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취소 소송, 동거 계속하면 취소권 사라질까?
혼인취소 소송, 동거 계속하면 취소권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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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취소 소송, 동거 계속하면 취소권 사라질까? 

유지은 변호사

배우자의 학력·경력 허위 고지, 숨겨진 채무, 중대한 사실 은폐 등을 이유로 혼인취소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혼인취소는 이혼과 달리 혼인의 효력을 소급하여 상실시키려는 강력한 법적 수단이지만, 그 성립 요건은 매우 엄격합니다.

특히 상대방의 기망(사기)을 인지한 후에도 한동안 동거를 지속하거나 부부 관계를 유지했다면, 법적으로는 그 혼인을 받아들인 것으로 간주되어 취소권 자체가 소멸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망을 알게 된 뒤에도 함께 생활을 이어갔다면 혼인취소가 가능할까요?

이번 시간에는 단순한 동거 지속이 곧 용서로 보이는지,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추인’을 판단하는지, 그리고 혼인취소가 어려워질 경우 이혼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지 실무 기준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거짓말을 알게 된 후에도 함께 살았다면, 혼인취소소송 할 수 없나요?

민법상 혼인취소 사유인 '사기'를 인지했다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간 내에 소송을 냈더라도 문제가 되는 지점은 바로 '혼인의 추인(追認)' 여부입니다.

법적으로 추인이란 취소할 수 있는 행위를 유효한 것으로 확정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뜻합니다.

만약 배우자의 학력, 경력, 재산 상태 등의 기망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동거를 지속하거나, 출산 준비를 함께하고 경제적 공동체를 유지했다면 법원은 이를 '혼인 관계를 계속할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혼인취소권을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판례는 기망 사실을 인지한 후 부부로서의 실질적인 생활(병원 동행, 생활비 입금, 성관계 등)을 이어간 경우, 그 혼인이 사기에 의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보아 취소 청구를 기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잘못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 사실을 안 이후의 나의 행동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단순한 사과를 받아주거나 정에 이끌려 보낸 시간이 나중에 소송에서 '추인'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혼인취소라는 결과를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혼인취소권이 소멸했다면, 이제 아무런 법적 대응도 할 수 없는 건가요?

재판 과정에서 '혼인의 추인'이 인정되어 혼인취소 청구가 기각될 위기에 처했다면, 전략적으로 '이혼'으로의 소 변경이나 병행 청구를 검토해야 합니다.

혼인취소는 혼인의 성립 과정에 결함이 있을 때 이를 무효화하는 것이지만, 이혼은 성립 이후 파탄에 이른 관계를 해소하는 절차입니다.

비록 과거의 기망 행위가 혼인의 근본적 효력을 깰 정도의 취소 사유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그 거짓말로 인해 부부간의 신뢰가 완전히 깨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되었다면 이혼 사유로는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소송의 성격은 '기망에 의한 취소'에서 '유책 배우자에 대한 이혼 및 위자료 청구'로 전환됩니다.

피고(상대방)가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하고 사과한 기록이 있다면, 이는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피고에게 있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혼인취소 판결을 받아 혼인 기록 자체를 깨끗이 지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겠지만, 법적으로 추인 요건이 성립되어 취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이혼을 통해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확실히 챙기는 실리적인 선택이 의뢰인의 새 출발을 위해 더 현명한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자녀가 있는 경우, 혼인취소 여부에 따라 양육권과 친권은 달라지나요?

혼인취소든 이혼이든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자녀의 복리'가 모든 판단의 최우선 기준이 됩니다.

많은 분이 혼인취소 판결이 나면 자녀와의 관계도 무효가 되는지 걱정하시지만, 법적으로 혼인취소의 효력은 소급하지 않으므로 자녀는 여전히 부모의 혼인 중 출생자로 인정받습니다.

따라서 친권, 양육권, 양육비, 면접교섭권의 결정 원칙은 일반적인 이혼 소송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상대방의 기망 행위와 그에 따른 부적절한 언행 등이 있었다면 이는 양육 환경의 적합성을 판단할 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됩니다.

최근에는 자녀가 신생아이거나 부모 간의 갈등이 극심해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경우, '비대면 면접교섭'이라는 절충안이 활용되기도 합니다.

직접적인 대면은 피하되 사진이나 영상통화를 통해 자녀의 성장 정보를 공유하고 부모로서의 최소한의 유대감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피고가 양육권을 원고에게 양보하면서도 공동친권이나 비대면 교섭권을 요구하는 것은 재판부에게 '자녀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는 이성적인 태도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결국 혼인 관계의 법적 형태(취소 혹은 이혼)와 무관하게, 자녀와의 관계를 어떻게 건강하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안을 제시하는 것이 승소보다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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