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에 거주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보셨을 겁니다.
"옥상에서 누수가 발생해서 우리 집이 물바다가 되는데, 입주자대표회의는 언제 공사를 할지 모르겠고... 공용부분이니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가 해야지"하면서 기다리다 보면, 내 집 내부까지 망가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실제 판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1. 실제 사례: 최상층 입주자의 고민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 최상층(19층)에 거주하던 A씨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옥상에서 발생한 누수로 인해 자신의 집 발코니, 보일러실, 화장실 천정 등에 물이 새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A씨는 2016년 4월경 입주자대표회의에 옥상 방수공사를 요청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도 2016년 6월경 공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지만, 업체 선정과 공사비 문제로 일부 입주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공사가 지연되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A씨는 2016년 11월, 직접 방수공사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의 돈으로 옥상 방수공사를 진행했습니다. 공사비는 총 4,937만 원이 들었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사무관리로 인정
A씨는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자신이 지출한 공사비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018년 8월 10일, A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18. 8. 10. 선고 2016가단145434 판결).
가. 사무관리란?
법원은 이 사건을 '사무관리'로 판단했습니다. 사무관리란 법적 의무 없이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민법 제734조).
사무관리가 성립하려면 다음 요건이 필요합니다:
1) 타인의 사무일 것
옥상은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으로, 그 관리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사무입니다. A씨 개인의 사무가 아닙니다.
2) 타인을 위한 의사가 있을 것
A씨가 옥상 방수공사를 한 것은 자신의 집 누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파트 전체의 공용부분을 보수하여 입주자대표회의에 그 이익을 귀속시키려는 의사도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을 것
옥상 방수공사가 입주자대표회의에 불리하거나 그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나. 법원의 구체적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공동주택의 구분소유자인 원고가 직접 옥상 방수공사를 실시하고, 그 비용을 지출한 것은 원고에게 법적 의무 없는 피고의 사무에 관하여 그 관리의 사실상의 이익을 피고에게 귀속시키려는 사무관리 의사로 행하여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18. 8. 10. 선고 2016가단145434 판결).
출처 입력
또한 법원은 옥상 마감재를 석재로 한 것에 대해서도:
"이 사건 아파트 옥상에 당초부터 방수시공 위에 석재마감이 되어 있었고, 이 사건 공사 당시 석재를 철거하고서 새롭게 방수공사를 한 뒤 이를 보호하기 위한 마감재 설치가 필요하였으며, 그 마감재로서 석재를 새롭게 설치한 것이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들 및 피고에게 불리하다거나 피고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볼 자료도 없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18. 8. 10. 선고 2016가단145434 판결)
출처 입력
고 판시하여, A씨의 비용상환청구를 인정했습니다.
3. 비용은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A씨가 지출한 옥상 방수공사비 4,937만 원 전액의 상환을 인정했습니다 (민법 제739조 제1항).
다만, 누수로 인한 A씨 집 내부 피해 복구공사비(약 1,291만 원)에 대해서는 아파트가 준공된 지 15년이 경과하여 자연적 노화현상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70%인 약 904만 원만 손해배상으로 인정했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18. 8. 10. 선고 2016가단145434 판결).
4. 실무상 주의사항
이 판례를 보고 "그럼 나도 마음대로 공사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다음 사항들을 반드시 유념하셔야 합니다.
가. 사전 요청 및 증거 확보
A씨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사전에 공사를 요청했고, 입주자대표회의가 공사를 결정했으나 지연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관계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입주자대표회의에 서면으로 공사를 요청하세요
피해 상황을 사진, 동영상 등으로 증거를 확보하세요
입주자대표회의의 불응 또는 지연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세요
나. 긴급한 필요성
사무관리가 인정되려면 긴급한 필요성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빨리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입주자대표회의가 신속히 대응하지 않는 상황이어야 합니다.
다. 적정한 공사 범위
과도한 공사는 비용상환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내부 피해 복구공사비의 70%만 인정했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18. 8. 10. 선고 2016가단145434 판결).
라. 적격 업체 선정
공동주택의 방수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적격한 업체가 시공해야 합니다. 무자격 업체에 맡기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마. 비용상환의 불확실성
법원이 사무관리를 인정하더라도, 비용 전액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하여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5. 유사 판례
비슷한 사례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8. 11. 29. 선고 2017가단5811 판결도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건물 소유자가 옥상 누수로 인해 입주자대표회의에 방수공사를 요청했으나 이행되지 않자 직접 공사를 진행했고, 법원은 사무관리를 인정하여 공사비의 상환을 명령했습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8. 11. 29. 선고 2017가단5811 판결).
6. 결론: 원칙과 예외
가. 원칙: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한 공사
공동주택의 공용부분 공사는 원칙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거쳐 관리주체가 진행해야 합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 제10호, 제38조).
나. 예외: 긴급한 경우 개인이 먼저 공사 가능
다만, 다음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개인이 먼저 공사를 진행하고 나중에 비용을 상환받을 수 있습니다:
1) 긴급한 필요성이 있을 것
누수 등으로 실제 피해가 발생하고 있을 것
입주자대표회의에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신속히 진행되지 않을 것
2) 사전 조치를 취할 것
입주자대표회의에 서면으로 공사 요청
피해 상황 증거 확보
입주자대표회의의 불응 또는 지연 사실 기록
3) 적정한 범위의 공사일 것
과도한 공사는 비용상환이 제한될 수 있음
적격 업체에 의한 시공
다. 최선의 방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하여 공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개인이 먼저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합니다.
만약 입주자대표회의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공사를 지연한다면,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공동주택관리법 제39조),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시정명령을 요청하는 방법 (공동주택관리법 제37조 제5항)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공용부분 하자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옥상, 외벽, 배관 등에서 누수가 시작되면 순식간에 내부 자산까지 손상되죠.
이번 판례처럼, 대표회의가 방치하거나 지연한다면
구분소유자가 먼저 조치하고 사후에 비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음 사항을 반드시 유의하세요.
공용부분임을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도면, 구조도, 관리규약 등)
대표회의에 먼저 통보한 기록을 남기세요. (문자, 이메일, 회의록 등)
공사비 지출 내역(견적서, 계약서, 영수증)을 모두 보관해야 합니다.
과다한 ‘개선’ 수준의 공사는 비용상환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법률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