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에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올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생각이나 경험이 항상 긍정적일 수만은 없습니다. 특정 대상에 대해 부정적인 코멘트를 적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는 연락을 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왜 내가 처벌받아야 하지?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이 올린 글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에 당황하여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내가 올린 글이 사실이라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를 법적으로 관철시키려면 몇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명예훼손 혐의를 받았을 때, 어떤 법리에 따라 방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상대방과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법까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알아야 할 것 : 명예훼손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명예훼손이라고 하면 다 같은 것 같지만, 법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사실을 말한 경우(형법 제307조 제1항)이고, 다른 하나는 허위 사실을 말한 경우(형법 제307조 제2항)입니다. SNS에 글을 올린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사실을 말한 경우에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지만(형법 제310조), 허위 사실을 말한 경우에는 이러한 면책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처벌 자체도 무겁습니다(사실적시 명예훼손 -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따라서 의뢰인이 올린 글이 사실인지 허위인지가 사건의 결과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첫 번째 포인트 : '허위'를 증명해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검사입니다
많은 분이 "내가 사실임을 증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서,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 및 피고인이 허위임을 인식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대법원은 '단순히 공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바 있습니다(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9도13404 판결).
쉽게 말하면, "네가 올린 글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해봐"가 아니라, "검사가 네 글이 거짓이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검사가 이를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지 못하면 무죄가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무적으로는 의뢰인 측에서도 진실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법적 구조상 증명의 부담이 내가 아닌 상대방(검사)에게 있다는 점은, 방어 전략을 세우는 데 매우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두 번째 포인트 : '허위'의 기준은 생각보다 엄격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올린 글의 내용이 사실과 100% 일치해야만 '허위가 아니다'라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적시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9도13404 판결).
즉, 글의 핵심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면, 사소한 세부 사항이 약간 다르거나 표현이 다소 과장되었다고 해서 바로 '허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허위 여부는 적시된 사실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한 부분'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 부분은 실제 사건에서 다툼의 여지가 큰 쟁점입니다. 같은 글이라도 어떤 부분을 '중요한 부분'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변호인과 함께 글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 포인트 : '거짓인 줄 알았느냐'도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허위사실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내가 올린 글이 허위라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그것이 거짓인 줄 알면서도 올렸다는 점까지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 '고의'라고 합니다.
대법원은 이 고의의 판단에 관하여, "공표된 사실의 내용과 구체성, 소명자료의 존재 및 내용, 피고인이 밝히는 사실의 출처 및 인지 경위 등을 토대로 피고인의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 공표 경위, 시점 및 파급효과 등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대법원 2024. 2. 8. 선고 2020도14521 판결).
쉽게 말하면, 내가 그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면, 설령 나중에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고의'가 부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방어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은, 내가 해당 사실을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그리고 사실 확인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입니다. 출처가 명확하고, 확인 과정이 있었다면, 고의가 부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네 번째 포인트 : 사실이고 공익적이라면, 아예 처벌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올린 글이 진실한 사실이고, 그 내용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형법 제310조에 의해 아예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 규정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제1항)에만 적용되고,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제2항)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내가 올린 글이 사실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면, 혐의 자체가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전환될 수 있고, 여기에 공익성까지 인정되면 아예 처벌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방어 전략의 설계는 사안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인과 함께 어떤 방향으로 방어할지를 초기에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과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법
명예훼손 사건에서 알아두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309조)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형법 제312조 제2항). 이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공소를 제기하더라도 공소기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피해자와 합의하여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받으면,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합의를 진행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올린 글이 허위가 아님을 전제로 하되, 상대방이 느낀 감정적 피해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합의 성사에 유리합니다. 게시물 삭제나 정정 게시물 작성 등 실질적인 피해 회복 조치를 제안하면 상대방의 수용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금전적 합의금 규모는 사안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인과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편, 상대방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하거나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형사 합의와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 포기 합의를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민사 명예훼손 사건에서 허위사실의 적시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적시된 사실의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피해자)에게 있습니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다4138 판결).
[실무 Tip]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을 때, 이것만은 꼭 하세요
명예훼손 혐의를 받게 되면 당황하기 쉽지만, 초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내가 올린 글의 내용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정리해야 합니다. 공문서, 계약서, 영수증 등 객관적 문서가 있다면 가장 좋고, 메시지, 이메일, 게시물 캡처 등 디지털 증거도 유효합니다. 해당 사실을 직접 목격하거나 알고 있는 제3자가 있다면 진술서를 확보해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내가 해당 사실을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사실 확인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고의 부재'를 소명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가 됩니다.
그리고 수사 초기 단계에서 불필요한 진술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술 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사실관계가 정리되기 전에 성급하게 진술하면 불리한 방향으로 사건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증명책임의 구조, 허위 여부의 판단 기준, 고의 인정 여부, 위법성 조각 가능성, 합의 전략 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초기 대응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어입니다.
마치며
SNS에 글을 올린 것이 명예훼손 혐의로 이어지면,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가해자가 된 것 같은 억울함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법은 '허위성'과 '고의'의 증명책임을 검사에게 지우고 있고, 사실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도 있으며, 합의를 통해 형사 절차를 종결시킬 수도 있습니다.
같은 혐의라도 증명책임의 구조를 어떻게 활용하고, 진실성과 고의 부재를 어떻게 소명하며, 합의를 어떤 방향으로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맹조영 변호사는 국내 3대 대형로펌인 세종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법률 검토부터 진실성·고의 부재 소명 전략 수립, 경찰·검찰 조사 대응, 피해자와의 합의 교섭, 민사 손해배상 방어까지 사안별 사실관계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대응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본 포스팅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적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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