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
피의자 A는 2019년 8월경 비뇨기과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HPV)Type11번(저위험도) 양성판정을 받은 사실이 있었고, 2020년 5월부터 2021년 2월 사이에도 반복적으로 헤르페스 진료를 여러 차례 받아왔습니다.
2023년 6월 27일경, A는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B와 처음 만나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이후 2023년 7월부터 11월 사이에 걸쳐 약 6회 이상 반복적으로 성관계를 하였고, 이 과정에서 B는 점차 원인 불명의 발열, 심한 질 분비물, 하복부 통증 등을 호소하게 되었습니다.
B는 2023년 11월 15일경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았고, 검사 결과 인유두종바이러스(HPV)39번(고위험도), 클라미디아 감염, 생식기 헤르페스 진단을 받았습니다. 담당 의사는 B가 최소 수개월 전부터 해당 성병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며, 지속적인 치료 없이는 생식기 기능 및 장래 임신에도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소견하였습니다.
B는 항생제 치료, 항바이러스제 투여, 주기적 혈액검사 및 외음부 치료 등을 포함하여 최소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B는 진단 직후 A와의 관계를 떠올렸고, 2023년 12월 3일경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여 A는 상해죄 혐의로 입건되어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B는 경찰 조사에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 다 치료했다”라고 A가 말했던 사실을 진술하였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의료 기록에 따르면 A는 이미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다른 병원에서 헤르페스 재발 진료를 받은 이력이 확인되었습니다.
관련법률
형법 제257조(상해)
①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민경철 센터의 조력
성병 감염으로 상해죄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은데, 여러모로 검토한 결과 이 사건 역시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려웠습니다. 저희는 의뢰인 A의 무혐의를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취지의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1) 성병 전염으로 인한 상해 인정 요건에 관하여
대법원은 성관계로 상대방이 성병에 감염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① 피의자가 성관계 당시 해당 성병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었을 것, ② 피해자가 그 시점에서는 해당 성병에 감염되지 않았을 것, ③ 피의자로부터 피해자에게 성관계 과정에서 성병균이 전염되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될 것, 이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피해자가 성관계 이후 성병 진단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2) 피의자의 성병 보유 여부와 시기적 불일치
피의자 A는 과거 2019년경 인유두종바이러스(HPV)Type11번 감염, 2020년경 성기 포진 등으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마지막 치료 시점은 2022년 초였으며, B와 성관계를 가진 시점은 2023년 6월 이후입니다.
A가 치료 후 장기간 동안 재발이나 추가 진료를 받은 기록이 없는 이상, 2023년 성관계 시점에 여전히 성병을 보균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3) 피해자의 감염 경위에 관한 합리적 의심
설령 A가 성관계 당시 성병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B가 A와의 성관계로 감염되었다고 보기에는 여러 합리적 의심이 존재합니다.
B는 2023년 11월경에서야 인유두종바이러스(HPV)39번, 클라미디아, 헤르페스 감염 진단을 받았는데, 이는 A와의 첫 성관계인 2023.6. 로부터 최소 5개월 이상이 경과한 시점입니다. 그 사이 B가 다른 경로로 감염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의학적으로 헤르페스는 타인과의 접촉, 공용 생활도구, 과거의 잠복 감염 등 성관계 이외에도 다양한 경로로 감염될 수 있으며, 특히 헤르페스는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보균자로 알려질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입니다. 따라서 B의 감염이 곧 A의 전염 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A와 B의 각 병명 중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을 제외한 나머지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A가 앓고 있던 인유두종바이러스(HPV)Type11번, 헤르페스가 성관계를 통해 B에게서 발견된 인유두종바이러스(HPV)39번, 클라미디아, 헤르페스를 발생시키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점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4)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및 감염 원인 불명확
B는 경찰 조사에서 A가 과거 성병을 앓았다고 고백했다는 진술을 하였으나, 이는 단순히 과거 병력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며, 현재도 여전히 감염 상태임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B가 성병 검사를 최초로 받은 시점 또한 성관계 후 상당 기간이 지난 뒤로, 그 사이 다른 요인으로 감염되었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5) 상해죄 고의 인정 불가
설령 A가 성병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는 이미 수차례 치료를 받아온 상태였고, B와 성관계를 가질 당시 추가 증상이나 재발 정황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A가 성병 전염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상해 발생을 용인하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종합하면, 본 건에서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가 성병을 보유한 상태에서 B와 성관계를 가졌고, 그로 인해 B가 감염되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할 수 없습니다. 또한 A에게 상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본 사건은 무혐의 처분을 함이 타당합니다.
사건의 결과: 무혐의 불기소처분
이 사건은 단순히 A와 B 사이의 성관계 이후 B가 성병에 감염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상해죄의 성립을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병의 감염 경로에는 여러 가능성이 존재하고, A가 해당 성병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로지 결과만을 근거로 A에게 상해의 고의를 인정하는 것은 형사법의 대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피해자의 감염 경로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 피의자의 성병 보유 및 전염 여부에 대한 의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고의를 인정할 만한 직접 증거가 전혀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변론하였습니다. 그 결과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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