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는 말이 거칠어지기도 하고, 오해가 쌓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오해가 형사 고소로 번지는 순간입니다.
‘그 정도로 고소까지?’ 싶은 일도, 막상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진술 한 줄, 표현 한 마디가 결과를 가릅니다.
오늘은 직장 내 폭행, 모욕, 명예훼손으로 동시에 고소당했지만, 결과적으로 전부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받은 사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 의뢰인 보호를 위해 사실관계는 가공하였습니다.
1. 사건 개요 : ‘세 가지’가 한 번에 들어온 고소
의뢰인은 팀 단위로 일하는 사무직 직장인이었습니다.
업무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고, 상대방은 다음 세 가지로 고소했습니다.
폭행 - ‘한 번 같이 가보자’며 자리를 옮기자고 한 것을 폭행이라고 주장
모욕 - 1:1로 한 말인데 ‘사무실 문 틈으로 새어 나가 공연성이 있다’며 고소
명예훼손 - 의뢰인이 팀원들에게 한 말이 있었는데, 고소인이 ‘내 얘기를 하는 것이다’ 라며 고소
겉으로 보면 ‘세 건’이지만, 실제 쟁점은 딱 하나였습니다.
‘형사 사건으로 볼 정도의 요건이 충족되느냐’ 입니다.
2. 폭행 : ‘같이 가보자’가 왜 폭행이 되나요?
폭행은 쉽게 말해 사람의 몸에 대한 유형력 행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상대방이 주장한 폭행은 이런 식이었습니다.
‘나가서 얘기하자’
‘한 번 같이 가보자’
‘자리 옮기자’
즉, 말로 제안한 것 자체를 폭행이라고 주장한 겁니다.
의뢰인 입장은 분명했습니다.
손을 댄 적이 없다
밀거나 잡아당긴 적이 없다
위협하거나 폭력적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대응 방향도 명확했습니다.
✅ 대응 포인트
폭행 성립의 핵심은 ‘유형력 행사’인데, 접촉·행사 자체가 없다
설령 순간적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해도, 업무상 이동 제안 수준이면 폭행으로 보기 어렵다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사무실 동선, CCTV 유무, 주변인 진술을 정리
결과적으로 수사 단계에서 ‘폭행을 인정할 만한 객관 자료가 부족’했고, 혐의없음 취지로 불송치가 나왔습니다.
3. 모욕 : 1:1인데도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고소?
모욕죄는 단순히 기분 나쁜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핵심 요건 중 하나가 바로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 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철저히 1:1 상황이었습니다.
상대방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문 앞에서 말이 새어 나갔다
‘다른 사람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공연성이 인정된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당황합니다.
‘문 밖으로 새어 나갔다’는 주장만으로 공연성이 인정되는 건 아닙니다.
✅ 대응 포인트
1:1 대화였고, 제3자가 실제로 들었다는 진술이 없다
‘들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는 부족
소리가 새어 나갈 구조였는지, 당시 주변에 사람이 있었는지 등 상황을 구체화
무엇보다 의뢰인의 발언이 감정적 언쟁 수준인지, 형사처벌 대상인 사회적 평가 저하 수준인지를 분리
수사 과정에서 고소인은 ‘누가, 무엇을, 어떻게 들었는지’를 끝내 구체화하지 못했습니다.
결과는 모욕 역시 불송치(혐의없음)
4. 명예훼손 : ‘모든 사람들에게 한 말’인데, 고소인이 ‘자기 얘기인 줄’ 알고 고소
명예훼손은 ‘사실을 적시해서’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문제 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더 복잡해 보이면서도, 핵심은 단순했습니다.
의뢰인은 팀 회의 자리에서 업무 관련으로 이런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요즘 자료 처리 방식이 위험하다’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특정 개인을 지목하기보다 업무 방식 전반에 대한 경고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고소인은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
‘그건 나를 말한 것이다’
‘사람들이 다 나를 떠올렸다’
✅ 대응 포인트
명예훼손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특정성'입니다.
발언 내용만으로 고소인이 특정되는지
듣는 사람들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지
‘본인이 찔려서’ 느낀 것과, 형사법상 특정은 다르다는 점
그래서 저희는 회의 맥락을 정리했습니다.
발언은 ‘개인 비난’이 아니라 ‘업무 리스크 공유’ 성격
특정인을 지목한 표현이 없고, 고소인 외 다른 구성원들도 같은 업무를 담당
동석자 진술에서도 ‘누구를 말한 것인지 특정되지 않았다’는 취지 확인
결론적으로 수사기관은 ‘고소인이 자신을 지칭한 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정리했고, 명예훼손도 불송치로 마무리됐습니다.
5. 직장 고소 사건은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이 사건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소인의 말은 강했고, 표현은 자극적이었지만, 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따로 있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말이 길어질 때
‘그때 이런 뜻이었어요’ 하며 불필요하게 덧붙일 때
상대방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으로 맞받아칠 때
직장 사건은 특히 증거가 약한 대신 말이 증거가 되는 사건이 많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정리해야 합니다.
어떤 말이 있었는지(문장 단위)
어떤 상황이었는지(시간·장소·동선)
누가 들었는지(동석자·주변인)
남아 있는 자료는 무엇인지(메신저·메일·회의록·CCTV)
6. 이런 경우라면 ‘불송치’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아래 유형은 실제로 직장 사건에서 매우 흔합니다.
1:1 언쟁을 ‘공연성이 있다’며 모욕으로 고소
전체 공지·회의 발언을 ‘나를 말한 것’이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
자리 이동 제안, 손짓, 가까이 다가감 등을 폭행으로 과장
핵심은 감정이 아니라, 구성요건입니다.
요건이 안 맞는 사건은, 제대로 정리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직장 내 고소는 ‘참고인’으로 시작해도 어느 순간 피의자 조사로 바뀝니다.
억울하다고 바로 말로 풀려 하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초기에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불필요한 진술을 줄이는 것이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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