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는 어젯밤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을 뿐인데, 면허가 날아갔다
가비는 어젯밤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을 뿐인데, 면허가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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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는 어젯밤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을 뿐인데, 면허가 날아갔다 

조민성 변호사

가비는 어젯밤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을 뿐인데, 아침에 면허가 날아갔다.

가비는 요즘 잠을 못 잔다. 회사에서 프로젝트 마감에 쫓기고, 밤마다 천장만 바라보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겨우 눈이 감긴다.

결국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졸피뎀을 처방해줬다.

"잠자기 30분 전에 한 알 드세요."

의사 말대로 밤 11시에 약을 먹고, 가비는 오랜만에 푹 잤다.

다음 날 아침 7시. 알람 소리에 일어난 가비는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머리도 맑고, 졸리지도 않았다. 평소처럼 차에 시동을 걸고 출근길에 올랐다.

그런데 골목을 빠져나오다 앞차 범퍼를 살짝 긁었다. 누가 봐도 경미한 접촉사고. 서로 보험 처리하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출동한 경찰이 느닷없이 물었다.

"혹시 약 드신 거 있으세요?"

가비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젯밤에 수면제 한 알 먹었는데요, 왜요?"

그 한마디가 가비의 인생을 뒤집어놓을 줄은 몰랐다. 경찰은 소변검사를 요청했고, 결과는 양성.

가비는 그 자리에서 '약물운전'으로 입건됐다.

며칠 뒤에는 면허 취소 통보서까지 날아왔다.

가비는 멍했다. 술도 안 마셨다. 졸리지도 않았다. 그냥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잤을 뿐인데, 갑자기 범죄자가 됐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감기약 먹고 출근 운전한 적, 진통제 먹고 차 몬 적, 수면제 복용하고 다음 날 아침에 핸들 잡은 적. 솔직히 한 번쯤은 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 '약물운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더 무서운 건 이거다. 2024년 한 해 동안 마약·약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례만 237건. 전년 대비 45.4%나 증가했다.

대한약사회가 자체 분류한 '운전주의 의약품'에 포함된 성분이 무려 386개나 되는데, 그 안에는 아스피린이나 우황청심원처럼 우리가 물처럼 먹는 약도 들어 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약 먹고 잤더니 범죄자라니.

도대체 어떤 법이 가비를 범죄자로 만든 걸까?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약 기운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핸들을 잡으면 그 자체로 위반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핵심은 '우려가 있는 상태'라는 표현이다. 실제로 비틀거리거나 졸아야 처벌받는 게 아니다. 약을 먹었고, 그 약이 운전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대법원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시했다.

이 죄는 '위태범'으로서,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하면 바로 성립하고, 현실적으로 이상 증상이 나타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 실제로 졸았느냐가 아니라 졸 수 있는 약을 먹었느냐가 기준이다. 가비처럼 "나는 멀쩡했는데요"라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현재 이 죄의 처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이다(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4항).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26년 4월 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도로교통법은 이 처벌을 확 끌어올렸다. 최대 징역 5년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거기다 '약물운전 측정 불응죄'까지 신설됐다.

경찰이 약물 측정을 요구하면 무조건 응해야 하고, 거부하면 약물운전과 동일하게 처벌받는다. 면허도 재량 없이 무조건 취소다. 감기약 먹고 운전한 게 최대 5년 형이라니, 등이 서늘해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가비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첫째, 약을 처방받을 때 의사나 약사에게 반드시 물어야 한다. "이 약 먹고 운전해도 되나요?" 졸피뎀처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수면제는 복용 후 최소 7~8시간은 운전을 삼가라는 것이 일반적인 의학적 권고다.

둘째, 약 봉투에 적힌 경고 문구를 반드시 확인하자. '졸음 유발', '운전 주의'라는 문구가 있다면 그 약을 먹고 운전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다.

셋째, 이미 사고가 났거나 입건된 상황이라면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약물운전은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었느냐가 핵심 쟁점이기 때문에, 복용 시간·복용량·처방 경위·사고 당시 운전 상태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면 혐의를 다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실제로 향정신성의약품 관련 사건에서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 결정을 받아내거나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이끌어낸 사례도 있다.

이런 유형의 사건을 다수 수행한 조민성 변호사(법무법인 한설)는 대형로펌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수사대응그룹 출신으로, 복용 경위와 운전 당시 상태에 대한 객관적 증거 확보가 방어의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조민성 변호사 : "복용 경위와 운전 당시 상태에 대한 객관적 증거 확보가 방어의 핵심"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잠든 것뿐인데 다음 날 아침 범죄자가 되는 세상이다. 몰라서 당하면 그건 온전히 내 손해다.

약 한 알의 무게가 면허 한 장, 전과 한 줄보다 가벼울 리 없다.

가비는 결국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복용 경위와 사고 당시 상태를 꼼꼼히 소명해 싸워보기로 했다. 여러분은 제발 가비처럼 되기 전에, 오늘 밤 먹을 그 약 봉투부터 한번 뒤집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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