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유예 정도 나올 줄 알았는데 약식명령 나왔어요”
형사사건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정말 자주 듣게 됩니다. 단순한 폭행이나 가벼운 접촉사고, 또는 온라인에서 몇 만원 정도의 물건 거래를 하다가 분쟁이 생긴 중고거래 사건처럼 비교적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예 기소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법원에서 약식명령 통지서가 도착하면 대부분의 분들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하게 됩니다.
이때 많은 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약식명령에 적힌 벌금을 그냥 납부하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억울한 부분이 있으니 정식재판을 청구해 다시 다퉈보는 것이 좋은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구약식처분과 약식명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처분을 받았을 때 어떤 기준으로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을지를 실제 피고인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 구약식, 약식명령, 정식재판... 헷갈리는 용어
형사사건 절차에는 일반인에게 낯선 용어가 많습니다. 구약식처분이나 약식명령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먼저 구약식처분은 검사가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벌금형 정도로 처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때 법원에 약식절차로 처리해 달라고 청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판사가 서류만 검토해 벌금형을 선고하는 결정을 약식명령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검사는 “이 사건은 기소유예로 끝낼 정도로 가벼운 사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법정에서 정식 재판을 열 정도까지는 아니다. 벌금형 정도가 적당하다”라고 판단해 법원에 요청하고, 판사가 이를 받아들여 벌금을 정하는 절차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다만 법원 역시 사건 내용을 검토한 뒤 약식절차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정식 공판절차에 회부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가만히 있으면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된다는 것입니다.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벌금을 납부해야 하고 형사처벌 기록도 남게 됩니다.
하지만 피고인이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이 경우 사건은 실제 법정에서 다시 심리를 거쳐 판단을 받게 됩니다.
• 정식재판 청구하면 벌금이 줄어들까
약식명령을 받은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벌금이 줄어들까요?”라는 질문입니다.
먼저 알아두어야 할 점은 검사가 구약식 처분을 한 시점에 이미 기소유예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검사가 사건을 약식기소했다는 것은, 기소유예로 사건을 종결하기보다는 벌금형 정도의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법원은 검사의 약식명령 청구를 받아 서류 심리를 통해 벌금을 정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약식명령입니다.
따라서 피고인 입장에서는 선택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억울한 부분이 있거나 무죄를 주장할 여지가 있다면 정식재판을 통해 사건을 다시 다투는 방법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선고유예나 보다 낮은 처벌을 기대하며 재판을 진행하는 선택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다만 정식재판을 청구한다고 해서 항상 형이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약식명령보다 더 무거운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 이른바 형종상향금지 원칙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형의 종류에 대한 제한일 뿐이어서 같은 벌금형이라 하더라도 벌금 액수 자체는 약식명령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재판을 하면 형이 줄어들 것 같다”는 기대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사건의 내용과 증거관계, 재판에서의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전문 변호사와 상담을 통해 정식재판 진행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정식재판 청구는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되기 때문에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면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자신의 책임 없는 사유로 기간을 놓친 경우에는 정식재판청구권 회복청구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예외적인 방법도 있음
• 벌금만 내면 피해자와 합의는 안 해도 될까
약식명령을 받은 뒤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많은 분들이 “벌금만 내면 사건이 완전히 끝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형사 절차 자체는 벌금을 납부하면 마무리됩니다. 약식명령이 확정된 뒤 정해진 벌금을 납부하면 형사재판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사건은 종결됩니다. 따라서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는 이상, 피해자와 반드시 합의를 해야만 벌금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형사사건의 종료와 피해자와의 관계가 항상 같은 문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벌금을 납부하면 국가가 진행하는 형사절차는 끝나지만,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은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식명령이 내려졌다고 해서 무조건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성격이나 피해 정도에 따라 벌금 납부로 정리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합의를 통해 분쟁을 정리하는 것이 더 나은지는 상황에 따라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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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던 단순 폭행이나 교통사고, 소액 사기 사건에서 약식명령을 받은 뒤 당황해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갑작스럽게 벌금형 통지를 받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든 사건이 무조건 정식재판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약식명령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억울한 부분이 있거나 형사기록이 남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정식재판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가장 실익이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입니다. 약식명령을 받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되는 상황이라면, 혼자서 판단하기보다 전문가와 함께 방향을 정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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