동의 없는 접촉이 일반적으로 성적 수치심·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하급심은 동성인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기습적으로 움켜쥔 행위, 동성의 엉덩이를 친 행위, 동성 부하 직원의 귓불과 어깨를 반복적으로 주무른 행위, 거부하는 동성을 끌어안고 귀에 대고 말한 행위 모두를 추행으로 인정하였습니다.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강하게 거부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즉시 비명을 지르거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았다는 사정도 자주 동원되는 논리입니다.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의 심리에서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피해자가 "통상의 성폭력 피해자라면 마땅히 보였을 법한 반응"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도3451 판결). 회식 자리, 직장 내 위계, 폐쇄적 모임 안에서 즉각적인 항의를 표시하지 못하는 것은 흔한 반응이며, 그 자체로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피해자분들이 자주 갖는 우려에 대하여

상담 과정에서 피해자분들이 자주 꺼내시는 망설임을 정리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요." 앞서 본 것처럼 추행 해당 여부는 피해자 개인의 민감도가 아니라 객관적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본인의 반응이 과한지 아닌지를 스스로 검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판단은 수사기관과 법원의 몫입니다.

"성적 지향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노출될까 두렵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신원·신변 보호 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수사 단계에서부터 가명 조사, 비공개 진술, 신변 안전 조치 등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보호 제도를 어느 시점에 활용할 것인지는 사건 초기에 변호인과 함께 정해두셔야 효과가 있습니다.

"회사나 부대, 학교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습니다." 조직 내 신고와 형사 고소를 어떤 순서로 결합할 것인지는 사안마다 결론이 달라집니다. 위계가 강한 조직일수록 2차 가해와 보복성 인사의 위험이 동반되므로, 신고 시점·창구·증거 보존 순서를 함께 조정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해자가 친한 사이라 신고하기가 망설여집니다." 친분은 가해자에게 유리한 사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친밀한 관계를 이용한 행위는 위계·신뢰관계 이용 정황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났는데 지금 와서 신고가 의미가 있을까요." 강제추행죄는 친고죄가 아니라서 즉시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이 차단되지 않습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CCTV 영상 보존 기간이 지나고, 메시지 기록이 정리되며, 진술의 정합성도 약해집니다. 가능한 시점에 빨리 시작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런 망설임은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다만 피해자분이 결심을 정리하시는 동안 증거는 그 시간만큼 사라지고, 가해자 측은 변호인을 통해 자기 입장을 정돈한다는 점은 함께 고려하셔야 합니다.

처벌의 범위

기본 법정형은 형법 제298조의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만 사안의 성격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집니다.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경우에는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이, 직장 상사·고용주 등이 업무·고용 관계에서 위계·위력을 이용해 추행한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이 적용됩니다. 군인 사이에서 발생한 사건은 군형법 제92조의3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법정형이 가중됩니다.

유죄가 인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등 보안처분이 함께 부과됩니다.

형사책임과 별개로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위자료·치료비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50조).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 시점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점은 미리 확인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챙기셔야 할 것 — 증거의 보존

동성 간 강제추행 사건도 결국 증거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직접 목격자가 거의 없는 사건이 대부분이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주변 자료가 사건의 향방을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 우선순위를 두는 자료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 CCTV 영상: 회식 장소, 사무실, 엘리베이터, 노래방 등 CCTV. CCTV는 그 저장 과정에 덮어쓰기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보통이므로, 보존 요청은 빠를수록 안전합니다. 하급심에서 피고인이 부인하다가 CCTV 영상이 확보된 후에야 행위를 인정한 사례가 다수 있습니다.

  • 카카오톡·문자 메시지: 사건 직후 가해자에게 보낸 항의, 친구나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메시지. 시점이 이를수록 진술 신빙성이 강하게 평가됩니다.

  • 제3자 진술: 같은 자리에 있었던 동료, 사건 직후 피해 사실을 들은 지인. 법원은 피해자가 고소 이전에 이미 다른 사람에게 피해 사실을 언급했다는 정황을 진술 신빙성을 보강하는 중요한 근거로 평가합니다.

