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상해죄 성립에 있어 의사가 발급한 상해진단서의 증명력
[형사] 상해죄 성립에 있어 의사가 발급한 상해진단서의 증명력
법률가이드
폭행/협박/상해 일반

[형사] 상해죄 성립에 있어 의사가 발급한 상해진단서의 증명력 

김찬호 변호사

1. 들어가며

 

흔히 폭행죄와 상해죄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상해진단서’가 있는지 여부를 꼽습니다. 즉, 상해진단서가 있으면 상해죄로, 없으면 폭행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그런데 최근 대법원에서 이러한 통념과 배치되는 판결을 선고한 바 있어 이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2. 폭행죄와 상해죄의 차이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자는 폭행죄로 처벌되고(형법 제260조),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상해죄로 처벌됩니다(형법 제257조).

 

법 문언만 놓고 보면 두 죄의 차이점을 명확히 알기 어려운데, 폭행죄와 상해죄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해란 ‘피해자의 신체적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정의되는데(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732 판결), 일반적으로 법원은 ‘굳이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는 정도’라면 상해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3910 판결).

 

3. 상해죄 성립에 있어 상해진단서의 역할

 

그런데 ‘신체적 완전성’, ‘훼손’, ‘생리적 기능’이라는 단어 자체가 매우 추상적이고, 사람마다 치료를 요하는지 여부, 정도가 다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피해자가 실제로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실무상 의사가 발행한 ‘상해진단서’가 있으면 상해의 발생 자체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해진단서란, 질병의 원인이 상해로 인한 것인 경우에 의사가 i) 상해의 원인 또는 추정되는 상해의 원인, ii) 상해의 부위 및 정도, iii) 입원 필요 여부 등을 기재하여 발급하는 문서입니다(의료법 시행규칙 제9조 제2항). 따라서 의사가 ‘A로부터 구타를 당해 피해자의 발목이 부러지는 상해를 입었고 치료에 8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상해진단서를 작성해준 경우라면, A에 대해 상해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상해진단서에도 불구하고 상해죄 성립이 부정된 경우

 

다만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5도11886 판결은, 의사가 작성한 상해진단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해죄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함께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상해 사실의 존재 및 인과관계 역시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상해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증명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상해진단서가 주로 피해자의 주관적인 통증 호소 등에 의존하여 의학적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때에는, 그 진단일자 및 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하고 진단서 발급경위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는지, 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 및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지, 피해자가 호소하는 불편이 기왕에 존재하던 신체 이상과 무관한 새로운 원인으로 생겼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사가 진단서를 발급한 근거 등을 두루 살피는 것 외에도, 피해자가 상해 사건 이후 진료를 받은 시점, 진료를 받게 된 동기와 경위, 그 후의 진료 경과 등을 면밀히 살펴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그 증명력을 판단해야 한다.”라고 전제한 다음, 아래의 사정들을 근거로 상해죄의 성립을 부정하였습니다.

 

  1.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당일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으나, 상해진단서는 그로부터 1년 3개월이 지난 이후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아버지를 형사고소한 이후에 발급되었음.

  2. 피해자를 진료한 의사는 ‘피해자를 진료하였을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하며, 진료기록부를 참조하여 진단서를 발급받았다’라고 진술하였음.

  3. 진료기록부에는 피해자가 이 사건 당일 표층열치료, 심층열치료, 재활저출력레이저치료 등을 받고 진통제 등의 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긴 하나 이는 모두 주관적 통증 호소에 따라 행해지거나 극히 경미한 상처, 불편에 대해서도 이루어질 여지가 있는 치료임.

  4. 피해자는 사건 당일 이후에는 별도로 치료를 받지는 않았음.

  5. 피해자가 상해 부위를 사진으로 촬영해둔 바 없고, 주변에 상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사실도 없음.

 

5. 시사점

 

상해진단서가 상해의 발생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다만 상해진단서가 작성된 시점,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 신빙성을 의심할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상해죄 성립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음을 주장하면서 상해진단서를 증거로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제반 사정을 면밀히 검토하여 대응방향을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진단서 발급의 경위 및 시점​ : 사건 발생 직후 발급되었는가? 분쟁이 격화되거나 상대방이 법적 조치를 취한 이후에 발급되었는가?

  2. ​진단 내용의 객관성​ : 진단이 X-ray, CT, MRI 등 객관적 검사 결과에 근거하는가, 아니면 피해자의 주관적인 통증 호소에만 의존하는가?

  3. 치료의 연속성 및 내용 ​: 진단서 발급 이후 꾸준히 치료를 받았는가? 치료 내용이 진단명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치료인가, 아니면 통증 완화를 위한 물리치료 등 경미한 처치에 그쳤는가?

  4. ​피해자의 기왕증(지병)​ : 피해자가 진단 부위에 기존 질환(예: 디스크, 관절염)을 앓고 있지는 않았는가?

  5. ​진료기록부 확보​ : 상해진단서와 진료기록부 등 다른 자료 사이에 모순점은 없는가?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김찬호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34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