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면 용서해줄게요” 그 말의 진짜 의미
성범죄 고소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습니다. 대부분 전조가 있습니다.
그 신호는 예상보다 조용하고 교묘하게 다가오죠. 전형적인 패턴은 이렇습니다.
“그날 왜 그랬어?”
“그때 내가 얼마나 불쾌했는지 알아?”,
“진심으로 사과만 하면, 나도 법적 대응까진 하고 싶지 않아”
라는 메시지가 옵니다.
대다수 피의자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합니다.
“아니, 잘 놀고 헤어졌는데?”
“그쪽이 먼저 적극적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사건은 음주 후 분위기 좋게 끝났고, 심지어 상대방이 보다 적극적이었던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말이 들려온 순간,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직감합니다.
‘아, 이건 고소를 위한 밑밥이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건 분노의 표현이 아니라 녹음용 멘트입니다.
문자로든, 전화로든 당신의 “미안하다”, “내가 그땐 실수했다”, 한 마디를 받아내는 게 목적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증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소를 해도 피의자를 처벌받게 만들거나, 합의금을 받으려면 혐의가 인정되어야 하고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지하철에서의 성추행 사건처럼 CCTV라도 있으면 모를까, 보통 이런 사건은 당사자 간의 사적인 공간에서 벌어집니다.
증인도, 객관적 자료도 없습니다. 남는 건 말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어떤 말이든 하지 마세요. 특히 “미안하다”, “사과하고 싶다”, “그날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유감이다” 따위의 멘트는 절대 금지입니다.
심지어 거짓말탐지기에서 진실반응이 나오고, 피해자 진술 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단 하나의 문자로 인해 송치되고, 기소되고, 재판까지 가는 일이 현실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진심어린 사과만 듣고 싶다”는 말을 문자 그대로 믿지 마십시오.
요즘 세상에 진심인지 가식인지 확인할 길 없는, 겉만 번지르르한 말 한마디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진심조차도 통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당신이 사과하면, 결국 그 말 때문에 감옥에 갈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든 연락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전화 받지 마시고, 문자에도 답장하지 마세요.
불안해서 “그래도 뭔가 해야 하지 않나?” 싶겠지만, 아닙니다.
상대가 진심으로 화가 나서 따지고 싶었다면 그때 얘기했겠죠.
며칠 지나 ‘사과하면 용서해주겠다’며 연락하는 건 고소를 위한 수순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혹은 이미 고소는 접수한 상태에서, 증거가 부족해 『자백을 유도하는 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다면 – “내일 당장 나오세요”에 대처하는 법
이제 다음 단계입니다.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서 수사관입니다. 고소장이 접수돼서 피의자 조사가 필요합니다. 내일 나오세요.”
이 말을 듣고 부랴부랴 경찰서에 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절대 그렇게 하지 마세요.
당장 출석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당신에겐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 충분한 진술 준비를 할 권리, 그리고 진술 거부권도 있습니다. 경찰이 시급하다고 하는 건 그들의 일정일 뿐, 당신의 방어권과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은 당신의 누명을 벗겨주려고 존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이 내뱉은 말 한마디, 심지어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는 말조차 유죄의 근거가 됩니다.
변호사 없이 진술을 한다는 건 수술대에 올라가 메스를 스스로 드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 정확히 어떤 혐의로 조사받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경찰이 “수사기밀”이라는 명목으로 피의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불법입니다.
피의자 본인에게는 수사 초기부터 혐의를 고지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만약 알려주지 않는다면, 출석을 유예하고 항의할 수 있습니다.
셋째, 사건이 먼 지역 경찰서로 배당되었다면, 주거지 관할 경찰서로 이송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법으로 보장된 권리입니다. 괜히 먼 곳까지 가서 불리한 조사를 받을 필요 없습니다.
넷째, 자신의 혐의를 도저히 모른다면, 사건번호를 확인한 뒤, 민원실에서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하여 고소장 열람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소장 전체가 공개되지는 않지만, 핵심 내용은 알 수 있습니다.
본인이 무슨 혐의를 받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면, 큰 의미는 없습니다.
고소장은 대부분 고소인이 낙서하듯 몇 자 끄적거린 경우가 많고, 때로는 허위 사실인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열흘씩이나 기다려가면서 열람할 가치는 없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찰조사를 마친 후에는 반드시 변호사 의견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나는 무혐의다”라고 주장만 해서는 부족합니다.
왜 무혐의인지, 상대의 진술이 왜 신빙성이 없는지, 객관적 자료가 왜 부재한지
구체적인 논리와 근거를 담아 서면으로 제출해야만, 향후 송치여부나 기소여부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변호사를 선임했으면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면서 기본적인 업무입니다.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을 거면 피해자 변호사를 선임할 이유 자체가 없습니다. 돈 낭비입니다.
변호사 의견서는 효과가 정말 큽니다.
고소인이 허위주장을 할 때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면서 거짓말임을 드러내는 것은 기본이고
잘못을 했다 해도 책임을 넘는 처벌을 받지 않고 최소한의 처벌을 받게 해줍니다.
변호사의 역할에 따라 유죄가 무죄로 바뀌기도 하고, 형량도 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 아니라 “시작이 전부”입니다
형사사건,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 첫 대응은 전부입니다.
당신이 어떤 말을 하느냐, 언제 대응하느냐, 어떤 자세로 조사에 임하느냐에 따라
기소 여부는 물론, 인생 전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사를 대충 넘기면, 재판은 더 어렵습니다.
“무혐의는 수사에서 결정된다”는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피의자를 수없이 방어해본 실무자의 결론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이미 상대방의 밑밥을 눈치챘거나,
경찰 연락을 받은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절대 혼자 판단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절대 사과하지 마십시오.
그 한 마디로 기소됩니다.
당신 인생 전체가 바뀝니다.
상대방이 그걸 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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