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범죄 혐의가 있어 휴대폰을 압수당한 경우, 또는 수사기관의 권유로 임의제출한 경우, 많은 분들이 포렌식 과정에서 진행 중인 건과 관련이 없는 다른 범죄의 단서가 발견되어 해당 건에 대해서도 수사나 재판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은 휴대폰이나 PC 등 전자기기의 포렌식 과정에서 당초 혐의와 무관한 새로운 혐의점이 발견된 경우 수사기관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하는지,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확보된 증거의 증거능력은 어떠한지 등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2. 휴대폰 등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원칙
대법원은 특정한 범죄 혐의가 있어 피의자의 휴대폰 등 전자기기에 대해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집행하는 경우 수사기관이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현장의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전자정보가 너무 많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모든 전자정보를 하드카피나 이미징(전자정보를 그대로 복제하는 기법) 형태로 확보하여 수가기관 사무실 등 외부로 반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피의자가 임의로 제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다만 위와 같은 원칙론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휴대폰이 압수되거나 임의로 제출된 경우 그 자리에서 모든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수사기관에서 휴대폰을 가져가 포렌식 등의 작업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하여 원칙보다는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피의자나 변호인의 절차 참여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예외적으로 휴대폰에 저장된 모든 정보를 이미징하여 반출한 경우에도, 수사기관이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초과하여 임의로 전자정보를 탐색, 복제, 출력하는 것은 위법한 압수, 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습니다. 만약 우연히 새로운 범죄의 단서가 되는 정보를 확보하게 된 경우, 수사기관은 곧바로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에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영장을 신청하여 발부받아 이를 기초로 적법하게 압수, 수색을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A라는 혐의로 발부된 영장에 기초하여 피의자의 휴대폰을 압수하거나 임의제출받았으나 탐색 과정에서 B라는 혐의의 단서를 발견하게 된 경우, 수사기관은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 B 혐의와 관련된 정보를 탐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고 B 혐의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였다면, 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합니다.
3.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
우리 형사소송법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이 말은 범죄의 유력한 증거라고 하더라도 판사가 이를 근거로 판결을 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별도의 영장을 받지 않고 확보한 증거 외에 다른 증거가 없다면 법원은 새로운 혐의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4. 실제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1. 12. 선고 2021노1744 판결 사안에서 이러한 법리 적용의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안]
피고인이 전처에 대한 강간, 유사강간, 불법촬영 혐의(최초 혐의사실)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하였는데, 경찰이 포렌식 과정에서 지하철 등 공중장소에서 불특정 여성들의 다리 부위를 촬영한 동영상(추가 혐의사실) 발견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별도 영장 없이 해당 동영상을 탐색·복제·출력하였고, 피고인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법원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추가 혐의사실에 관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였고, 새로운 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① 임의제출은 최초 혐의사실에 대한 것일 뿐 추가 혐의사실에 관한 것이 아님
② 경찰이 추가 혐의 관련 동영상을 발견하고도 즉시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추가 혐의사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거나 피고인에게 추가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도 임의제출하는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음
③ 추가 혐의사실(공중장소에서 불특정 여성 촬영)은 최초 혐의사실(주거지에서 전처 촬영)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다르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대상,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이 달라 최초 혐의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없음
④ 최초 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없고,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없음
⑤ 전자정보 탐색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참여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고, 압수된 정보목록도 교부하지 않음
5. 결론
원칙적으로 압수되거나 임의제출한 휴대폰에서 새로운 범죄의 증거가 확인되더라도, 그러한 혐의가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없다면, 경찰은 새로운 영장을 발부받아 이에 기초하여 수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에서 별도로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면,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었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참고로 영장의 경우 피의자에게 제시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수사기관이 피의자 몰래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존 범죄사실과의 관련성이 인정된다면 별도 영장 발부 없이 수사가 가능할 수 있고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새로운 범죄 혐의의 단서가 되는 자료에 관하여도 임의제출 의사를 밝히면 영장 발부 없이도 적법한 수사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구체적 사안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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