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배경
전기자전거를 차도에서 타고 가다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와 부딪혀서 보행자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사고 이후 보행자의 상태가 괜찮아 보였고, 보행자 또한 자전거 운전자에게 "괜찮으니 가시라"라고 해서 운전자가 보행자에게 연락처만 주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 날 몇시간 후 보행자 측에서 연락이 와서 "보행자 머리에서 피가 나서 입원을 했다."라고 했고, 이틀 후에 다시 연락이 와서 "뇌출혈 증상까지 있다."고 했을 때 성립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하여 검토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2. 검토의 요지
위 사안은 전기자전거 운전자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충격하여 상해를 입게 한 후 현장을 이탈한 경우로, 보행자의 신호 준수 여부에 따라 운전자의 형사책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쟁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하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처벌의 특례)).
그러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의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만약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피해자와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행위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이러한 특례가 적용되지 않아 피해자와의 합의나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질의 사안과 관련된 12대 중과실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신호위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처벌의 특례))
*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6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처벌의 특례))
또한, 사고 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하는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즉 '뺑소니'에 해당하여 가중처벌될 수 있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3. 4. 6. 선고 2022고단2433 판결).
아래에서는 보행자의 신호 준수 여부에 따라 각 시나리오별로 운전자의 형사책임을 분석하겠습니다.
3. 보행자가 적색 신호에 횡단한 경우 (보행자 신호위반)
가. 업무상과실치상죄 및 12대 중과실 해당 여부
보행자가 적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면, 운전자의 차량 신호는 녹색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12대 중과실) 성립 여부
법원은 차량 진행 신호에 따라 운전한 경우, 비록 사고 장소가 횡단보도상이더라도 운전자에게 도로교통법상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봅니다. 판례에 따르면, 보행자가 녹색등화 점멸 신호에 횡단을 시작했더라도 횡단 완료 전 적색등화로 변경된 후 녹색 차량 신호에 따라 직진하던 차량과 충돌했다면, 그 보행자는 횡단보도를 통행 중인 보행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운전자에게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5. 4. 17. 선고 2024노1636 판결). 즉, 보행자가 신호를 위반하여 횡단한 경우, 원칙적으로 운전자에게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이라는 12대 중과실은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2) 일반적인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그러나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모든 운전자에게는 전방을 주시하고 안전하게 운전해야 할 일반적인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판례는 자전거를 타고 횡단하는 피해자가 법적 '보행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운전자가 전방주시 의무 등을 위반했다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3. 4. 6. 선고 2022고단2433 판결). 따라서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했더라도 운전자가 충분히 이를 발견하고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다면 업무상과실치상죄 자체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나. 도주치상(뺑소니)죄 성립 여부
사고 운전자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판례는 이러한 조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때, 사고 직후 피해자의 거동에 큰 불편이 없어 보이거나 외관상 상처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구호 조치가 불필요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구호 조치가 필요 없다는 점이 객관적이고 명확히 드러나야 합니다(광주지방법원 2023. 4. 6. 선고 2022고단2433 판결).
본 사안에서 운전자는 피해자가 "괜찮으니 가시라"고 말했다는 점을 들어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뇌출혈 진단을 받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사고 당시 객관적으로 구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판례는 피해자와 말다툼 후 경찰 신고를 한다는 말에 현장을 이탈한 경우, 피해자가 외관상 괜찮아 보였더라도 도주의 고의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3. 4. 6. 선고 2022고단2433 판결). 따라서 연락처를 주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구호 조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도주치상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4. 보행자가 녹색 신호에 횡단한 경우 (보행자 신호 준수)
가. 업무상과실치상죄 및 12대 중과실 해당 여부 -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12대 중과실) 성립
보행자가 보행자 신호에 따라 정상적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면 운전자의 책임은 가중됩니다.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일시정지하여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도로교통법 제27조(보행자의 보호)). 이를 위반하여 사고를 야기한 경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6호의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에 명백히 해당합니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처벌의 특례)). 판례 역시 보행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충격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신호위반 및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을 모두 인정하여 처벌한 사례가 있습니다(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3. 7. 18. 선고 2023고단438 판결). 따라서 이 경우는 명백한 12대 중과실 사고입니다.
나. 도주치상(뺑소니)죄 성립 여부
이 경우 운전자의 과실이 명백하므로 사고 후 구호 조치 의무는 더욱 무겁게 인정됩니다. 보행자가 신호를 준수하며 건너다 사고를 당했음에도, 운전자가 피해자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지 않고 "괜찮다"는 말만 믿고 현장을 이탈한 것은 도주치상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앞서 언급한 판례의 법리에 따라(광주지방법원 2023. 4. 6. 선고 2022고단2433 판결), 운전자의 명백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뇌출혈이라는 중상해가 발생하였으므로, 연락처를 제공한 것만으로는 면책되기 어렵습니다.
5. 종합 의견
가. 보행자 신호위반 시: 운전자에게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이라는 12대 중과실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전방주시의무 등 일반적인 주의의무 위반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상해 정도에 비추어 볼 때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행위는 도주치상(뺑소니)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5. 4. 17. 선고 2024노1636 판결, 광주지방법원 2023. 4. 6. 선고 2022고단2433 판결).
나. 보행자 신호준수 시: 운전자에게는 명백하게 12대 중과실인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이 적용됩니다(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5. 9. 30. 선고 2025고정276 판결,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3. 7. 18. 선고 2023고단438 판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처벌의 특례), 도로교통법 제27조(보행자의 보호)). 이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나 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여기에 더해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였으므로 도주치상(뺑소니)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3. 4. 6. 선고 2022고단2433 판결).
결론적으로,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운전자는 도주치상죄로 처벌될 위험이 크며, 특히 보행자가 신호를 준수한 경우에는 12대 중과실 위반까지 더해져 더욱 무거운 형사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6. 결어
저는 이처럼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에서 보행자가 신호를 준수한 경우와 준수하지 않은 경우를 나누어서 사안을 검토하여 성립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셨거나 자신이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연락처만 주고 떠났는데 뺑소니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시는 분, 교통사고 이후 경찰에서 출석 요청이 오신 분이 계시고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사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성립할 수 있는 범죄를 분석하여 방어 논리를 수립하고, 변호인 의견서를 작성하여 경찰서에 제출하며, 경찰 조사에도 동행하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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