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이 대체 뭘까요?
단어부터가 너무 어렵죠.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가 너무 어려운 것 아니냐며, 혹시 있어보이려고 이런 단어를 쓰느냐며 유튜브에 리플을 남기고 가신 분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만든 신조어가 아닙니다.
성인지감수성은 풀어서 말씀드리면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개념인데요. 피해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했더라도 그 맥락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성인지감수성에 대해 사례를 한번 들어볼게요.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사건 이후 웃는 셀카를 프로필에 올리거나 해외여행 사진을 SNS에 게시하는 경우 있지요. 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사건 직후 상대방에게 항의하지 않고 평소와 똑같이 응대하거나 농담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해자 측에서는 이러한 피해자의 행동을 캡처하여 제출하며, 해당 행동이 '피해자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피해자 측은 성인지 감수성이 없다고 하게 됩니다.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도 다르므로 통상적인 '피해자다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24시간 슬퍼하고 있을 수 있느냐, 상대방과의 사회적 관계 때문에 즉시 항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논리인데요.
💡 성인지 감수성 관련 대법원 판결의 변화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성희롱에 대한 판결인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가볍게 배척하지 말라는 취지로 성인지 감수성을 처음 언급해서 유명해졌지요.
피해자가 바로 신고하는 사람이 사실 많지 않고,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해 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피해자가 문제 제기하는 것을 보고 나서 또는 누군가의 신고 권유를 계기로 신고하는 경우도 존재하구요. 따라서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되고 일부 모순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진술 내용이 거짓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습니다.
2023년 법원 도서관이 발간한 '젠더법 실무 연구'에 수록된 법관들의 논문에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상황적 맥락을 고려할 때, 그 이례적인 행동의 이유가 설명될 수 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피해자 눈높이에서 범행 전후의 맥락을 심층적으로 볼 때, 피해자의 행동에 대해 수긍될 설명이 가능하다면 법관의 의심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피해 직후 신고하지 않았거나 사건 이후에도 가해자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참고로 성인지 감수성을 원용한 78개 판례를 분석한 결과, 두 건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 유죄 판단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24년도 대법원 판결이 또 나옵니다. 이 판결에서는 "성범죄 사건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것이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무조건 인정하거나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사건에서는,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여 성인지감수성의 남용을 경계하는 듯한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이 2024년도 판결의 실제 사실관계를 엄밀히 따져보면 성인지감수성에 대해 판례가 변경된 것은 아니고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언급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사실 많습니다. 하지만 실무상 2024년도 판결을 언급하면서 불송치나 무죄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런 현실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2024년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위 판례를 원용하며 불송치되는 경우가 많이 늘고 있으며, 해당 판결을 원용한 무죄 판단도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담당했던 사건 중에서도 2024년 대법원 판결을 원용하여 무죄 선고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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