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처음 본 여자와 화끈한 밤을 보냈는데, 며칠 뒤 준강간 혐의로 고소당했다면?
네. 당신도 걸린 것입니다.
억지로 한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만취한 것도 아니고, 좋다고 모텔에 갔으면서..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고, 송치 여부를 검토합니다.
그 사이 피의자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한 취급을 받습니다.
억울하다는 감정은 사치에 가깝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말도 목구멍에만 맴돌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의 ‘희망’은 무혐의 불송치 결정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긴 기다림 끝에 경찰이 ‘혐의 없음’ 불송치결정을 내려줍니다.
살았다고 느낄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내가 무고죄로 고소해야지.” 이 생각도 잠시.
고소인은 불송치결정에 불복하여 “이의신청”을 합니다.
그래서 자동적으로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무혐의 불기소처분이 나왔습니다.
(※불송치결정 이의신청을 하여 기소될 확률은 2% 정도입니다.)
“만세!! 이제 끝났..”
그렇지 않습니다. 고소인은 고래 심줄처럼 질깁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이래도 망! 저래도 망!
고소인의 항고, 재정신청, 그리고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서사적 고통이 준비돼 있습니다.
불기소는 끝이 아니라, 잠깐 쉬어가는 구간일 뿐입니다.
요즘은 고소인이 순순히 불기소 결과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드뭅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분위기로 갈 데까지 갑니다.
변호인의 의견서, 증거자료, 카톡 기록?
고소인 입장에서는 ‘거짓말’이고 ‘조작’일 뿐입니다.
불기소처분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소인은 검찰항고를 합니다.
항고 이유는 대개 같거나 더 감정적입니다.
수사기관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둥, 피해자 중심주의가 무시되었다는 둥.
요약하면 “검찰도 편을 안 들어줬다”는 것입니다.
검찰항고가 인용될 확률은 약 10% 미만입니다.
이 말은 항고해도 90%는 기각된다는 뜻입니다.
고소인의 기대가 대부분 물거품에 그친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10% 안에 들어가는 순간 리셋된다는 것입니다.
재기수사라는 이름의 2차 고통이 시작되고, 피의자는 또다시 "사건번호"로 불립니다.
물론 기소 확률은 절반 미만이므로 검찰항고를 하여 기소될 가능성은 5%가 채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심리적으로는 두 번째 징역살이를 시작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고소인이 이번에도 실패했다면, 이제 남은 건 재정신청입니다.
여기에 이르면 대개 일반인은 법적 용어조차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재정신청’은 쉽게 말해 “검찰이 기소를 안 했으니 판사가 대신 기소를 시켜달라”는 요청입니다.
이 재정신청이 인용되어 형사재판으로 넘어갈 확률은 0.6% 수준. 백 명이 시도하면 99명 이상은 물을 먹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로또 1등도 매주 나옵니다.
매주. 그 0.6%는 결국 누군가에게 떨어집니다.
실제 대법원까지 갔던 한 사례는 이 시스템이 얼마나 피의자에게 잔혹한지 잘 보여줍니다.
클럽에서 만난 남녀가 술을 마시고 함께 모텔에 갔습니다.
여성은 기억이 없고 남성은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고소인은 이에 불복해 검찰항고, 재정신청까지 진행했고 결국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무죄 → 무죄 → 무죄. 세 번에 걸쳐 무죄가 나왔습니다.
법원은 남성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지요.
고소 이후, 무죄 확정되기까지 7년이 걸렸습니다.
이 사건은 유명한 사건이라서 신문에도 나왔으나, 저희가 진행한 사건 중에도 고소인이 무모하게 고집을 부려 자기 무덤 파는 일을 종종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전개는 희극이라기보다 비극에 가깝습니다.
그 사이 피의자는 직장, 가족, 연애, 사회생활 모두에서 치명적인 낙인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성범죄 피의자였던 사람’이라는 꼬리표는 무죄 확정 이후에도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법적으로야 ‘혐의 없음’이라는 말이 방어막이 되지만, 현실에서 그건 방탄복이 아니라 투명한 비닐일 뿐입니다.
이미 사람들은 ‘뭔가 수상하니까 고소당한 거 아니겠냐’며 진실보다 의심을 선택합니다.
불기소 처분이 났다고 환호하기엔, 사회적 생명은 이미 벗겨진 뒤입니다.
그러니 ‘불기소니까 끝났다’고 안심하는 건 위험한 착각입니다.
고소인이 항고하고, 재정신청하고, 인터넷에 떠벌리면 사실상 평생 감옥보다 더 좁은 공간에서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건, ‘나는 억울하니까 법이 알아서 해결해주겠지’라는 착각입니다.
법은 절대 자동으로 피의자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편이 아닙니다.
고소인이 항고하면 재기수사를 하고, 그 결과를 피의자가 스스로 막지 않으면 기소됩니다.
결국, 초반부터 변호인을 선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통계적으로는 낮지만 개인에게는 치명적인 그 5%, 0.6%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법적 싸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감정적 질주를 멈추지 않는 고소인의 악의는 예상보다 끈질기고, 그 대상이 당신이 되는 건 단지 운일 뿐입니다.
불송치, 불기소는 ‘종결’이 아닙니다.
단지 한 고비를 넘은 것입니다.
세상이 상식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법이 무조건 정의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확신에 찬 거짓말이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이게 지금 우리가 사는, 지극히 현실적인 법의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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