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에서는 무권리자가 문서를 위조해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 주고 대출을 받았는데, 권리자가 무권리자의 처분을 추인하였는지가 문제 된 사건(대법원 2017. 6. 8. 선고 2017다3499 판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안>
A와 B는 친구 사이이고, A의 모친인 P는 토지 3,000m²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와 B는 짜고 P 명의의 대출거래약정서와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을 위조하여 D 은행으로부터 2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D 은행 앞으로 P 소유 토지에 채무자 P, 채권최고액 3억 원으로 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이하 '제1근저당권설정등기'라고 합니다).
제1근저당권설정등기가 이루어진 후 관련 법규에 따라 P에게 등기완료통지가 되었습니다.
P는 A와 B를 사문서위조, 사기 등으로 고소하였고, A와 B는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D 은행은 제1근저당권설정등기의 담보대출금에 대한 이자 납입이 연체되자 P에게 기한의 이익 상실 예고 통지를 하였고, 그 후에도 연체가 계속되자 P에게 대출금 이자 납입을 독촉하면서, 제1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 실행 예정 통지를 하였으며, P는 이러한 통지를 직접 수령하였습니다.
그 후 P는 D 은행의 지점에 직접 방문하여 새로 1,400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D 은행 앞으로 P 소유 토지에 채무자 P, 채권최고액 1,700만 원인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고(이하 '제2근저당권설정등기'라고 합니다), 제2근저당권설정등기의 담보대출금 1,400만 원 중 1,300만 원으로 제1근저당권의 피담보대출금의 이자를 납부하였습니다.
사안이 이러한 경우, 제1근저당권설정등기는 무권리자의 처분행위임을 이유로 말소될 수 있을까요?
1. 무권리자가 타인의 권리를 처분한 경우, 권리자가 무권리자의 처분을 추인할 수 있는지 여부
무권리자가 타인의 권리를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가 이전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 권리자가 무권리자의 처분을 추인하는 것도 자신의 법률관계를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형성할 수 있다는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허용됩니다.
2. 권리자가 무권리자의 처분을 추인하기 위한 요건과 방법
권리자는 무권리자의 처분이 있음을 알고 추인해야 하고,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으며, 그 의사표시는 무권리자나 그 상대방 어느 쪽에 해도 무방합니다(대법원 1964. 6. 2. 선고 63다880 판결,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다44291 판결 등).
3. 무권대리의 추인에 관한 민법 규정을 무권리자의 처분에 대한 추인에 유추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무권대리는 법률행위의 형식이 본인이 따로 있는 대리행위로서 대리인을 표방하는 자가 대리권이 없거나 대리권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한 경우를 말하고, 무권리자의 처분행위는 본인의 법률행위라는 형식을 취하였지만 사실은 무권리자 또는 처분권한이 없는 자의 처분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무권대리와 무권리자의 처분행위는 동일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권리자가 무권리자의 처분을 추인하면 무권대리에 대해 본인이 추인을 한 경우와 당사자들 사이의 이익상황이 유사하므로, 무권대리의 추인에 관한 민법 제130조, 제133조 등을 무권리자의 추인에 유추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대법원은 위 2017다3499 사건에서 판시하였습니다.
4. 무권리자의 처분이 계약으로 이루어진 경우, 권리자가 추인하면 계약의 효과가 계약을 체결한 때로 소급하여 권리자에게 귀속되는지 여부
민법 제133조는 '추인은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계약 시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 그러나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무권리자의 처분에 대해 민법 제133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으므로, 무권리자의 처분이 계약으로 이루어진 경우에 권리자가 이를 추인하면 원칙적으로 그 계약의 효과가 계약을 체결했을 때에 소급하여 권리자에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5. 사안의 경우
P는 제1근저당권설정등기에 관한 등기완료통지를 비롯한 각종 통지를 통해서 무권리자인 A와 B가 제1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고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P가 P 소유 토지에 관하여 D 앞으로 제2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고 1,400만 원을 대출받아 그 대부분을 제1근저당권의 담보대출금 이자로 납부하였으므로, 이는 제1근저당권설정등기와 담보대출의 효과가 자신에게 유효하게 귀속됨을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P가 무권리자인 A와 B의 처분을 추인함으로써 제1근저당권설정등기와 담보대출의 효력이 P에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비록 제1근저당권설정등기와 그 담보대출이 무권리자의 처분행위로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그 후 권리자인 P가 이를 묵시적으로 추인함으로써, 제1근저당권설정등기와 그 담보대출은 계약을 체결했을 때로 소급하여 유효하게 되었으므로, 제1근저당권설정등기는 말소될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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