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갑자기 경찰에서 연락이 온다면 어떨까요. 담당 수사관인데 특정 날짜에 경찰서에서 조사 가능하냐는 전화를 받으면 대부분 당황해서 우선 알겠다고 답하거나, 무슨 일인지 간단히 물어보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통화 내용만으로 어느 정도 사건의 성격을 추측해볼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청소년과 수사관이 전화가 왔다면 성범죄, 지능범죄 수사관의 전화라면 보이스피싱, 불법 금융 같은 금전 문제일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단계에서 수사관이 구체적인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때 나는 떳떳하니까 조사받고 오면 된다는 생각은 반드시 버리셔야 합니다. 경찰조사는 단순한 확인 절차가 아닙니다. 이 통지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고소인이 먼저 조사를 마쳤다는 의미이고, 수사기관은 고소인의 진술과 제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피의자를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부터 수사는 이미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셔야 합니다.
따라서 아무런 준비 없이 출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당황하거나, 기억이 불명확한 부분을 대충 답했다가 이후 진술 신빙성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조사 일정부터 잡지 말고, 고소장 확인이 먼저
경찰에서 언제까지 나오라고 하면 반드시 그 날짜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조사 일정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충분히 조정할 수 있습니다. 직장 근무 일정, 가게 운영, 기존 일정, 건강상의 이유 등 현실적인 사정을 설명하면 날짜 변경은 가능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조사 일정이 아니라 고소장입니다. 반드시 고소장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내가 어떤 내용으로 고소를 당했는지, 상대방이 어떤 사실을 주장하고 어떤 증거를 제출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조사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대비 없이 시험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고소장 확인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소인의 주장과 증거를 정확히 파악하고, 어떤 부분을 설명해야 하는지 사전에 정리해야 합니다. 다만 정보공개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통상적으로는 10일 내외, 길게는 20일 정도까지 소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고소장 확인 후 조사 일정을 잡겠다고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경찰조사에서 무엇을 물어볼지, 어디가 쟁점인지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아무런 준비 없이 출석하는 것과는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받은 것에만 답하고, 추측이나 거짓말은 금물
경찰조사에서 의외로 많이 발생하는 실수는 불필요한 말을 하는 것입니다. 조사 분위기가 부드럽다고 해서 편하게 대화하듯이 이야기하시면 안 됩니다. 경찰조사는 대화가 아니라 기록입니다. 내가 한 모든 말은 그대로 조서에 남고, 이후 수사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이같은 표현은 반드시 피하셔야 합니다.
‘아마 맞는 것 같다’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 같은 표현은 실제 사실과 다르게 해석될 여지를 남깁니다. 수사기관이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의도로 질문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답변을 하게 되면, 의도와 다르게 불리한 내용이 기록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분명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셔야 합니다. 정확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지금은 확인이 어렵다고 답하는 것이 맞습니다. 또한 질문이 불리하거나 답변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입니다.
조서를 반드시 확인하고 문제 부분은 수정 요청
조사가 끝나면 경찰관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고 확인 후 지장을 찍으라고 안내합니다. 많은 분들이 형식적인 절차라고 생각하고, 이미 몇 시간 동안 조사를 받아 지친 상태에서 대충 확인한 뒤 서명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위험합니다.
오늘 조사받은 모든 과정은 결국
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조서 내용은 반드시 꼼꼼하게 확인하셔야 합니다. 내가 말한 취지와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는지, 표현이 왜곡되거나 과장된 부분은 없는지 하나하나 체크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이런 표현 차이가 실제로 자주 발생합니다.
조사 과정에서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조서에는 “해당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함” 또는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함”이라고 정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단순히 가능성을 열어둔 답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서에는 단정적인 표현으로 기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말의 뉘앙스가 정리되는 과정에서 의미가 달라질 수 있고, 이런 표현 하나가 이후 법적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애매한 표현이나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작성된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수정 요청을 하셔야 합니다. 이후 수정이 반영된 최종본을 확인한 뒤에 지장을 찍는 것이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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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못한 것이 없으니 변호사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경찰조사에 임했다가, 조사 과정에서의 말실수나 부정확한 진술로 상황이 불리해진 뒤에야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는 ‘유죄일 때’ 필요한 존재가 아닙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당사자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고, 불필요하게 불리한 상황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피의자 신문조서에 불리한 내용이 기재된 상태로 서명까지 마쳐버리면, 이후 대응은 훨씬 어려워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조사 단계에서부터 반드시 신중하게 대응하셔야 합니다. 만일 경찰조사가 처음이라 불안하시거나, 진술에 대한 부담이 있는 분들이라면 조사 전에 변호사와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필요하다면 조사 동행을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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