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웨이브 [이변을 만드는 이변] 형사전문변호사 이창민입니다.
*의뢰인 보호를 위해 사건은 최대한 축약해서 설명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을 보태지는 않습니다.
어느날, 법무법인 웨이브의 사무실로 전화가 옵니다. 제가 부재중이라, 담당 직원에게 메모를 전달받았는데, 콕집어 이창민 변호사랑 상담을 하고 싶다고 요청을 주셨다고 합니다.
전화를 드려보니 간단히 상황을 설명해주시고는, 이내 방문상담을 희망하셨습니다. 방문상담은 상담비용이 발생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당연히 상담비용도 지불하시겠다고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상담 내내 제게 많은 신뢰를 보내주시기에, '혹시 저를 어떻게 아셨어요...?' 라고 조심스레 여쭈어보았더니, 챗GPT에 '학폭전문변호사', '스토킹전문변호사' 뭐 이런식으로 추천을 부탁드렸더니 제가 나왔고, 이래저래 살펴보니 믿음이 가서 상담을 신청하게 되었다고 해주셨습니다. 근데 이 사건은 사실 학폭이랑은 무관하기는 한데...
저는 GEO작업도 별도로 하지 않는데 어떻게 나왔는지 참 신기하지만, (지금은 안나오네요) 어쨌건 신뢰에 부응할 수 있어서 참 뿌듯한 사건이었습니다.

1. 사건의 개요
우리 의뢰인은 어린 학생으로서, 어머님이 저와 상담을 하고 변호사 선임 계약을 완료 하였습니다.
'고독한 xxx방'이라고 해서, 유명인의 사진등을 올려서 공유하되 잡담은 금지하는? 그런 방이 있습니다. 의뢰인은 유명인(연예인은 아님)의 고독방에 입장하여, 본인이 그 해당 유명인인 것 처럼 행세하며 약 10분가량의 짧은 시간동안 카톡을 몇개 올리고는 퇴장을 하였습니다.
유명인 행세를 하면서 돈을 요구하거나 했던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냥 열심히 살아라, 행복해라 이런 덕담같은 것을 한 것에 불과합니다.
의뢰인은 가벼운 마음에 그냥 장난을 했던 것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특별히 나쁘거나, 해당 유명인의 이미지를 훼손할만한 발언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해당 고독방에 있던 다른 사람이, 해당 유명인에게 '진짜 본인이 맞냐'라면서 DM을 보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칭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 유명인이 의뢰인을 고소하게 된 것입니다.

2. 사안에 대한 법률 쟁점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 같은 질문을 하고 계실 것으로 보입니다.
이게 왜 스토킹이지? 사칭이랑 스토킹이랑 다른 거 아냐?
그래서, 여기에서 간단히 스토킹 범죄의 구조에 대해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법조문 그대로 옮겨와도 어차피 안읽으실테니(...)요약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스토킹범죄"를 저지르면 처벌을 받는데(제18조), 여기서의 "스토킹범죄"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고(제2조 제2호), 그럼 또 "스토킹행위"가 뭐냐하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아래 가. ~ 사.의 행위를 하여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제2조 제1호). 가. ~ 사. 의 행위도 어려운 용어는 빼고 정리를 해볼게요.
가. 상대방을 따라다니거나 막아서는 행위
나. 상대방의 집, 직장, 학교 등 생활 장소나 근처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다. 상대방에게 편지, 택배를 보내거나 문자, 전화, 팩스, 카카오톡 메시지 등 통신을 하는 행위
라. 상대방등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등을 두는 행위
마. 상대방등의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놓여져 있는 물건등을 훼손하는 행위
바. 인터넷이나 통신망을 이용하여 개인정보, 위치정보 등을 제공하거나 배포 또는 게시하는 행위
사. 인터넷을 통하여 사칭하는 행위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스토킹이라는 것은 일상적으로 이해되는 것처럼 찾아가거나 연락을 계속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위를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며, 이성적인 감정이 결부될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인터넷을 통하여 사칭하는 행위'가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입니다.

3. 대응전략 및 사건의 진행 경과
사실 의뢰인은 이미 경찰 조사, 검찰 조사까지 마치고 저와 처음 상담을 진행하였던 사건입니다.
경찰에서는 혐의가 인정되어 검찰로 송치가 된 것이고, 검찰에서도 조사를 받으면서, '만약 합의만 잘 되면 별 문제 없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 의뢰인은 합의 대행만을 제게 요청하였기에 합의를 진행하고자 하였으나, 해당 유명인 측에서 합의를 거절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대응전략으로 "의뢰인이 행하였던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인 판단은 차치하고, 전부 인정하고 잘못했다면서 선처를 구하는 쪽으로 가자. 다만, 스토킹 범죄가 실제 성립하는지에 대해서, 같은 법률가인 변호사가 봤을때 의문이 드는 점이 있으므로, 이에 대해 법리적인 판단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가자."면서, 유체이탈 전략을 제시하였습니다.
유체이탈 전략은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하되, 고소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법적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무죄를 주장하는 전략 중 하나입니다. 즉, '법을 잘 모르는 의뢰인이 어쨌건 잘못한 행동을 한 것은 인정하고, 그것이 범죄라면 달게 죗값을 치르겠다'고 하면서도, '근데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봤을때는 애초부터 의뢰인의 행동은 범죄가 아니다.'라면서, 의뢰인과 변호사의 입장을 따로 가져가는 전략이라서 제가 방금 붙여본 이름입니다.
따라서 유체이탈 전략에 맞도록 검찰에 제출할 의견서의 형식과 내용도 재정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무죄 주장을 할 경우,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의견서에도 이 부분을 앞에 쓰고, '설령 유죄라고 하더라도 선처해달라'는 내용을 뒤에 쓰기 마련인데, 유체이탈전략에서는 피의자가 잘못을 반성하고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점을 더욱 두각시키기 위해 순서를 뒤집기도 하였습니다.

4. 사건의 결과
최초 합의가 제1의 목표였으나, 합의 의사를 일축당하여(?) 전력으로 싸웠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최종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더욱 뿌듯했던 점은, 의견서를 제출한 이후 이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님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걸려와서 받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검사가 직접 연락할 일이 없고, 해당 검사실의 수사관(계장)들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연락을 하거든요. 어쨌든 검사님이 직접 전화가 와서, 이 의견서의 취지가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여쭤보시길래 전화로 상세하게 답변을 해드렸더니, 제게 '상당히 의미있는 부분을 지적해주신 것 같다. 잘 검토해보겠다.'고 하시더라구요.

변호사 생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게 해보았지만, 저런 전화를 받은 적은 처음이라 나름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요, 예상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불기소 처분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의뢰인과 가족께서는 무척 고마워하시면서 제게 감사함을 표시하였습니다.
지금, 여기, 불기소결정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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