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전문가 칼럼 / 법무법인 청향 윤희창 파트너변호사)
1. 개요
상법은, 회사의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그 이사로 하여금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연대하여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399조 제1항). 그러나 회사의 규모가 거대하여 각 이사의 사무분장이 세분화되어 다른 이사의 업무에 관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거나 상무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사외이사에 불과한 경우에도 위 규정을 근거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에 관하여 이견이 있는바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한다.
2. A 회사의 불법행위에 관한 사실관계
A 회사는 토목, 건축, 주택건설 등의 영업을 하는 주식회사이고, 피고들은 A 회사의 대표이사, 사내이사, 비상임이사, 사외이사 등으로 재직하였던 사람들이다.
A 회사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관하여 다른 건설사들과 함께 지분을 나누어 갖고 특정 공구를 배분받기로 합의한 것이 입찰담합(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96억 원 상당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다.
또한 A 회사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결과 적격자로 선정된 다른 B 회사와 특정 공정 및 설비를 제외하거나 포함시킬지 여부를 합의하는 방법으로 입찰담합(공정거리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등)을 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25억 원 상당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A 회사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C 회사 부장에게 연락하여 입찰 들러리로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하고 C 회사와 설계 품질 및 투찰가격을 조율하여 A 회사가 더 높은 설계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작성한 설계서를 제출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입찰담합을 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160억 원 상당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다.
3. 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에 관한 법원의 판단
위와 같은 일련의 입찰담합 행위에 대하여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들에 대하여 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1) 이 사건 입찰담합 당시 A 회사는 윤리강령, 윤리세칙, 기업행동강령 등을 제정해 시행한 상태였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경영교육, 건설하도급 공정거래법 교육 등을 시행하였으나 이는 임직원의 직무수행에 관한 추상적이고 포괄적 지침 또는 사전 교육에 불과할 뿐 입찰담합 등의 위법행위가 의심되거나 확인되는 경우에도 이를 통제하는 장치라고는 볼 수 없고, 내부적으로 임직원의 입찰담합 시도를 방지, 차단하기 위한 합리적인 보고시스템이나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지 못하였다.
2) 피고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 사건 입찰담합은 전부 이사 또는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고 담당 본부장의 책임 아래 개별 본부에 소속된 임직원에 의하여 행하여졌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A 회사의 임직원은 피고들을 비롯한 이사들로부터 아무런 제지나 견제를 받지 않았다는 것과 다름없고, A 회사는 입찰담합에 관여한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절차 또는 징계절차를 전혀 운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입찰담합을 주도한 직원이 오히려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하였는바 이러한 사정들도 이 사건 입찰담합 당시 A 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재하였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3) A 회사는 대부분의 피고들이 이사로 재직하던 기간 중 일어난 입찰담합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다수의 과징금 부과명령을 받은 사실이 있고, 공정거래법 위반죄 등으로 기소되어 형사소송이 계속 중이었으며, A 회사의 입찰담합 관여 사실이 다수 언론에 보도되어 일반에 알려졌고, 특정 대규모 공사의 경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건설회사들이 A 회사와 같은 대형 건설회사들로 한정되므로 그들 사이 입찰담합 등 부당한 공동행위의 가능성이 상시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은 임직원의 입찰담합 시도를 방지, 차단하기 위한 어떠한 보고 또는 조치도 요구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한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 또는 운용에 관하여도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4) 피고들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이사회에 상정된 의안에만 관여하였을 뿐 상법 제393조가 정한 이사회의 권한 등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회사의 업무집행에 대한 감시, 감독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 피고들의 경우 비상임이사 또는 사외이사로 재직하였으며 A 회사의 영업이나 공사 입찰에 관하여 별다른 지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그 책임을 관련 손해액의 약 1% 이내로 제한한 원심의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4. 시사점
개별 이사의 주의의무 위반 또는 임무 해태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사업의 내용과 성격, 이사의 임무위반 경위, 회사의 손해 발생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이나 그 정도, 임무위반행위로 인한 당해 이사의 이득 유무, 회사의 위험관리체제 구축 여부 등 제반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바, 특정 전문분야에 관한 고도의 업무를 처리할 목적으로 선임된 비상임이사 또는 사외이사의 경우 회사의 불법행위에 관한 인식 및 개입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책임 인정 판단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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