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온직 권지민 변호사입니다.
1.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와 인수인계 갈등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 과정에서 선거의 적법성 논란이 발생하면, 전임 회장과 후임 회장 사이에서 인수인계 갈등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보통은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가처분 및 본안소송이 이루어지고, 그 사이에 업무 공백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전임 회장이 인감도장을 반환하지 않는 상황의 경우, 그 전임 회장이 처벌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최근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인감도장 반환 거부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2. 사건 개요 및 공소사실
1) 전임 회장 A씨는 남양주시의 모 아파트 11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습니다.
2) 후임 B씨가 2021. 4. 1. 경 12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3) 전임 회장은 후임 회장의 임기 시작 이후에도 후임 회장에게 인감도장의 인도 맟 사업자등록증 원본 반환요구를 거부하였습니다.
검찰은 전임 회장 A씨를 업무방해죄로 기소하였습니다.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은 남양주시 (이하 생략)에 있는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제11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던 자이고, 피해자 공소외인은 새로 선임된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다.
피고인은 2021. 4. 1.경 피해자가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당선되어 임기가 시작되었음에도 입주자대표회의의 은행거래용 인감도장(이하 ‘이 사건 인감’이라 한다)을 보관하고 있는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그 인감도장의 인도를 거부하고, 사업자등록증 원본(이하 ‘이 사건 사업자등록증 원본’이라 하고, 이 사건 인감과 통틀어 칭할 때는 ‘이 사건 인감 등’이라 한다) 반환요구를 거부하는 등 위력으로 피해자의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업무를 방해하였다(2024도7386 판결문 참조).
3. 업무방해죄의 성립 요건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형법 제313조(신용훼손)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위 조문에서 보는 것처럼,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1) 허위 사실 유포, 기타 위계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 (2)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면 성립됩니다.
보통은 죄명 때문에 누군가의 업무만 방해하면 처벌된다고 착각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업무방해죄가 인정되려면 위 세 가지 중 하나의 방법을 사용하여야 합니다.
특히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력·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세력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732 판결 참조).
그런데, 인감도장 반환 거부는 어떤 '적극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이걸 우리 판례에서는 '작위'와 '부작위'로 구분하는데요. 어떤 적극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작위'이고, 소극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부작위'라고 합니다.
그럼 인감도장 반환 거부는 '부작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부작위'도 '위력'으로 볼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와 같이 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를 부작위에 의하여 범하는 부진정 부작위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부작위를 실행행위로서의 작위와 동일시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3211 판결 참조). 행위자가 단순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부작위나 그에 준하는 소극적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정도에 이르러 업무방해죄의 실행행위로서 피해자의 업무에 대하여 하는 적극적인 방해 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 그러한 가치를 가진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동기, 목적, 행위의 양태, 업무의 종류와 내용, 피해자의 지위, 피해자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나 방법의 유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5. 9. 4. 선고 2024도7386 판결).
즉, 어떤 행동을 '안' 하는 것도,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정도가 된다면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죠.
4. 본 사안에서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전임 회장의 인감도장 등 거부가 '위력'이라고 볼 수 없고, 후임 회장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1) 회장 지위에 관해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인감, 사업자등록 인도를 거절한 것일 뿐, 이를 넘어서 인감을 사용하여 회장 행세를 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는 않았음
2) 사업자등록의 경우, 선거 직후 아파트 관리소장으로부터 교부받은 것이기는 하나, 관리 소장 승낙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물리력 행사는 없었음
3) 후임 회장은 전임 회장이 반환을 거부한 인감, 사업자등록증 없이도 회장 임기 개시 이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입주자대표회의를 대표하고 그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였고( 임기 시작으로부터 7일 뒤 입주자대표회의를 개최하였고, 의결사항을 공고), 비교적 길지 않은 기간 내에 제12기 입주자대표회의 구성․변경 신고, 사업자등록 대표자 정정 및 이 사건 아파트 관리비 등이 예치된 은행에 대한 대표자 변경 절차 등을 모두 마쳤음(후임 회장이 반환요구 내용증명 등을 발송한때로부터 약 10일 만에 이루어짐).
4) 입주자대표회의 구성․변경 신고 및 사업자등록 정정 절차에 걸리는 통상적인 처리 기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수행하는 본래의 업무의 성격과 내용 등을 감안해 보면, 피해자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하여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이 사건 인감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인감 등을 인도 또는 반환하지 않은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움
5. 실무 시사점
입주자대표회의 선거를 둘러싸고 다툼이 생기면 그 선거의 효력을 다투는 가처분, 소송이 긴급하게 이루어지곤 합니다. 그러나 가처분, 소송과 더불어서 위 판결 사례와 같이 전임 회장의 형사고소 리스크 또한 있습니다.
1) 전임 회장의 입장이라면?
위 판결은 단순히 인감도장 반환을 거부했다는 정도로는 업무방해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이나,
위 판결에서 예시를 든 것처럼 전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인감을 사용하여 적극적인 회장 행세를 하였다면 달리 판단될 여지도 있습니다. 또한, 위 판결에서의 '사업자등록증'처럼 문제가 된 선거 이후에 확보한 것이 있다면, 그 확보 과정에서의 물리력 혹은 강제력 행사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즉, 선거 효력을 다투는 전임 회장으로서는 선거 이후 어떤 행위를 함에 있어서 조심스럽게 자문을 받아서 추후 분쟁의 소지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인감도장 반환 거부와 관련해 고소를 당하셨다면, 위 판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실제 사안에서 선거의 효력이 다퉈지고 있다는 점, 우리에게 '위력' 행사가 없었다는 점, 인감도장 거부 자체만으로 후임 회장의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후임 회장의 임기 후 업무수행 자료들을 제출할 필요)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여 수사단계에서 불송치 또는 불기소 판단을 받아낼 필요가 있겠습니다.
2) 후임 회장의 입장이라면?
후임 회장의 입장에서는 전임 회장이 인감도장 반환 거부를 넘어서 그 인감도장을 사용하여 입주자 대상으로 공문을 작성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위가 있었다면 적극적으로 업무방해죄로 고소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사문서위조, 명예훼손 등 추가 혐의점을 검토해볼만 합니다.
한편, 입주자대표회의 업무가 늦어지지 않도록 새로운 인감도장을 발급받는 등 대체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위 판결 사례도 전임 회장의 협조 없이 사업자등록변경, 은행에서 대표자 변경 신고를 마치고 금융, 세무 업무를 한 사례이고, 다른 판결 사례를 보면 4개월 만에 새로운 관리소장의 도움 하에 별도의 인감도장을 만들어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 분쟁을 겪고 계시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사안을 꼼꼼히 대응해줄 전문가와 함께 차분히 대응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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