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나 성장기 기업에서 일하다 보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 접하게 됩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함께 이익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받는 입장에서는 무척 매력적인 인센티브입니다.
그런데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았다고 해서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주총회에서 결의가 이루어지고, 부여 계약서까지 체결했더라도, 상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행사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부여 자체가 무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과거에 수행했던 사건 중에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안이 있었습니다. 회사의 임직원이 아닌 외부 협력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해 형식적인 고용계약을 체결한 사안이었는데, 대리인으로서 검토한 결과, 주식매수선택권 부여가 애초부터 상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무효였고, 설령 유효하다고 보더라도 행사 요건인 2년 재직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행사가 불가능한 사안이었습니다.
오늘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가 무효가 되는 경우와 행사 요건에 관한 법적 쟁점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회사 입장에서든, 부여받는 개인 입장에서든, 미리 알아두면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주식매수선택권, 누구에게 부여할 수 있을까요?
주식매수선택권이란 미리 정한 가액으로 신주를 인수하거나 자기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상법 제340조의2 제1항은 이 권리를 부여할 수 있는 대상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법 제340조의2(주식매수선택권) ① 회사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434조의 주주총회의 결의로 회사의 설립ㆍ경영 및 기술혁신 등에 기여하거나 기여할 수 있는 회사의 이사, 집행임원, 감사 또는 피용자(被用者)에게 미리 정한 가액(이하 “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가액”이라 한다)으로 신주를 인수하거나 자기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이하 “주식매수선택권”이라 한다)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가액이 주식의 실질가액보다 낮은 경우에 회사는 그 차액을 금전으로 지급하거나 그 차액에 상당하는 자기의 주식을 양도할 수 있다. 이 경우 주식의 실질가액은 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일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즉, 주식매수선택권은 회사의 이사, 집행임원, 감사 또는 피용자에게만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한은 주식매수선택권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초래하는 제도인 만큼, 회사와 직접적인 고용관계 또는 위임관계에 있는 자에 한하여 부여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임직원이 아닌 외부 사업 파트너, 대리점 운영자, 자문역 등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은 상법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를 위반한 부여는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쟁점 : '피용자'란 누구를 말할까요?
상법은 '피용자'의 의미에 관하여 별도의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민법상 피용자 및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참고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과 관련하여,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는 반드시 유효한 고용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 아니며, 사실상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그 지휘·감독 아래 그 의사에 따라 사무를 집행하는 관계가 있으면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1다283834 판결). 이때 지휘·감독 관계는 실제로 지휘·감독하고 있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지휘·감독을 하여야 할 관계에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됩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다216312 판결, 대법원 2010. 7. 8. 선고 2010다13732 판결).
또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종속적인 관계인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8다298775, 298782 판결).
이를 종합하면,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 대상인 '피용자'에 해당하려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독자적인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계산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외부 협력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쟁점 : 형식적 고용계약은 통정허위표시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외부 협력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싶을 때, 형식적으로 고용계약을 체결하여 '피용자'의 외관을 만드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이 고용계약이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자격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는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민법 제108조)로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처럼 양 당사자 모두 정상적인 고용관계를 창출할 의사가 없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자격을 만들기 위해 고용계약을 체결한 경우, 고용계약이 무효인 이상 대상자는 '피용자'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자체가 무효가 됩니다.
이 쟁점은 특히 성장기 기업이 외부 협력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싶을 때 실무적으로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형식적으로 고용계약을 체결해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은 법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며, 분쟁이 발생했을 때 부여 자체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세 번째 쟁점 : 2년 재직요건은 강행규정입니다 — 완화할 수 없습니다
설령 고용계약이 유효하고 '피용자'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상법 제340조의4(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 ①제340조의2제1항의 주식매수선택권은 제340조의3제2항 각호의 사항을 정하는 주주총회결의일부터 2년 이상 재임 또는 재직하여야 이를 행사할 수 있다.
즉,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기로 한 주주총회 결의일로부터 2년 이상 재임 또는 재직해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요건은 주식매수선택권이 기업가치 상승의 유인을 통해 직무 충실을 도모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조기 행사에 의한 시세차익만 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 요건이 강행규정임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정관이나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통해서도 상법 제340조의4 제1항의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본인의 귀책사유가 아닌 사유로 퇴임 또는 퇴직하게 되더라도 퇴임 또는 퇴직일까지 상법 제340조의4 제1항의 '2년 이상 재임 또는 재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위 조항에 따른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85027 판결).
나아가,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당시 이미 2년이라는 최소 재임요건을 구비할 수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부여계약 자체가 강행법규 위반으로서 무효로 본 하급심 판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7. 16. 선고 2007가합111563 판결)도 존재합니다.
"계속 일했으니 계약이 갱신된 것 아닌가요?"
실무에서 자주 등장하는 반론입니다. 고용계약 기간이 만료되었더라도 계속 업무를 수행한 이상 묵시적으로 갱신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고용계약의 묵시적 갱신이 인정되려면, 계약 만료 후에도 근로자가 계속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이를 수령하며 임금을 지급하는 등 실질적 고용관계가 지속되어야 합니다. 급여를 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독립적인 사업체를 운영하며 종전과 동일한 거래관계를 유지한 것만으로는 묵시적 갱신이 인정될 여지가 없습니다.
형식적 고용계약이 이미 통정허위표시로 무효인 상황에서, 그 계약의 묵시적 갱신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 됩니다. 무효인 계약이 갱신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실무 Tip]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거나 부여받을 때 확인해야 할 사항
주식매수선택권 관련 분쟁은 부여 단계에서부터 문제의 씨앗이 심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사항을 미리 확인해 두면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부여 대상의 적격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부여 대상자가 상법상 '이사, 집행임원, 감사 또는 피용자'에 해당하는지 실질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형식적인 고용계약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와 근로 제공이 있어야 합니다.
2년 재직요건의 충족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 재계약이 보장되어 있는지, 2년 이상 재직할 수 있는 구조인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부여 당시 2년 재직이 불가능함이 명백하다면 부여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외부 협력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싶다면, 주식매수선택권이 아닌 다른 방법(성과 보상 계약, 이익 분배 약정 등)을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법상 주식매수선택권은 임직원에게만 부여할 수 있으므로, 이를 우회하여 외부인에게 부여하는 것은 분쟁 시 무효 판단의 위험이 있습니다.
이미 분쟁이 발생한 경우라면, 부여 대상 적격성, 2년 재직요건 충족 여부, 고용계약의 실질 등 여러 쟁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방어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어떤 쟁점을 어떻게 다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조기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맹조영 변호사는 국내 3대 대형로펌인 세종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의 적법성 검토부터 행사 요건 분석, 무효·취소 다툼 전략 수립, 손해배상 방어까지 사안별 사실관계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대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적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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