  • 피해자 본인의 진술 메모: 수사기관 진술에 앞서 시간순으로 정리한 메모. 이후 진술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기초가 됩니다.

한 가지 부가하자면, 가해자나 그 가족과 직접 합의 협상을 진행하시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통화 내용이 녹음되어 공갈 혐의로 역고소가 들어오는 경우가 실무에서 적지 않게 나타납니다. 합의는 변호사 통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직장·학교·군 내부에서 발생한 경우

조직 내부에서 발생한 사건은 형사 절차와 별개로 내부 신고 절차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회사라면 성희롱·성폭력 고충처리 부서, 학교라면 인권센터, 군이라면 군인권보호관 또는 군 수사기관이 그 창구입니다.

특히 군의 경우,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43조 제1항은 성추행 사실을 알게 된 사람에게 즉시 상관에게 보고하거나 군인권보호관 또는 군 수사기관에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같은 법 제27조 제1항 제1호는 성희롱·성추행·성폭력을 군기문란 행위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형사 책임과 별개로 징계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내부 신고가 모든 사건에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위계가 강한 조직일수록 2차 가해와 보복성 인사의 위험이 동반되므로, 형사 고소와 내부 신고를 어떤 순서로 어느 시점에 결합할 것인지를 사건 초기에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안마다 결론이 달라지는 지점이며, 변호사의 조력이 가장 의미 있게 작용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술자리에서의 행위도 처벌됩니까? A. 가해자가 만취 상태였다는 사정이 추행 고의를 자동으로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만취의 정도, 행위의 구체적 양태, CCTV 등 객관적 증거의 존부에 따라 결론은 사안별로 달라집니다.

Q. 가해자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A. 기억이 없다는 진술 자체는 무죄 사유가 아닙니다. 오히려 행위의 존재가 다른 증거로 입증되는 경우, 변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피고인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Q. 피해 발생 후 며칠이 지났는데 지금이라도 신고가 가능합니까? A. 가능합니다. 강제추행죄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즉시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이 차단되지 않습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CCTV 소실, 메시지 삭제 등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가능한 한 신속한 대응이 바람직합니다.

Q. 제 성적 지향이 수사 과정에서 노출될까 우려됩니다. A. 성폭력 피해자 신원·신변 보호 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수사 단계부터 보호 조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제도를 어느 단계에서 활용할 것인지는 사건 초기에 변호사와 함께 정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합의를 받아들여야 할까요? 합의를 하면 가해자 처벌이 사라집니까? A. 강제추행은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합의가 처벌 자체를 소멸시키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는 가해자 양형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므로, 피해자 입장에서 합의 시점·조건·처벌불원서의 형식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정리하며

동성 간 강제추행 사건에서 가해자 측 논리는 거의 정해져 있고,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상당 부분 정리되어 있습니다. 동성 간이라는 사정,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항변, 친분에 따른 장난이었다는 해명, 그 자리에서 강하게 거부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그 어느 것도 그 자체로 추행 성립을 깨뜨리지 못합니다.

피해자분들이 망설이시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다만 그 시간 동안 CCTV가 덮어쓰기로 사라지고 메시지 기록이 정리되며, 가해자 측에서는 변호인을 통해 자기 입장을 정돈합니다.

적용 법조의 선택, 증거 확보의 우선순위, 형사 고소와 내부 신고의 결합 방식, 신변 보호 조치의 활용 시점 등에 대한 판단은 사안별로 달라지며, 이 판단의 정밀도가 사건 결과를 가르는 실질적인 변수입니다. 결정을 망설이고 계시다면, 결정 자체에 앞서 사실관계를 한번 정리해 보시는 단계부터 변호사와 함께 진행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맹조영 변호사​​는 국내 3대 대형로펌인 세종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동성 간 강제추행 고소 대리, 직장 내 성폭력 사건 대응, 군 내 성추행 사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피해자 신변 보호 조치 신청, 형사 고소장 작성 및 대리, 가해자 측과의 합의 대리, 민사 손해배상 청구, 조직 내부 신고 절차 병행 전략까지 사안별 사실관계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대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적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맹조영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26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