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작성하기 전에 제가 직접 수행했던 사건의 판결문에서 다시 한번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 성범죄 무죄 판결문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결정적 표현 6가지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제가 성범죄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결정짓는 판사의 핵심 논리를 명확히 알려드릴텐데요. 이 표현들을 알면 왜 어떤 사건이 무죄로 끝나는지 그 구조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 입장이라면 내 사건에서 유죄를 피할 수 있는 결정적인 방어 논리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고, 피해자 입장이라면 내 사건에서 예리한 공격논리를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무죄 판결의 기본 전제 (무죄는 쉽지 않은 이유)
성범죄 무죄,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일단 검사가 기소를 했다는 것은 유죄 입증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애초에 다툼의 여지가 많은 사건은 애초에 기소조차 안 하는 경향이 큽니다.
따라서 일단 기소가 되었다는 건, 유죄가능성이 크다는 것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부 100% 유죄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도대체 어떤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는 것일까요?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무죄 판결문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판사가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치부하는 것도 아니에요. 아래와 같은 표현이 아주 자주 등장합니다.
"실제로 이러저러한 일을 하였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
즉 판사 역시 의심을 완벽히 거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범행을 하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이르렀을 뿐, 범행을 하였다는 확신에까지는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하는 것입니다.
자 다음으로 판결문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첫번째,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무죄 판결문의 최종 결론 문장입니다. 형사 재판의 원칙상 의심만으로는 유죄가 나오지 않으며, 의심을 넘어서서 법관의 확신에 이르지 못하면 무죄가 나옵니다.
2. 두번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 표현은 준강간을 제외한 성범죄 무죄판결문에 아주 자주 나오는 표현입니다.
특히 피고인은 계속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뚜렷한 물증도 없고 피해자 진술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피해자 진술만 있는 사건에서 유죄가 나오려면, 그 피해자의 진술이 법관의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신빙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피해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신빙성 판단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수사기관에서 만남의 경위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할테니까 법정에서 증인으로 소환하여 또 물어보겠죠. 그런데 피해자의 진술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겁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소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고, 나중에 더 자세히 기억이 났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생각나는대로 다 말하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또는 수사기관에서, 1차에서 술자리를 마무리하지 않고 2차까지 동행하게된 이유를 물어보고 법정에서 또 물어보겠지요. 그런데 이에 대한 대답도 계속 변경되는 경우가 있어요. 호감이 없어서 억지로 따라간 것처럼 말하다가 결국에는 호감이 다소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재판부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정말 성적 접촉에 대한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을요.
이러한 진술 누적이 발생하면 판결문에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특히 범행 일시나 횟수 등 사건의 중요한 부분에서의 진술 변경은 지엽적인 진술 변경으로 정리되기가 어렵습니다.
3. 세 번째, "피해자의 신고 경위에 의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신고 경위가 의심스러운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초 112 신고 시 성범죄 언급이 없었던 경우죠. 빨리 이 사람 퇴거시켜달라고만 하는 경우도 있고, 폭행 당했으니 와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범죄가 구체화되거나 확장되는 경우죠. 인간의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흐려지는데 어떤 진술은 점점 정교해지는 것입니다.
마지막이 제일 문제인데요. 신고 시점에 피해자와 피고인 간 갈등이 있었던 경우입니다. 고용관계상 갈등일수도 있고, 결별에 대한 원한일 수도 있고, 금전갈등일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경우 판사는 "피해자의 신고 경위가 자연스럽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판사는 성범죄 신고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가 신고하는 과정이 납득 가능한지를 보는 것입니다.
4. 네 번째, "통상적인 범죄자의 태도로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표현은 사실 피고인 측에서 피해자 행동이 "통상적인 성폭력 피해자 답지 않은 행동이다"라고 주장할 때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어떤 성범죄 무죄판결문에서는 피고인의 태도를 기준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있어요.
실제 사례인데요. 피고인이 사건 직후 억울함을 해명하려 술집에 가서 CCTV를 확보하려고 했거나, 불리함을 감수하고 진술 일관성을 유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입니다.
이때 판사는 통상적인 범죄자의 태도와 거리가 있다고 표현을 하게 됩니다.
이는 피고인을 100% 믿는다는 뜻이 아니라, 범행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5. 다섯 번째,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준강간 사건 판결문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맞는 것 같지만, 그 기억상실의 원인이 심신 상실 또는 항거 불능인지, 아니면 블랙아웃인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에 이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형사 재판에서 공소 사실과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은 곧 무죄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6. 여섯 번째, "피고인의 진술은 경험하지 않고서는 하기 어려운 구체성을 가진다"
이 기준은 원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할 때 사용되는 판단기준입니다. 하지만 일부 무죄 판결문에서는 피고인 진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1) 피고인의 진술이 구체적인지, 2) 모순은 없는지, 3)경험칙에 반하지 않는지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판사가 이와 같이 판단하게 됩니다.
📌 결론 말씀드리겠습니다.
유죄 판결은 판사가 피해자를 안 믿거나 피고인을 믿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유죄를 입증할 구조가 부족했기 때문에 나옵니다. 판사는 무죄 판결문을 써도 되는 상태, 즉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확신이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무죄 판결문을 씁니다.
무죄판결문의 구조를 알아야만 공격술과 방어술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만이 가지고 있는 증인신문의 기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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