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나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금을 분할하여 납부하기로 약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서에는 계약금을 1억 원으로 정하되, 계약 당일에는 1,000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9,000만 원은 일주일 후에 지급하기로 하는 경우입니다.
많은 분들이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계약이 성립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시지만, 실제 법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계약금이 실제로 지급되어야만 계약금계약이 성립하고, 경우에 따라 주 계약의 성립 여부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계약이 성립하는지 여부를 명확히 설명드리겠습니다.
1. 계약금 계약의 요물성
가. 계약금계약은 요물계약
대법원은 계약금계약을 요물계약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계약금이 실제로 교부되어야 계약금계약이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계약금계약은 금전 기타 유가물의 교부를 요건으로 하므로 단지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만 한 단계에서는 아직 계약금으로서의 효력, 즉 위 민법 규정에 의해 계약해제를 할 수 있는 권리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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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계약금계약이 당사자 간의 합의만으로는 성립하지 않고, 반드시 계약금의 실제 교부가 있어야 성립하는 요물계약임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나.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대법원은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된 경우에 대하여도 명확한 법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사자가 계약금의 일부만을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이나 전부를 약정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계약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청구하거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약정을 해제할 수 있고, 나아가 위 약정이 없었더라면 주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주계약도 해제할 수도 있을 것이나,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가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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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결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된 경우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않음
상대방은 계약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청구하거나 계약금약정을 해제할 수 있음
계약금약정이 없었더라면 주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면 주계약도 해제할 수 있음
다만, 계약금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이상 민법 제565조에 따른 임의해제권은 발생하지 않음
2. 하급심 판례의 태도
가.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9. 11. 28. 선고 2019가단82604 판결
이 사건에서 원고(분양사업자)는 피고에게 상가 분양을 권유하면서, 총 분양금액 13억 8,200만 원, 계약금 1억 3,820만 원으로 하는 분양계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계약금 중 400만 원만을 납입하였고, 나머지 계약금 1억 3,420만 원은 2018. 10. 19.까지 납입하기로 하는 계약금 분할납부 각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 상가에 관한 분양계약의 체결을 전제로 총 분양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1억 3,820만 원 중 400만 원을 F이 피고 대신 대납함에 따라 피고가 마지못하여 이 사건 분양계약서 및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한 것이라 하더라도, 계약금계약은 요물계약이기 때문에 위 계약금 1억 3,820만 원이 실제 지급된 것이 아니어서 계약금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할 수 없는 바, 계약금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분양계약서가 작성된 것만으로 이 사건 상가에 관한 분양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9. 11. 28. 선고 2019가단82604 판결)
이 판결은 계약금 1억 3,820만 원 중 400만 원만 지급된 경우(약 2.9%), 계약금계약이 성립하지 않았고, 따라서 분양계약도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사례입니다.
나.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19. 8. 21. 선고 2019가단2068 판결
이 사건에서 원고(분양사업자)와 피고는 2019. 1. 1. 주택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제1 분양계약의 계약금을 4,500만 원, 제2 분양계약의 계약금을 1억 3,500만 원으로 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각 계약금 중 100만 원씩만 지급하였고, 분양계약서 제8조 특약사항에는 "2019. 1. 1. 계약금 일부 100만 원 현금으로 입금한다. 본계약은 2019. 1. 6.까지 결정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피고가 지급한 200만 원은 '가계약금'으로서 피고가 나머지 계약금을 완납하지 않을 경우 이 사건 분양계약의 본계약은 체결되지 않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가계약금에 대한 몰취약정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19. 8. 21. 선고 2019가단2068 판결)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였습니다:
이 사건 분양대금의 합계액은 18억 원으로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200만 원은 위 돈의 0.111%에 해당하는 금액에 불과하고, 계약금 합계액인 1억 8,000만 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111%에 불과한 점
계약금의 경우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지만 증거금 등 가계약금에 대하여는 이러한 규정이 없으므로, 가계약금이 당연히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는 점
분양계약서에는 피고가 지급한 가계약금과 관련한 명시적 내용은 나타나 있지 않은 점
이 판결은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된 경우를 '가계약금'으로 보아 본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사례입니다.
다. 대구지방법원 2016. 10. 14. 선고 2016가합201320 판결
이 사건에서 원고(매수인)와 피고들(매도인)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을 5,000만 원으로 정하였으나, 원고는 계약 당일 500만 원만 지급하였습니다. 매매계약서의 특약사항에는 "계약금이 '미지급'된 상태"라고 명기되어 있었고, 나머지 계약금에 대해 매도인측이 매수인에게 대여한다는 취지의 어떤 약정서도 작성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매매계약서의 특약사항에는 계약금이 '미지급'된 상태라고 명기되어 있고, 아울러 당사자 사이에 나머지 계약금에 대해 매도인측이 매수인에게 대여한다는 취지의 어떤 약정서(예컨대, 차용증이나 현금보관증 등)도 작성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바,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매수인인 원고가 매도인인 피고들로부터 나머지 계약금을 차용하였다거나, 형식상으로도 대여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볼때 피고들은 원고와 사이에 계약금 중 일부만 지급받고 나머지는 추후 지급받기로 약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구지방법원 2016. 10. 14. 선고 2016가합201320 판결)
이 판결은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되고 계약서에 "계약금 미지급"이라고 명기된 경우, 계약금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사례입니다.
3. 계약금 일부 납입 시 법률관계
가. 계약금계약의 불성립
계약금의 일부만 납입된 경우,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른 해약금으로서의 효력, 즉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있는 권리는 발생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
나. 상대방의 권리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된 경우, 상대방(계약금 수령자)은 다음과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계약금 지급의무의 이행 청구: 상대방은 계약금 교부자에게 나머지 계약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금약정의 해제: 상대방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약정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주계약의 해제: 계약금약정이 없었더라면 주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상대방은 주계약도 해제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
다. 가계약금의 법적 성질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된 경우, 이를 '가계약금'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계약금은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면서 장차 계속될 매매계약 교섭의 기초로 교부한 일종의 증거금으로서, 매매계약 본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그 매매대금 중 계약금 일부의 지급에 갈음하되, 본계약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반환할 것이 전제되는 것입니다(부산지방법원 2019. 11. 13. 선고 2019나2695 판결).
가계약금은 계약금과 달리 민법 제565조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가계약금이 당연히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19. 8. 21. 선고 2019가단2068 판결).
4. 결론
계약금의 일부만 납입된 경우, 원칙적으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않으며, 따라서 주된 계약도 성립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이는 계약금계약이 요물계약으로서 계약금의 실제 교부가 있어야 성립하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다만, 당사자의 의사와 계약 체결 경위, 계약 이행의 착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6. 8. 26. 선고 2016가단74848 판결, 광주지방법원 2019. 10. 25. 선고 2019가단512497 판결).
따라서 계약을 확실하게 성립시키고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약금 전액을 지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부득이 계약금을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에는 계약서에 관련 사항을 명확히 기재하여 당사자 간의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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