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A는 과중한 업무로 인해 심신이 지쳐 닷새간의 휴가를 내고 무작정 지방으로 내려갔습니다. 바닷가 근처 숙소를 잡고 첫날은 술을 마시며 홀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튿날, 우연히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여성 B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약속 장소에서 직접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만남 자리에서 B는 술을 마시자고 제안하였고, A는 술집에 가자고 하였으나 B는 굳이 마트에서 술을 사서 자신의 집에서 마시자고 하였습니다.
밤 11시경 두 사람은 마트에서 맥주, 소주, 안주, 과자, 냉동피자 등을 구입하였고, 결제는 A가 자신의 카드로 하였습니다. 이후 함께 B의 집으로 들어가 술자리를 이어갔습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나이와 직업, 그리고 일과 소득, 자산 관리, 주택 마련 방식 등 일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주제로 흘러갔습니다. 술이 거의 바닥나갈 즈음 A는 피로와 졸음이 몰려와 더는 술을 마실 수 없다고 말하며, 2~3시간만 잠시 자고 가겠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운전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B는 흔쾌히 자고 가라며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구토 증세로 A는 화장실에 들어가 토한 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습니다. 새벽 3시 30분경, A는 잠에서 깨어났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키스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어 B가 A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였고, 이에 A는 손으로 B의 엉덩이를 받치듯 올렸습니다. 그 순간 B가 스스로 A의 몸 위로 올라가 체위에 맞춰 성기를 삽입하였습니다.
A는 누운 채 손으로 B의 허리를 잡았고, B는 A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습니다.
관계가 끝난 뒤 A는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고 곧장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차를 몰아 숙소로 돌아와 잠들었습니다. 휴가가 끝나고 서울로 복귀해 평소처럼 일상을 이어가던 A는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 자신이 준강간치상 혐의로 고소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관련 법률
형법 제299조(준강간)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의 사람을 간음하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301조(강간 등 상해ㆍ치상)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부터 제300조까지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민경철 센터의 조력
저희는 모든 증거와 정황을 검토한 결과, 피의자에게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무혐의 처분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1) DNA 검출은 성관계 존재의 증거일 뿐, 강제성의 증거는 아님
고소인 B가 제출한 DNA 검출 결과는 단순히 두 사람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해 줄 뿐입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성적 접촉이 있었음을 의미할 뿐, 그 행위가 B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준강간죄의 핵심 요건인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비자발적 성관계’라는 부분을 입증하지 못합니다.
2) 고소인의 심신상실 주장 불일치
B는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수면제까지 복용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빠져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A는 당시 고소인이 의식이 뚜렷하였고 술에 크게 취한 모습도 아니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결국 두 사람 중 한쪽의 진술이 허위일 수밖에 없으며, 객관적 정황상 A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 더 높은 신빙성을 가집니다.
3) 사건 시각 및 알코올 분해 고려
A의 진술에 의하면 성관계는 새벽 3시 30분경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두 사람이 일정 시간 수면을 취한 이후로, 이미 알코올이 상당 부분 분해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히 취기가 남아 있었을 수는 있으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단정할 근거는 매우 부족합니다.
4)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B는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전혀 기억이 없다고만 진술하고 있으나, A는 성관계의 경과를 구체적이고 상세하며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관계 체위, 신체 접촉의 구체적 과정 등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이는 A의 진술이 허위가 아니라 사실에 부합함을 뒷받침합니다.
5) 성관계 체위가 보여주는 적극적 참여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수동적인 상태에서 성관계를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A는 오히려 B가 여성상위체위로 성관계에 임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능동적으로 위에 올라가 성관계를 이끌었다면, 이는 B가 의식적이고 자발적으로 성관계에 참여했음을 의미합니다. 항거불능이나 심신상실 상태였다면 가능한 행동이 아닙니다.
6) 무릎 부상에 대한 합리적 해석
B는 성관계 과정에서 준강간을 당해 무릎 관절이 손상되었다고 주장하나, 준강간죄의 특성상 폭행이나 물리적 저항 과정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부상 발생의 개연성이 매우 낮습니다. 오히려 여성상위체위에서 무릎을 구부리고 체중을 지탱하는 과정에서 관절 손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설명됩니다. 특히 과체중인 경우 하중이 집중되어 반월상연골에 손상이 가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입니다.
7) 결론
종합하면, 고소인 B는 사건 당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으며, 두 사람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성관계를 가진 것입니다. 제출된 DNA는 단순한 성관계 존재의 증거일 뿐 강제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오히려 A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사실관계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사안에서 준강간치상죄는 성립할 수 없으며, 의뢰인 A에 대한 혐의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야 마땅합니다.
사건의 결과: 불송치결정
수사기관은 변호인의 의견서를 받아들여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성관계 자체는 인정되었으나, 피해자가 주장한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였고, 체위와 상황 전반을 고려할 때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성관계였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A는 중범죄 혐의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이번 사건은 억울한 피의자가 적시에 전문적인 조력을 받아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준강간치상이라는 중대한 혐의를 벗을 수 있었던 것은 방어 측에서 끝까지 집중적으로 쟁점을 파고들고,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드러낸 결과이며, 이는 전문적인 변호 전략이 빚어낸 성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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