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은 이요한 변호사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망, 12대 중과실 등 몇 가지 사유를 제외한다면 교통사고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교통사고로 인해 형사공판에 회부된다면 1%가 되지 않는 무죄율 때문에 무죄를 받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과속을 해서 교통사고가 났다면 당연히 유죄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건에 따라 전략적으로 변론한다면 충분히 무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제한속도를 23km나 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무죄판결을 받은 성공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교통사고 형사처벌 문제로 고민중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사건 경위
의뢰인은 2025. 11. 밤에 회사에서 집으로 귀가하고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제한속도 50km/h 인 도로에서 23km/h 초과한 속도로 주행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육교 밑을 지나가던 중, 육교 밑 중앙분리대 화단에서 대기하다 갑자기 무단횡단을 하던 피해자를 충격하고 말았습니다.
피해자는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검찰은 의뢰인이 제한속도를 23km 초과하여 과속운전을 한 업무상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으로 의뢰인을 기소했습니다.

법적 쟁점
흔히들 과속해서 사고가 나면 유죄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형사법적으로는 "과속을 했느냐"도 중요하지만, 과속과 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성립해야 하는데 운전자에게 사고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에 관한 판례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신뢰의 원칙
대법원은 교통사고 발생에 대하여 일관되게 '신뢰의 원칙'이라는 법리를 확립해 왔습니다. 피해자가 자동차 운전자가 예견할 수 없을 정도의 돌발적 행동을 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운전자가 이러한 행동까지 예견하여 주의해야 할 의무는 없으므로 무죄라는 취지입니다.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 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0. 9. 5. 선고 2000도2671 판결
2. 육교 밑 사고에 관한 대법원 판례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야간에 육교 밑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통상의 운전자라면 보행자가 육교를 놔두고 육교 밑을 무단횡단하리라고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수의 판례 역시 육교 밑 사고에 대해 운전자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정하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각종 차량의 내왕이 번잡하고 보행자의 횡단이 금지되어 있는 육교밑 차도를 주행하는 자동차운전자가 전방 보도위에 서있는 피해자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육교를 눈앞에 둔 동인이 특히 차도로 뛰어들 거동이나 기색을 보이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동인이 차도로 뛰어들어 오리라고 예견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운전자로서는 일반보행자들이 교통관계법규를 지켜 차도를 횡단하지 아니하고 육교를 이용하여 횡단할 것을 신뢰하여 운행하면 족하다 할 것이고 불의에 뛰어드는 보행자를 예상하여 이를 사전에 방지해야 할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는 없다.
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1572 판결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도로는 야간에 차량의 통행이 빈번한 왕복 4차선의 국도인데 사고발생지점으로부터 약 10m 떨어진 곳에 육교가 설치되어 있어 위 도로를 차량진행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운전자로서는 보행자가 육교를 이용하지 아니하고 갑자기 무단횡단하리라고는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사고발생 시각은 한겨울인 1월 하순의 21:41경인데 이 사건 도로에는 별다른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여 전방의 장애물을 미리 발견하는데 상당한 애로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의 내용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8979 판결
3.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운전자가 과속운전을 한 경우에도, 검사는 다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면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는지
발견 후 급제동이나 회피조치로 충격을 피할 수 있었는지
그러나 이 사건에서 검사는 단순히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20km/h 초과하여 주행했다는 사실에 관한 입증자료만 제출했을 뿐, 운전자의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변론전략
사고 경위와 의뢰인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후, 다음과 같이 변론했습니다.
1. 사고 장소의 특수성 강조
이 사건 사고는 육교 바로 밑에서 발생했습니다. 어두운 시간에 육교의 그림자로 인해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기 어려웠고, 특히 왕복 4차로의 도로 중앙은중앙분리대가 화단으로 조성되어 있었는데 육교 바로 밑에서 보행자의 통행을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2. 시야제한상황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의뢰인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음을 주장했습니다. 사고시각은 일몰시각 후 19:00가 넘은 어두운 시간에 발생했고, 육교의 그림자와 대향차선에서 직진하는 차량의 불빛, 건물과 가로등 불빛으로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더욱이 피해자는 중앙분리대 화단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가 갑자기 무단횡단을 시작하였는데,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있어 식별이 어려웠습니다.
3.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신청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발생원인에 대한 감정을 신청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의뢰인이 피해자를 인지한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우므로, 사고 회피 가능성을 알기 어렵다고 회신하였습니다.
의뢰인에게 사고 회피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 즉 과속과 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은 검사에게 입증책임이 있습니다. 국과수 회신 내용상, 검사가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 의견서 中
4. 기타 양형사항 주장
이 사건 사고가 비록 의뢰인의 과실로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의뢰인이 사고 직후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구조한 점,
수사에 성실히 협조한 점,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피해자의 치료비가 전액 지급된 점,
의뢰인과 피해자가 원만히 합의한 점,
의뢰인이 전과가 없는 성실한 사회구성원이므로 경한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죄판결 선고
법원은 저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여 의뢰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과속과 같은 12대 중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도 무조건 유죄는 아닙니다. 사고 경위 상 운전자에게 사고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 없다면 무죄 선고가 가능하므로 사고 상황의 특수성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 역시 육교 밑이라는 장소적 특수성, 야간과 시야제한 등 시간적·환경적 특수성, 피해자의 무단횡단 등 여러 점을 주장하여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교통사고 형사사건은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무죄를 주장할지, 과실을 인정할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린 분들이 있다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700건의 형사사건, 특히 교통사고와 산재사고 형사사건을 해결한 경험과 노하우로 최선의 대응방법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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