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행정법원,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법률사무소 정중동 김정중 대표변호사입니다.
2022년에 부동산실명법위반죄로 기소되어 2년 넘게 공판기일을 19차례나 진행한 사건을 뒤늦게 수임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법정에서 증언한 증인들만도 약 30명 가까이 되었고 여전히 8명 정도의 증인들에 대한 신문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일단 사건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기록을 검토하였는데, 증거기록만 36건에 달하였고 공판기록도 이미 약 30명에 가까운 증인신문 녹취서 등으로 방대하였습니다.
약 1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기록을 검토한 결과 일단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기존에 변호해 오던 변호사님이 아직 아무런 변호인의견서 등 서면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간 약 30명 가까운 증인들에 대한 신문녹취서를 검토해 본 결과, 검사와 변호인의 신문사항 외에 재판장이 직접 신문한 내용을 보니, 재판부가 유죄의 심증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지난 24년간 판사(그 중 9년은 부장판사)로서 재직한 저의 경험상 알 수 있는 영역으로서, 판사들이 쓰는 언어와 표현 등을 통해 유추되는 것입니다. 마침 2025. 2. 정기 인사이동으로 재판장이 교체된 상태였고, 새로운 재판장으로서는 첫 공판기일 진행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재판장이 기존 재판장이 갖고 있던 유죄의 심증을 이어받지 않도록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그 즉시 저는 제20차 공판기일 전에 새로운 재판장이 잘못된 유죄의 심증을 갖지 않도록 재판부에 제출할 변호인의견서 작성을 시작하였습니다.
2025. 2.까지 24년간 판사로 재직한 제 경험상, 제가 만약 이 사건을 판단하는 재판장의 지위에 있다면 과연 어떠한 결론을 내릴 것이지를 생각해 보니, 증거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유죄, 무죄 어느 쪽으로도 판단될 수 있는 사건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는 무죄임이 명백한 사안이었고, 그럼에도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관련자들이 수사기관의 의도된 유도신문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게 많이 있었습니다. 저는 변호인의견서에서 이 사건이 왜 무죄로 판단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형사법의 대원칙인 엄격증명의 원칙, 부동산실명법에서의 명의신탁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 탈법행위라는 자체로 명의신탁이 될 수 없다는 법리 등을 자세히 설명하였고, 관련자들의 진술을 하나하나 모두 분석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음을 설명하였습니다.
제20차 공판기일에서 재판장님이 제가 제출한 변호인의견서를 언급하면서 공판검사에게 그에 대해 반박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명하셨는바, 이는 재판장이 변호인의견서가 설득력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이후 몇 차례 공판기일이 더 진행되었고, 검사가 제출한 의견서에 대해 제가 다시 반박하는 내용과 함께 이 사건은 무죄임이 너무도 명백한 사안이라는 내용의 변호인의견서를 추가로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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