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부동산&민사법 전문변호사 최아란입니다.
임대인과 연락이 되지 않으면, 권리금 계약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습니다.
상가 건물의 임차인이 권리를 양수할 사람을 찾아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무사히 권리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일부 임대인들이 임차인의 연락을 슬금슬금 회피하여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경우가 적잖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차라리 임대인이 '새로 임대하지 않겠다'라고 말이라도 한다면 속이라도 시원하련만, 가타부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막연히 연락을 회피하기만 하면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는데요.
오늘은 실제 사건의 판결을 중심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연락을 회피하는 것도 권리금 회수 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보겠습니다.
임대인의 연락 회피로 권리금 계약이 파기된 사건
제주지방법원 2024. 6. 5. 선고 2023나14001 판결
기존 임대차계약
기존 임차인 A씨는 임대인 B씨와의 사이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음식점을 운영해 왔습니다.
이 임대차계약의 만기는 2022. 6. 12.이었습니다.
만기 3개월 전,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의 권리금 계약 체결
만기를 3개월 가량 앞둔 2022. 3. 30., 기존 임차인 A씨는 신규 임차인 C씨와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계약 당일 A씨는 C씨로부터 계약금 명목으로 400만 원을 지급받았고, 권리금 잔금은 2022. 4. 24.에 지급받기로 했습니다.
신규 임차인 주선
기존 임차인 A씨는 임대인 B씨에게 아래와 같이 내용증명을 보내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주선하였습니다.
2022. 4. 7.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였고, 권리금계약까지 체결하였다. 빠른 시간에 만나서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부탁드린다. 계속 만남을 회피하면 새로운 임차인이 임대인의 만남 거절로 인하여 계약을 포기할 수 있다’라는 취지였지요.
2022. 4. 19.
‘새로운 임차인을 주선하여 만나 뵙기를 전화, 문자, 내용증명 등 지속적으로 요청 드렸는데, 피고는 무응답, 거절을 하고 있다. 새로운 임차인과 함께 2022. 4. 24.전까지 만나기를 희망한다’
임대인의 연락 회피로 인한 권리금 계약 파기
그러나 임대인 B씨는 위와 같이 내용증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권리금 계약의 잔금일자인 2022. 4. 24.까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2022. 4. 24.까지 신규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지 않자, 기존 임차인 A씨와 신규 임차인 C씨 사이의 권리금 계약은 2022. 4. 27. 파기되었습니다.
뒤늦은 임대인의 답변
임대인 B씨는 2022. 4. 28.에야 기존 임차인 A씨에게 아래와 같이 내용증명을 보내 왔을 뿐입니다.
‘피고는 재건축계획을 가지고 있어 임대차 조건을 고민 중이다. 새로운 임대차 조건을 확정짓는 대로 알려드리겠다’
기존 임차인 A씨 → 임대인 B씨,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
기존 임차인 A씨는 결국 임대인 B씨를 상대로 권리금 회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에서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하여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 체결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함으로써,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지급 받는 것을 방해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임대인 B씨는 기존 임차인 A씨에게 '문서로 대화하자'라며 연락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임대인 B씨는 기존 임차인 A씨로부터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는 내용증명 우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증명에 기재된 기한(권리금 계약의 잔금일)이 지난 후에야 ‘재건축 계획을 가지고 있어 임대차 조건을 고민 중이다. 새로운 임대차 조건을 확정한 후 알려주겠다’는 짧은 내용증명만을 보냈을 뿐, 별다른 이유 없이 신규임차인 C씨를 만나지 않았다.
또한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기존 임차인 A씨에게 새로운 임대차 조건의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다.
임대인 B씨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하여 권리금 계약이 파기되었고, 기존 임차인 A씨가 그때부터 만기까지 2달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임대인 B씨가 재건축 계획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였지만, 재건축을 추진하였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
그 결과, 법원은 임대인에게 임차인의 연락을 회피하여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데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임대인이 연락을 회피할 때, 권리금 소송에서 승소하려면
위 판결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임대인이 임차인의 연락을 회피하여 신규 임대차를 거부하는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을 상대로 권리금 회수 방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철저히 준비하여야 합니다.
첫째, 신규 임차인을 반드시 주선하여야 합니다.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을 구해와도 절대 계약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경우가 아닌 한, 임차인은 반드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해 와야 합니다.
임대인이 연락을 회피한다 할지라도 손놓고 계시지 마시고 반드시 신규 임차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임대인에게 지속적으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요구하여야 합니다.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적극적으로 '신규 임대차계약을 체결해달라'라고 요청한 근거를 남겨두어야 합니다.
아울러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신규 임차인의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하여야 합니다.
서울고등법원 2022. 6. 9.자 2021나2026886, 2021나2026893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가 정하는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주선'한다는 것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권리금계약의 체결사실 등을 알리면서 인적사항이 구체적으로 특정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소개하고 그와의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를 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임대인의 연락 회피로 인하여 권리금 계약이 파기되었다는 증거를 준비하여야 합니다.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 방해에 대해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임대인의 행위로 인하여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점이 증명된 경우에 한합니다.
따라서 '임대인의 연락 회피'로 인하여 권리금 계약이 파기되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임차인은 막연히 임대인에게 '신규 임대차계약을 체결해달라'라고 하기보다는, 'x월 x일까지 신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권리금 계약이 파기된다'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알렸다는 증거를 남겨두어야 합니다.
넷째, 만기가 많이 남아 있다면 여러 차례에 걸쳐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원에서는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 주선이 1회 실패하였다 하더라도, 만기일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아있어 임차인이 또다른 신규 임차인을 물색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권리금 손해배상을 잘 인정하지 않습니다.
울산지방법원 2024. 5. 24. 선고 2022가단112976 판결
임대인이 계약 종료일에 인접하여 임차인이 소개한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을 거절하여 임차인이 더 이상 신규임차인을 소개하더라도 계약 종료일까지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이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면 더 이상 임차인에게 신규임차인 주선 의무를 부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계약 종료일까지 상당한 기간이 남아있어 신규임차인 물색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임차인이 소개한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임대인이 1회 거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보아 임차인에게 신규임차인 주선 의무가 면제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신규 임차인과의 권리금 계약이 파기되었다 하더라도, 만기까지 많은 기간이 남아 있다면 임차인은 새로운 신규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새로운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의 방해로 권리금 계약이 파기되었다는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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