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남편은 1998년 농지를 취득한 뒤 농지법 위반 문제가 발생하자 B씨 남편 명의로 소유권 등기를 했다. A씨는 2009년 남편이 사망하자 농지를 상속받았고, 뒤이어 2012년 B씨의 남편도 사망하자 B씨를 상대로 명의신탁된 농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명의수탁자인 B씨에게 "명의신탁약정과 등기는 무효이므로 진정 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을 이전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B씨는 "명의 신탁약정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A씨는 토지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맞섰다.
1. 1995년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부동산실명법)의 제정으로 인하여, 부동산의 명의신탁은 종중, 부부간 명의신탁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금지하였으며, 명의신탁약정은 물론, 명의신탁약정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 등도 모두 효력이 없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또한, 부동산실명법은 실명등기를 게을리한 사람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부동산명의신탁 금지를 위반하면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명의신탁에는 크게 3가지가 있는데, 양당사자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등기명의를 이전하는 '양자간 명의신탁'과 부동산 매도인과의 매매계약은 명의신탁자가 맺었으나 그 등기이전을 명의수탁자에게 하도록 하는 '3자간 명의신탁', 그리고 매도인과의 매매계약 자체를 명의수탁자가 체결하고 명의신탁자는 계약에 참여하지 않는 '계약명의신탁'이 그것입니다.
위 3가지 명의신탁 중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와 명의신탁약정이 무효가 되므로, 명의신탁자가 수탁자에게 이전등기의 말소나 신탁자 앞으로의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 대법원 판례의 태도였고, '3자간 명의신탁'의 경우에도,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을 대위하여 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말소하고, 매도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여 부동산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였습니다. https://b922h.blog.me/221244873763
2. 그런데, 위와 같이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신탁한 부동산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한다면, 부동산실명법이 명시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한 명의신탁을 법원이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것이 아니냐하는 의문이 제기되었고, 명의신탁이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민법 제746조(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때에는 그 이익을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에 따라 명의신탁자의 반환청구를 불허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의하면, 앞서 '양자간 명의신탁'은 물론, '3자간 명의신탁'의 경우에도,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청구가 불가능하고, 이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하게 되므로, 부동산 명의신탁 행위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3. 우리 대법원은 종전(2002년 9월)에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상 무효이지만 약정 자체가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불법원인급여 주장을 배척한 바 있었는데(2002다35157), 2019년에는 기존 판례의 변경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2019. 2. 20. 공개변론을 열어 각계의 의견을 듣는 등 불법원인급여 주장의 타당성을 심리하였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2019. 6. 20. 선고에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기존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유지하였습니다.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함)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규율하고 있다"면서 "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도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명의신탁에 대해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한다면 재화 귀속에 관한 정의 관념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그간 판례의 태도에도 합치되지 않는다"며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목적만으로 명의신탁자의 신탁부동산에 대한 재산권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종전과 마찬가지로 양자간 명의신탁이나 3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자가 수탁자를 상대로 부동산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법리가 그대로 유지된 것입니다. 결국 사안에서 A는 최종 승소하여 B 명의로 된 부동산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4. 반면, 조희대·박상옥·김선수·김상환 대법관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마친 등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며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반대의견은 "불법원인급여에서 '불법의 원인'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경우이고,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행위'는 현재 우리 사회 일반인의 이성적이며 공정하고 타당한 관념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부동산실명법 제정 20여년이 지난 현재 부동산실명제는 하나의 사회질서로 자리를 잡아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라는 불법성에 관한 공통의 인식이 형성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당장은 아니더라도 추후 판례의 변경가능성이 있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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